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노골적인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5권을 읽으면서 다른 작품과 비교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설정들이 있어서 이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을까 하는데요. 이 작품의 주된 기반이 되는 건 VRMMORPG <THE NEW GATE>이라는 게임이고, 어느 날 게임은 탈출 불가(로그아웃 불가)가 되어 버립니다. 게임 내에서 사망은 곧 현실의 본인도 사망한다는 것, 그리고 이번 5권에서 밝혀진 바로는 악성 PK 유저가 많이 있다는 것, 최종 보스를 클리어하면 로그아웃이 가능하다는 것, 주인공에게 여친이 있다는 것, 게임 내에서 모종의 사건 때문에 주인공은 미친 듯이 PK 유저들을 살육하고 다녔다는 것, 덤으로 하렘.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같지 않나요. 필자가 설명할 필요도 없이 SAO가 떠오르죠. 이 작품(뉴 게이트)의 주인공도 최종 보스를 클리어하고 다른 유저들이 로그아웃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여기서 SAO와 차이점은 '키리토'는 현실로 돌아간 것과 다르게 이 작품의 주인공은 게임 내 시간으로 500년 후의 판타지 세계로 전생한다는 것이군요.

자, 그럼 여기서 두 작품 중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가 관심사인데 SAO가 2001년쯤부터 넷상에 연재했고, THE NEW GATE는 2013년부터 연재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5권을 읽으며 참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SAO 따라 한다고 그럴 텐데, 사실 이 정도 소리 들으면 양호한 편이고 아류작이니 베꼈느니 하면 참 감당이 안 되겠더라고요. 주인공 '신'은 '키리토'처럼 미친 듯이 열렙해서 게임 내 최강자의 자리에까지 올라섰어요. 이것만 아니었다면 희망(?)이 좀 있었을 텐데 주인공은 인생의 1/3을 게임에 투자할 정도로 폐인급이었으니 최강자가 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는 없었겠죠. 아무튼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되나 고심하며 평을 찾아보니 왜인지 그런 악평(?)은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괜히 필자만 손해 봤습니다. 하기야 필자도 이 작품이 있는 줄 최근에야 알았으니 필자보다 라노벨에 관심이 적은 분들은 접할 기회가 더 없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어쨌거나 SAO에서는 '래핑 코핀'이 키리토와 대적했다면, 이 작품에서도 그에 준하는 악성 PK 유저들이 있다는 것이고 주인공 '신'은 그들과 적대하는 관계로 나옵니다. 이번 5권에서는 그 PK 유저들도 환생을 거쳐 이쪽 세계로 넘어왔고 마을을 궤멸 시키는 등 여전히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조만간 주인공과 마주해서 처절한 싸움을 펼치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요. SAO가 먼치킨이면서도 이런 점(먼치킨)이 희박했던 건 '래핑 코핀'이라는 PK 집단과의 대립을 그렸기 때문이죠(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요).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과 그런 PK 유저랑 대립 시키면서 주인공의 먼치킨을 희석 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의 주인공에겐 지킬 것이 많아요. 물론 히로인들도 하나같이 먼치킨이어서 쉽게 당하지는 않겠지만 상대는 그런 점도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악질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이 작품이 기대되는 점이기도 하죠.

다만 이런 기대되는 이야기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은 완만해서 한 권에 며칠식 밖에 흐르지 않는 데다 일상생활 이야기를 상당히 디테일 있게 그려 놓으며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지라 떡밥이 흘러나오고 회수되려면 몇 권이 지나야 되더라고요. 이번 5권에서는 PK 유저들이 언급될 뿐이군요. 그보다는 몬스터 범람으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쳐 싸워 나가는 걸 그리고 있는데 사실 이건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이 워낙 강해서 그리 중요하지는 않아요. 문제는 누가 몬스터 범람을 일으켰느냐고 주인공은 그 범인을 찾게 되죠. 그리고 PK 유저와 더블어 새로운 적대 세력이 있다는 걸 알아갑니다. 그리고 새롭게 진행되는 이야기로 주인공에겐 여친이 있었고 모종의 사건 때문에 떠나보낸 후 수라의 길을 걸으며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한 적이 있다는 등 상당 부분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하는데요.

그렇다면 과거의 이야기에서 과거의 연인이 언급되는 건 필연적이고 여기서 대두되는 건 '현재의 여친'이 되겠죠. 뉴 게이트 게임 내에서 서포트 캐릭터(NPC)였다가 이쪽 판타지 세계에서는 생명을 가지게 된 '슈니'의 경우. 뉴 게이트 게임 내에서 수라의 길을 걸으며 반미치광이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을 알고 있는 '슈니'가 PK 유저들도 환생했다는 걸 알게 된 주인공이 다시 수라의 길을 걷지나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서 여타 히로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지고지순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마음에 망설임을 보이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옛여친을 그리워하며 '슈니'의 마음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그리고 은근히 신경 쓰기 시작하는 '티에라'도 있고, 주인공과 결혼해서 붙잡아 두려는 왕녀도 있고, 천벌이나 받아 버리지 같은 환경 속에서 뉴 게이트때 같이 어울리던 유저들과 상봉하는 등 이야기가 상당히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메인 히로인 '슈니'가 이쪽 세계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같은 소소한 재미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녀(슈니)는 인지를 초월한 능력자(이쪽 세계에서는 선정자)로 여러 난제를 해결해 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죠. 거기다 하이 엘프로서 한 인물도 하고요. 그녀가 발행하는 소개장은 국왕 칙서보다도 더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정체불명(주로 주인공)의 사람도 그녀의 소개장만 있으면 절대 신뢰를 받는 등 다소 편집적인 측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그녀의 주인이라고 밝혀지면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같은 흥미진진한 면도 있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를 필사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죠. 밝혀지면 당연히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나올 테니까요. 지형지물을 바꿔버릴지도 모를 힘을 소유한 주인공을 자신(귀족이나 왕족)의 수하로 둔다면? 이런 이야기도 재미있을 텐데 이 부분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하다고 할까요. 어쨌거나 읽으면 읽을수록 SAO와 유사한 흐름이긴 한데 이걸 차별화해서 어떻게 풀어갈지는 전적으로 작가에게 달렸습니다만, 일본에서 18권까지 나왔다는 건 어느 정도 차별에 성공했다는 뜻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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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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