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art", "yap!! 거리며 한창 세상이 궁금한 생후 7개월 강아지처럼 쫑쫑 쫓아다니는 '가비지'와 주인공을 암살하려다 되레 당하고 굶어 죽을뻔한 '라라자'를 결국 거둬들인 주인공은 오늘도 던전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무언가에 타버린 커다란 시체를 발견하죠. 이 세계에서 시체는 딱히 드문 일도 아닙니다. 던전에서 모험에 실패하여도 시체가 쌓이고, 주점 뒷골목에서 신입 모험가가 질 나쁜 모험가에 걸려 다 빼앗기고 시체가 되거나 던전에 끌려가 고기 방패가 되는 세계거든요. 그래서 불타버린 시체가 발견된다 하여도 신기한 일이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왠지 마음에 걸렸던 '라라자'는 이 시체를 소생 시키려 하죠. 이번 이야기는 '라라자'와 불타버린 시체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그전에 이 시체를 태운 건 무엇인가가 더 궁금하겠죠. 이때 들려오는 커다란 울음소리. 그것은 모든 생물의 정점이고 모든 모험가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은 '드래곤', 주인공의 행동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도망가야죠.

신장이 2미터나 되는 커다란 소녀가 있습니다. 머나먼 동방에서 찾아온 그녀는 막 모험가 등록을 마쳤죠. 할머니에게서 배운 불꽃 마법과 둔기라고 해도 좋을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미궁 도시로 왔습니다만. 무엇이 무서운지, 무엇이 그녀를 무섭게 하는지 그녀는 겁을 최대치로 먹고 2미터나 되는 신장을 사람들에게 최대한 안 보이게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숨긴다고 안 보일 키가 아닌 것입니다. 모험가 등록은 했지만 후열인 그녀로서는 단신으로 던전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주점에서 나 좀 데려가라는 듯 앉아 있지만 키가 키다 보니 마치 동물원의 판다를 보듯 사람들은 구경만 할 뿐이죠. 이때 주인공 일행과 만났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그녀는 성장하지 못했을 테죠. 왜냐면 던전에서 불타 죽은 커다란 시체가 그녀거든요. 이거 스포일러 아니냐 하겠지만 이걸 언급 안 하면 리뷰 자체가 성립 안 되어 어쩔 수 없어요. '라라자'가 소생 시키려 한 시체가 그녀인 것이죠. 그리고 눈앞에 드래곤. 그녀는 드래곤 브레스에 타버린 것입니다.

소생 시키는데도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거기에 돈을 지불해도 소생은 확률성 가챠죠. 그녀는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빚을 지게 됩니다. 드래곤 브레스에 타죽는 불운, 빚진다는 불운, 하지만 소생에 성공했다는 행운, 주인공을 만났다는 것도 행운. 주인공 신용 덕분에 외상 처리가 되어 살아났으니 그 빚을 갚아야만 하죠. 돈이든 복수든. 하지만 불꽃 마법이 특기라고 해도 성냥불 만한 실력과 덩치에 맞지 않게 저질 체력으로는 고블린 하나 잡는 것도 힘든 게 사실. 남은 이야기는 뻔해지죠. 그녀는 드래곤을 때려잡아 돈도 벌고 명예도 회복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후열이어서야 이야기가 성립 안 되니 강제로 전열로 잡체인지 시키고 '가비지'에게 먼지 나도록 교육받게 하자. 그리고 탄생한 게 어정쩡한 전사가 되겠습니다. 성격은 죽다 살아났음에도 고쳐지지 않아 여전히 쥐구멍만 찾아대는데 이것도 좀 어떻게 해야 될 판. 뭐, 던전에 던져놓고 죽을 만큼 고생 시키면 고쳐지겠죠. 그렇게 그녀는 조금씩 자신감이 붙어 갑니다.

그리고 가비지, 새로운 게 보이면 개처럼 냄새 킁킁 맡고 앞에 있는 게 똥인지 된장인지 알아볼 생각도 없이 닥돌하는 통에 언제나 라라자의 속을 썩이고, 보물 상자를 발로 차대서 라라자의 일(보물 상자 따는 것)을 방해하고, 으르렁 우짖기도 하고, 뭐라 하면 콧방귀 뀌듯 킁 거리며 쫄따구 주제에 잘 하라는 듯 뻐기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죠. 라라자에 이어 새로 들어온 커다란 소녀도 부하로 여기며 내가 잘 보살펴야지 하듯 배려해 주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런 그녀는 왜 노예가 되어 던전에서 죽다 살아났는가. 이 이야기가 서브 형식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녀를 없애기 위해 자객이 오고, 심층에 있어야 할 드래곤이 왜 상층에 와 있었는가도 그녀와 연관이 있죠. 이번 2권에서는 커다란 소녀가 드래곤을 잡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과 더블어 가비지도 참가하여 더 이상 노려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드래곤 슬레이어 타이틀은 대단한 것이거든요. 자, 이렇게 신전의 '아이네'도 참가하여 5인 파티가 결성되었습니다.

맺으며: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처럼 이 작품도 참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잿빛 우울함이 있죠. 여느 먼치킨 판타지처럼 삐까번쩍하는 여관이나 집은 고사하고 마구간에서 볏짚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고, 보리죽으로 끼니를 연명합니다. 뒷골목에 잘못 들어갔다간 탈탈 털리고 시체가 되는 일도 다반사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던전에 들어간다 한들, 100%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죠. 그만큼 내몰리는 삶을 살고 있다고 커다란 소녀를 통해 표현합니다. 양초 하나 허투루 쓸 수 없고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커다란 소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역설합니다. 죽고 살아난 것만 해도 행운인데, 억만금은 더 나갈 무기를 던전에서 획득했음에도 주인공은 팔아서 나누자고 하지 않고 그녀에게 주었으니까요. 겁먹고 멈칫하는 그녀의 등을 때려주는 라라자와, 딴에는 선배랍시고 안 하면 물어줄 테야 같이 용기를 불어주는 가비지, 소심하게 행동해도 뭐라 하지 않는 주인공. 커다란 소녀는 내성적인 성격을 벗어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인상적입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인형 병기 제작사들이 사활을 걸고 만든 로봇을 고철로 만들어 버린 주인공의 주가가 날로 치솟습니다. '셰릴'이 주인공에게서 받아 운영하던 유물 판매점을 털기 위해 인형 병기 제작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무력을 동원했던 슬럼가 양대 범죄 조직은 도시의 묵인(항쟁으로 슬럼가가 평탄화되길 바랐던) 하에 쳐들어 왔으나 주인공에 의해 보기 좋게 쓸려 나갔죠. 군에 납품하려 했는데,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인형 병기 제작사들이 그렇다면 자존심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주인공 암살? 될 리가 없죠. 그래서 나온 게 주인공의 헌터 레벨을 올려주자!! 고레벨 헌터에 당한 거면 어쩔 수 없지, 자신들의 역작을 뽀사버린 주인공이 쪼렙일리가 없다며, 사실 아직까지 주인공 실력에 비해 저평가 중이었죠. 그걸 원래 있을 자리로 되돌리겠다며 인형 병기 제작사들이 도시에 압력을 넣어 주인공의 헌터 레벨을 올리려 하는데, 문제는 판타지물에서처럼 금방 올려주는 것이 아닌 몇 달이나 걸쳐서 실력을 교차 검증 해나가야 한다는 아주 귀찮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6권의 상당 부분은 주인공의 헌터 레벨 올리기 작업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작업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고, 그냥 유적에 가서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유물을 조사하는 등 지금과 별다르지 않은 상황만 펼쳐집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도시의 지시로 동행인이자 감시인으로 '유미나'가 따라붙었다는 것이지만요. 유미나는 주인공 대척점에 있는 '카츠야'의 파티원이자 카츠야가 주인공이었다면 메인 히로인이 되었을 인물이죠. 이 설정에 맞게 유미나는 '카츠야'를 굉장히 좋아하고 있으며, 언제나 무리를 해대는 카츠야에 힘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셰릴의 유물점을 노리는 항쟁 때 경호원으로 고용되었음에도 별다른 활약을 못 했고, 그전에도 카츠야의 발목만 잡아대서 결국 파티에서 배재(추방물 판타지에서 그 추방이 맞음)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추방되었다고 아! 그래요? 할 인물이 아닌지라 강해지기 위해 머리를 굴리다 마침 주인공의 동행자가 되면서 그에게 부탁하여 엄청난 수련을 받게 됩니다. 근데 주인공 시키 적당히를 몰라요. 자기가 할 수 있으면 남도 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유미나를 글자 그대로 뼈와 살을 분리 시켜 버리죠. 주인공 왈: 괜찮아, 포션이 있으니까 안 죽어(약간 각색). 그렇게 두 달이 흐릅니다.

주인공의 헌터 레벨 올리기보다도 사실 이번 6권에서 주목해야 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카츠야에 대한 유미나의 사랑의 세레나데가 그것인데요. 주인공이 카츠야를 적대한다는 걸 알면서도 수련을 부탁하고, 그걸 주인공은 받아주고, 그에게 수련을 받으면서도 주인공을 적대(카츠야를 죽일 뻔했으니) 하기는커녕 지금의 상황을 거름으로 삼아 더욱 강해지려는 마음은 딱 그 나이대에 맞는 청순함과 애틋함을 보여줍니다. 그를 생각하기만 해도 즐겁고, 너무 올곧아서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쩌면 카츠야에 대한 마음은 사망 플래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진심이 되어 갑니다. 근데 정작 그 마음의 당사자인 카츠야는 셰릴에게 더 마음이 가 있고(그래서 주인공과 더 부딪힘), 유미나는 그저 내가 보호해야 될, 좀 속된 말로 표현하면 소중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 존재일 뿐이죠. 문제는 그런 그의 마음을 그녀는 모르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근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두어 달을 주인공과 같이 지내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되고, 카츠야와 있을 때는 보여주지 않던 감정들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녀가 있을 곳은 주인공 곁이 아닐까 하는 그런 장면들을 연출하죠.

그리고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을 들라면 레이나(히로인) 일행의 합류를 들 수가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주인공 곁에 여자들이 자꾸 몰려드는데, 아싸도 구르는 제주가 있나 봅니다. 아무튼 여기서 주인공은 카츠야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죠. 카츠야처럼 옭아매서(내가 다 지킬 거야) 보호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해주고 동등하게 대우해 주는 게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준다는 매시지를 던진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아싸 맞나. 그 결과 후반 대량의 인형 병기의 습격이라는 주인공을 버리고 도망가도 이상하지 않을 최악의 상황에서 유미나와 레이나는 그의 후방을 지키며 화력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게 하죠. 사실 헌터들의 모임이라는 파티가 가져야 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뢰라는 것이죠. 카츠야는 그걸 못해서 유미나로 하여금 추방 당하게 했고요. 그래서 유미나도 주인공에게 합류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을 많이 들게 합니다. 근데 그럴수록 알파의 심기는 나빠져만 갑니다. 히로인으로서의 분량이 적어져서가 아닌 목적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자꾸만 끼이다 보니, 작가는 알파가 담당했던 헌터가 주인공만이 아니었다는 떡밥을 투하합니다.

맺으며: 거의 6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요약하려니 여간 골치가 아니었군요. 일단 다른 건 다 빼고 주인공의 헌터 레벨 업과 유미나에 대한 것등 아주 일부만 인용해 봤습니다. 사실 유적 중심부에서 알파와 비슷한 도시 관리 AI 츠바키를 만나면서 이번 6권에서의 고생길 시작이지만 이건 하편에서 더욱 본격적이 될 거 같아 리뷰에선 뺐습니다. 셰릴은 주인공이 가져다준 유물로 승승장구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필사적으로 주인공에게 매달리는 모습들이 안타깝습니다. 사기 치는 나쁜 놈에게 걸려 몸도 마음도 다 빼앗기고 망하는 그럼 느낌을 들게 한다고 할까요.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카츠야도 그가 속한 조직의 로비 덕분에 승승장구 중이지만 주변을 잘 돌아보지 않아 유미나를 고생 시키고 있습니다. 이번에 유미나가 주인공과 같이 다니는 걸 알고 나서 겉몸 달아가는 게 재미있죠. 참고로 유미나가 파티에서 추방당한 원인은 그에게 있는데 자각을 못하는 듯. 근데 여기서 흥미로운 게 주인공은 그런 유미나를 배려해 주면서(사실 주인공 성격은 배려를 잘 모름) 그녀의 호감을 엄청 얻지만 여느 판타지처럼 주인공 하렘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카츠야와 지낼 때는 보여주지 않았던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들과 차라리 주인공과 같이 지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풍부한 감정을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죠. 참고로 악역 영애처럼 주인공을 하대하는 등 발암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쩐지 막 나간다 했습니다. 온갖 주인공급에 버금가는 히어로들(마법 소녀도 있었음)과 우주를 주무르는 신들과, 그 위광에 눌려 상대적으로 쩌리로 보이는 마왕들과 외부에서 쳐들어 오는 어그레서(주로 로봇)들까지. 이것들을 행성 하나에 풀어 놨으니 이건 뭐 독충들을 항아리에 넣어두고 서로 죽여라 하는 상황이었죠. 그걸 관리하는 현자들은 대체 뭔가 싶고. 고대적에는 신들이 서로 싸워댔다는데 이세계 행성은 어째서 멀쩡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만, 11권 말미에 이유가 밝혀졌었죠. 이왕 나무야 미안해 테크를 탄다면 끝장을 보겠다는 것마냥 작가는 그동안 망상에나 나올법한 온갖 능력들을 총망라하였고, 그렇다면 시간을 역행하는 능력도 있을 법 하잖아?는 당연한 흐름이 되겠습니다. 11권 말미에서 UEG와 루(미완성 여신)의 전투로 인해 이세계 행성에 구멍이 나버렸죠. 뭔가 대화가 안 되는 대화를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엄한 주인공을 죽이겠다던 UEG는 굉장히 허무하게 요단강 건너가버렸습니다. 상황이 일단락된 듯했지만 행성에 구멍이 나버린 건 없던 일이 되지 않았죠. 붕괴 직전의 행성,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싶은 찰나에 정신 차리고 보니 이세계에 처음 소환되었을 때로 되돌아가 있지 뭡니까. 반 애들도 거의 다 살아 있는 상황이고요.

이번 12권은 티비 드라마로 치면 시즌2에 해당합니다. 이세계를 관리하던 대현자님께서 행성이 붕괴하면 자기도 곤란하니까 시간을 되돌려 버린 것입니다. 이 작품이 대단한 게, 주인공 위주로 꾸려가기보다 각종 히어로들에 더해 이세계를 관장하는 여신들도 있고, 그 여신을 외부에서 초빙해올 수 있는 대현자라는 존재, 이들이 아우러져 업무 분담이 아니라 중첩되는 일을 해대고, 자기들끼리 싸워대기도 하고, 서로가 봉인을 해대는 등 대체 족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를 상황으로 몰아서 작품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것이군요. 분명 나무야 미안해인데 알고 보면 치밀한 구성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처음으로 돌아가 보니 애들이 많이 살아 있습니다. 경험한 기억도 그대로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여기서 웃긴 일이 벌어지는데요. 주인공에게 뜨거운 맛을 본 자와 안 본 자가 나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힘을 간접 체험하거나 곁에서 봐왔던 현자들과 아이들은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 해지는데 반해 체험하지 못한 자는 설마? 에이!라는 식으로 믿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운명을 예약해버리죠. 아무튼 일단 되돌아오긴 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나 했더니 그렇진 않고, 뜨거운 맛을 봤던 현자들이 알아서 현자의 돌을 주인공에게 갖다 바치면서 일은 순탄하게 해결되어 갑니다.

하지만 상황 파악 못하는 자는 어디에나 있죠. 주인공의 힘을 파악하겠다는 정신 나간 현자가 현자의 돌을 경품으로 내걸고 게임에 초대합니다. 저거(주인공)와 상종해선 안 된다고 동료(체험한 자)가 발작하듯 고래고래 소리 질러도 귓등으로 듣질 않는 게 흥미 포인트입니다.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현자의 돌이 몇 개 더 필요한 주인공과 히로인은 어쩔 수 없이 게임에 참여하죠. 그런데 이번엔 난이도가 좀 올라갑니다. 그동안 주인공 능력에 의해 게임판이 작살 나버린 경험과 그래도 동료의 충고를 받아들였는지 주인공의 즉사 능력은 거의 봉인된 거나 다름없게 되어 버리죠. 그래서 조금은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게 됩니다. 대신 그동안 주인공 능력에 무인 승차하며 재미를 봤던 히로인이 나서서 무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데, 얘도 주인공 닮았는지 가차 없군요. 질 나쁜 양아치를 만나 힘 조절도 없이 먼지 나도록 패버리는 게 흥미 포인트입니다. 처음으로 되돌아왔을 때 주인공이 현자의 돌을 찾아 떠난다고 하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같이 가겠다고 하질 않나, 보통 남자애가 먼저 손잡으면 정색할 만도 할 텐데 가만히 있는다거나, 그런 히로인 보며 뭔가 느끼는 게 있어야 할 주인공은 '아사카 씨'에게서 이성에 대한 공부는 배우질 못 했는지 둔감하기만 하니, 이것들 보고 있으면 세금 5배 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죠.

맺으며: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약간은 식상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이전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장면들에 분량을 꽤 많이 할애하고 있다 보니 작중 등장인물이 그랬던 것처럼 티비 애니메이션 총집편을 보는 듯했군요. 다행이라면 1권부터 똑같은 길은 가지 않는다는 것이지만요. 이번 12권이 시사하는 바를 꼽으라면 강력한 시간 역행 능력을 가진 대현자도 있다는걸, 이 능력으로 인해 자칫 주인공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가령 영원히 이세계에 가둬 둘 수 있다는 복선이기도 하다는 의미를 보여주고 있죠. 주인공 만능설에 재동을 건다고 할까요. 중반 이후는 주인공 힘이 제약되면서 일단 평화로운 이세계 판타지를 그립니다. 퀘스트를 하며 최종 보스를 잡아 게임을 클리어하는 목적으로 이야기를 잡아가죠. 그리고 오랜만에 이세계 사고에 물든(주인공을 얕잡아보고, 히로인을 어떻게 해보려는) 정신 나간 모험가가 주인공 일행에게 시비 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짱구머리 드래곤 딸과 하렘도 생기고, 그에 따른 어드벤티지도 얻는 좀 뭔가 영문모를 일도 일어나지만 원래 이 작품이 그런 이야기니까, 이런 것도 소소한 재미로 다가오죠. 이제 완결까지 두 권이 남았군요. 이번 12권은 독자의 허를 찌르는 이야기였는데, 이런 능력이 있다면 좀 더 집필했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미 본편과 외전 '소드오라토리아'에서는 과거가 되어버린 7일간 있었던 '대항쟁'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세계를 혼돈과 지옥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블스'의 준동이 극에 달해 미궁 도시 오라리로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는 시기였죠. 이들을 억눌렀던 제우스와 헤라 파밀리아는 세계 3대 퀘스트 '흑룡' 토벌에 나섰다 궤멸되어 사실상 와해, 이블스는 자신들을 억눌렀던 뚜껑이 없어지자 폭탄 들고 자폭을 마다하지 않는 광기를 장착한 채, 바벨을 무너트리고 던전을 해방하여 세계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려 총공세에 나섭니다. 이에 오라리오 모험가들은 로키 파밀리아의 '핀'을 주축으로 해서 요격에 나서지만, 자폭을 마다하지 않는 광기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어 가죠. 거기에 헤라의 생존자 '아르피아', 제우스의 생존자 '자르드'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상급 모험가들도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죽기만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처럼 모든 모험가들이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마다하지 않는, 저마다 각오를 다져갑니다. 그러나 핀의 두뇌, 이블스의 물량공세는 일진일퇴의 상황으로 몰아가며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3권에서는 아르피아와 자르드가 왜 이블스 편에 서서 오라리오를 침공하게 되었나 하는 이유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누구도 넘보지 못할 레벨 7이라는 가공할 위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후배나 다름없는 모험가들을 유린하고 있었나. 사실 이게 핵심 스포일러라서 언급하면, 아직 도서를 읽지 않은 분들에겐 폐가 될 거 같고, 그렇다고 언급 안 하자니 리뷰가 두루뭉술해질 거 같아 고심을 많이 했군요. 분명한 것은 그저 악의 편에 서서 악당의 입장에 되어 모험가들을 학살하고 다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세계 3대 퀘스트 중 마지막 흑룡 토벌에서 그들(아르피아, 자르드)은 알아버린 거죠. 자기들은 영웅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패배하고 패퇴하며 꼴사납게 도망가는 동료들, 갈가리 찢긴 동료들을 보며 그들은 절망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각한 거죠. 자기들은 마지막 [영웅]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나가 핵심 스포일러의 내용입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생물은 궁지에 몰릴수록 진화를 거듭하죠. 아르피아는 한참이나 어리고 서투른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와의 싸움에서 그녀들의, 모험가들의 가능성을 엿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불사르죠. 모든 죄와 원망을, 후대에 영웅이 아닌 악당으로 기억될지라도 그들(아르피아와 자르드)은 길을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뒤를 이을. 그 방식이 너무나 과격하여 설사 자신들의 후배들을 죽이게 된다 해도. 그럼으로써 이해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악을 자처하고 억지스럽게, 자신들은 하지 못했던 일(흑룡 토벌)에 대한 분풀이라 여겨져도, 그런 자신들을 뛰어넘는다면 후배들은 분명 영웅으로 성장하겠죠(그런 느낌). 그래서 그들은 상냥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너희들이 가야 할 길이야라며 등을 떠밀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은 자기들이 짊어지고 가려는 선배들만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들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슬픈 예고를 합니다. 자르드와 오탈의 전투는 마치 본편의 벨과 미노타우로스와의 대결을 보는 듯합니다. 넘지 못할 벽과 마주하고 처절한 싸움을 보여줬던 그 장면. 사실 필자는 이쯤에서 눈치를 챘습니다. 아니 이들이 하려는 일은 진작에 알아챘지만, 이들이 만들고 싶었던 영웅이 누구인지를요. 오탈? 아스트레아 파밀리아? 왜 본편에서 나오잖아요. 영웅이 되고 싶은 '토끼'가요.

맺으며: 뽈뽈뽈 쫓아다니는 꼬마 아이즈의 일러스트가 없어서 평점 빵점 주려다 본편의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같은 윤곽을 보여줘서 10점 만점에 8점을 주겠습니다. 왜 8점이냐면, 핀의 두뇌와 이블스의 물량전이 좀 지리멸렬하거든요. 손에 땀을 쥐게 한다거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500페이지나 갈 이야기가 아닌 것이죠. 그나마 오탈과 자르드의 싸움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벨과 미노타우로스와의 싸움을 보는 듯해서 이거 하난 좋았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그들(아르피아, 자르드)이 바랐던 게 이런 거였다는 것에 대한 쐐기이나 본편에서는 아쉽게도 오탈은 들러리죠. 하지만 벨만큼의 흥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오탈은 작가로부터 양쪽 페이지 일러스트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기도 하죠. 아무튼 아르피아와 자르드 이야기에선 처음엔 자기들이 못 넘은 걸 억지스럽게, 후배들에게 분풀이식으로 닥달하여 몰아붙이는 식이어서 꽤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자기들은 못했으면서, 자기들보다 반쪽도 안 되는 애들 보고 뭘 하라는 건지 같은 느낌? 그래도 후반에서 애들이 그들이 하고자 했던 일들을 알아채주는 장면에서 조금은 그들도 보답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위안이긴 합니다.

이번에는 오라리오 모험가가 총출동하는 관계로 당연히 아이즈도 참전합니다. 그녀는 본편과 소드오라토리아에서 핵심적인 매우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죠.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도 활약(이라 쓰고 폭주)하는 장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편 벨이 세계 3대 퀘스트인 흑룡 토벌에 나설 때 그 옆을 지키는 사람은 아이즈가 아닐까 하는. 그리고 이번에 같이 고생하는 류도. 사실 아르피아와 자르드가 하고자 했던 일에 벨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좀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후반 에필로그와 소책자 부록에 '벨'을 끼워 넣음으로써 이야기는 본편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시사하죠. 아스트레아 레코드라는 이야기는 영웅의 탄생, 영웅의 비기닝 같은? 즉, 이 말은 결국 이들은 엄한 곳에서 삽질을 오지게 했다는 결론을 내버립니다. 더욱이 아르피아는 소책자에서 어린 벨에게 영웅이 뭔지, 은근히 영웅이 되라는 가스라이팅을 해놓고 오라리오에 쳐들어와 까맣게 잊어버리죠. 참고로 아르피아는 벨의 '이모'랍니다. 아무튼 엄한 곳에서 엄한 애들을 쥐잡듯이 해놓고 정작 진짜 큰 쥐(영웅)는 저 당시(대항쟁때)에는 아직 꼬꼬마였다는 사실. 어쨌거나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는 아직 건재합니다. 필자는 아스트레아 레코드가 소드오라토리아 비기닝에 해당하나 싶었는데 '벨'을 끼워 넣으며 본편 비기닝으로 급선회 해버리는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일행은 현자가 있다는 동쪽 대륙에 도착은 했는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4개의 세력이 구역을 나눠 싸움 중이었습니다.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 진영의 레귤러가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주인공과 히로인은 쩌리 취급되어 방치 플레이 당하고 있었죠. 일단 현자를 찾든 일행을 찾든 여기서 움직이긴 해야 하겠는데 포인트가 없으면 구역을 넘지 못하고, 어쩔까 마음 편하게 남의 일처럼 궁상떨고 있었더니 누군가 인상 나빠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와 시비를 털어댑니다. 즉사외엔 이렇다 할 능력이 없고, 여친(히로인)도 지켜야 되는 주인공으로서는 실질적으로 위협을 가해 온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추풍낙엽처럼 떨궜더니 '내 여동생 니가 죽였나?'라며 웬 시스콤이 찾아와 노발대발하는데, 주인공과 히로인은 뭔가 이상한 게 왔다며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이. 그는 대뜸 아무도 알고 싶지 않은 내 여동생이 얼마나 이쁘고 정의로운지 알려 주겠다며 생방송을 시작합니다. 일장 연설이 끝나고 돌아갈 줄 알았더니 아니 왜 히로인을 노리냐고요. 여친(히로인)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세계에 온 이후 역린이 되어 버렸죠. 아마 지구에 있을 때 유일한 이해자이자 그를 보살펴 주었던 '아사카 씨'를 히로인에게 투영하고 있는 거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주인공을 유일하게 컨트롤 가능한 인물이기도 하죠.

여신과 싸우다 패해서 봉인 당해놓고, 화풀이로 지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봉인에 가담한 죄라는 얼토당토않는 이유를 붙여 생물 종말론을 펼치며 눈에 띄는 대로 다 죽이고 다니는 망나니 신(神) UEG도 동쪽 대륙까지 쫓아와 대환장 파티를 벌이고 있습니다. 보통 이 작품에서는 그게 무엇이 되었든 등장하자마자 주인공에게든 지들끼리 싸우든 금방 리타이어 되는 것과는 다르게 끈질기게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강자를 찾아 싸운다며 여느 작품들에서 주인공급으로 활약할 만한 등장인물들을 죄다 요단강 건너보내버리는데, UEG든 주인공급이든 그 힘들이 그냥 나무야 미안해를 우습게 발라버리는 리밋을 해제해서 싸워대는 게 재미있습니다. 다중 우주론, 무한 평행세계에서의 '나'라는 존재론, 그걸 우습게 발라먹는, 타노스는 명함도 못 내밀 UEG. 그녀(일단 겉모습은 어린 여자애)는 아직도 배가 고픈지, 엑스맨이나 마블에 등장할 거 같은 온갖 히어로를 모아둔 학원도시에 마치 꿀벌 집을 습격한 말벌처럼 보이는 족족, 사는 게 재미없어 환생하겠다며 가출하여 학원에서 힘숨찐 여학생으로 살아가던 마왕도 한주먹 거리도 되지 않는 파워 인플레를 보여줍니다. 대체 뭘 보고 있나 싶을 정도로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풀어 내죠. 그리고 대망의 주인공과 조우합니다.

한편 뿔뿔이 흩어졌던 일행도 UEG의 활약(?)으로 어쩌다 보니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사실은 현자의 돌은 사실적으로 몸체가 소분된 진토베기 여신이었고 뿔뿔이 흩어졌던 돌을 모아서 뭉치니까 소녀가 되었는데 주인공이 성의 없이 이름 붙여준 '루'라는 소녀도 있었죠. 그리고 그녀에 의해 봉인되었던 UEG. 뭔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장면이 지금 시작됩니다. 그런데 우주를 수십, 수백 번 멸망 시킬 수 있는 신(神)들이 모여 장엄해야 될 장면에서, 자석의 같은 극에 이끌리듯 서로가 만났지만 아직은 조각들이 덜 모여 기억이 애매해놓으니까 UEG 왈: 니가 날 봉인한 거임? 루: 글쎄 기억이 안 남,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음? UEG 왈: 기억은 없지만 그런 기분이 드는데? 같은 콩트를 찍어대는 장면들이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주인공과 히로인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죠. 외에도 몇이 더 합류하지만 어차피 쩌리 취급도 못 받는 인물들이니까 설명은 생략. 자, 우주 전체를 수백 번 멸망 시킬 수 있는 UEG를 상대로 아무리 즉사치트가 만능이라도 범우주를 넘어서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주인공과 비슷한 즉사치트를 가진 능력자들이 널린 게 이세계고, 그런 능력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요단강 건너로 보냈던 UEG. 다들 주인공급이지만 1회성 캐릭터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드물게 거의 3권 분량을 차지하며 장수했던 UEG의 운명은?

맺으며: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아낌없이 써먹는 유일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여느 작품에서라면 주인공급인 능력자들이 발에 치일만큼 등장하고, 엑스트라처럼 리타이어 되어 버리죠. 이번에는 학원에 그런 능력자들을 몰아넣어 놓고 뭔가 세계정복이라도 할 기세였지만 그냥 바다 생물의 먹이에 지나지 않다는 역설적인 장면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UEG의 억지스러운 봉인 동조자론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사회 경험을 간접적으로 시켜주기도 하죠. 힘을 가진 자가 멍청하면 어떤 꼴이 일어나는지 반면교사 같은 작품이랄까요. 아무튼 이세계는 이세계 나름대로 멸망 테크 타는 중이고, 지구는 지구대로 오컬트(괴담)로 세계가 멸망할 기세라고 외전에서 잔잔하게(?) 풀어 놓습니다. 사실 외전이 더 재미있다고 할까, 현실적이라고 할까, 외전에서는 우리가 흔히 괴담으로 여기는 이야기들이 현실로 일어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야기들을 보여주는데요. 그런 세계에서 주인공은 지하에 마련된 연구시설에서 '아사카 씨'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냈고, 성장하면서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인간다운 면모를 갖춰가죠. 이때까지 나온 얘기로 유추해 보면 주인공도 오컬트의 한 장르가 아닐까 싶긴 한데 이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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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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