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에 이어 나이즈까지 무사히 영입을 하면서 밀레디는 세계정복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망할 민폐X으로 요약할 수 있는 그녀의 활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고구마를 트럭째 선사해주었죠. 마왕(신)을 쓰러트리러 가면서 동료는 모아야겠고, 힘 좀 쓴다는 남정네에게 말을 걸었더니 앞가림이나 잘 하시지라는 말을 듣는다면 며칠은 삐질 수 있겠건만 우리의 철면피 밀레디는 내뱉는 말은 있어도 들어오는 말은 죄다 블랙홀에 집어넣는지 세상 철면피가 따로 없다는 것마냥 불굴의 의지로 들이밀은 결과 성공적으로 하렘을 만들었군요. 아닌 게 아니라 셋이 노닥거리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상업지를 너무 봤나 싶은 게, 필자의 심정을 대변하듯 여관 겸용 식당에 들렀을 때 여급이 그런 관계(3ㅍ)인 줄 알고 얼굴을 붉히는 거 보니 작가도 노린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런데 3명으로는 레이드 뜨기엔 뭔가 모자라는 감이 있군요. 그래서 서쪽 바다에 있다는 성녀의 소문을 주워듣고 그녀를 영입해볼까 합니다. 안디카라는 섬에서 전해져오는 [서쪽 바다의 성녀]라... 이들은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길을 떠나요. 필자는 밀레디가 이번엔 또 어떤 민폐짓을 보여줄까 가슴이 두근두근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상대의 입장 따윈 개나 줘버리고 프리티 한 밀레디랑 함께 레이드 뜨러 가자고? 밤낮없이 찾아오고 뚜뚤겨 패서 쫓아내도 다음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찾아온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고약한 건 밀레디의 마법적 능력은 신대 마법 사용자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게 출중하니 이쪽이 아무리 능력으로 내쫓아도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며 달라붙으니 진심 스토커에게 쫓기는 기분이 과연 이런 걸까 싶었을 겁니다.

 

그 기분의 희생양이 될 새로운 존재를 찾아 3만 리가 시작되는데...

 

세상 모든 깐족거림은 다 모아놓은 듯 밀레디의 깐족거림은 더욱 진화해서 읽는 독자조차 혀를 내두르게 하는군요. 서쪽 바다의 성녀를 찾아 여행을 하며 오스카를 먹잇감으로 삼아 밀레디가 선보이는 깐족거림은 미친X 그 이상은 아니라는 듯 거침이 없습니다. 그녀의 깐족거림은 나이즈도 비켜가지 못해 그의 약점을 잡아 깐족거리는 모습은 죽을 때 곱게 죽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아 버리죠. 이미 본편에서 이들의 여행 종착지는 정해져버렸으니 아마 이들의 끝을 고하게 되는 원인의 9할은 밀레디의 깐족거림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밀레디를 제외한 그녀의 동료들이 처한 현실은 비참하다 할 수 있습니다. 노파심에서 쓰자면 굴욕적이고 시산혈해의 비참함이 아니라 뭔가 말싸움에서 진 기분의 비참함이라 하겠군요.

 

그렇게 밀레디의 깐족거림으로 고구마가 트럭째 오가는 끝에 안디카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교회에서 낙인찍은 이단자의 낙원, 동시에 신에게 버림받은 지옥, 신앙 없는 자의 유배지, 이단자로 몰려 도망친 끝에 다다른 망망대해의 섬, 그곳에서 밀레디를 위시한 오스카와 나이즈는 성녀를 수소문해봅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블랙뻘의 해적선에 관한 소문은 이들에게 있어서 길조일까 흉조일까.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 아이들이 마음 놓고 웃고 떠드는 세상, 그것을 위해 여행을 떠났던 밀레디를 맞이하는 건 무엇. 처형인의 일족으로써 묵묵히 이단자들을 처형 해왔던 그녀의 눈을 뜨게 만들었던 벨타라는 여성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라고 했지만 작가가 자신은 중2병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 작품에서 심각함은 찾아볼 수 없군요.

 

이대로 리뷰를 끝내기엔 뭔가 허전하니 이 작품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제일 많이 차지하는 밀레디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해보자면요. 그녀는 신입생을 동아리에 입부 시키려는 선배의 끈질김과 유흥점 삐끼처럼 집요함을 겸비하였죠. 남의 말을 안 듣습니다. 정중히 거절하고 갈려는데 자꾸만 소맷자락을 붙잡아요. 그래서 약간 성질내며 놔주세요. 해도 안 놔줘요. 울컥해서 한대 때리면 그때부터 말려들어가게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죠. 근데 이런 깐족거림과 민폐 덩어리의 클리셰라고 해야 될까요. 이야기는 그녀의 이런 행동 뒤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사는 세상을 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자유로운 의지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짊어지고 있기에 나오는 행동이라고 역설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그런 그녀의 이면을 들여다본 오스카와 나이즈는 그녀의 뜻을 같이 하고자 하죠.

 

그녀의 깐족거림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 읽는 내내 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가족을 참살하고 홀로 세상에 나와 [해방자]의 리더가 되어 십자가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투쟁은 험난하기 그지없죠. 작디작은 소녀가 홀로 세상에 맞서 가야 되는 외로운 투쟁, 꺾일 거 같은 마음을 애써 웃음으로 감추려는 연약한 모습, 그런 처절함을 감추기 위해 그녀는 깐족거림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걸 봤기에 오스카와 나이즈는 그녀를 위해 목숨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걸 중2병으로 분위기 다 말아먹는 작가의 센스는 덤이고,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듯, 밀레디 강화판의 등장은 그녀(밀레디)를 궁지로 몰아넣죠. '메일'이라는 해적 소녀(20대를 소녀라 불러도 되는지)의 등장은 깐족거림의 대명사 밀레디를 격침 시켜버리는게 상당히 통쾌합니다.

 

뭐, 그렇습니다. 성녀 찾아 3만 리의 끝에서 쉽게 쉽게 일이 끝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블랙뻘의 저주가 시작된다고 할까요. 성녀 찾아 머나먼 바다 한복판까지 와서 이들이 본 것은... 과연 밀레디는 무사히 성녀를 찾아 동료로 맞아들일 수 있을까. 그전에 밀레디의 깐족거림을 못 견디고 성녀는 자/살 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교회 신자들과의 싸움, 이미 본편에서도 이골이 났지만 중2병식 마법과 대사가 엄청 날아다닙니다. 오글오글. 갑자기 가족적 분위기도 이어지고 남의 가정사도 뒤지고 참 바쁘게 450여 페이지의 분량을 허투루 쓰지 않는 작가의 능력이 좋습니다. 부끄러움은 읽는 자의 묷이라는 것마냥, 라이트 노벨의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과 합쳐진 앙상블은 다음 권은 오글거려서 못 보겠다 싶을 정도죠.

 

맺으며, 하도 가볍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이러니까 종국에 그 꼴 나지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더군요. 이런 흐름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애니메이션 보다 보면 여자애를 찬양하며 마지 텐시(진짜 천사) 같이 오글거리는 거 있잖아요. 밀레디의 깐족거림과 합쳐져 거의 300여 페이지 가깝게 이런 오글거림이 이어지다 보니 읽기가 참 힘들었군요. 나쁘다는 건 아닌데, 본편에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긴 한데, 밀레디의 깐족거림과 어우러지니 민트 케이크처럼 접하기가 겁난다고 할까요.

하아...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 '메일'의 에피소드가 잔잔한 가족물 분위기여서 집중은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재미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라고 헷갈리실 텐데 필자는 웬만해서는 재미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재미는 주관적이기에... 그건 그렇고 초반에 세계정복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그냥 흥미를 끌까 해서 써놓은 것이고 진짜 목적은 신들과의 싸움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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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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