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두 번째 용사는 복수의 길을 웃으며 걷는다. 7권 리뷰
매우 매우 매우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하세요.
기껏 집에 보내줬더니 왜 또 돌아오고 그러세요. 마왕을 무찔러 달라고 성녀 '메테리아(이하 성녀)'는 다른 세계(지구)에서 용사(카이토, 이하 용사)를 소환했더랬죠. 근데 이 mi친늠이 죽이라는 마왕은 안 죽이고 글쎄 사랑에 빠져서는 소꿉놀이나 하고 자빠졌으니 배알이 단단히 꼬여 버려요. 나아가서 성녀는 어디서 어떻게 호감을 안게 되었는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을 정도로 용사 앓이를 해버리죠. 그러나 1회차 인생 때는 성녀라지만 별다른 권력이나 힘도 없었고, 표면적으로 마왕 무찌르러 싸돌아 다니느라 바쁜 용사에게 접근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순혈주의 왕녀 '알레시아(이하 왕녀)'가 용사를 달달 볶아대도, 망둥어(왕녀)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고 용사 일행이었던 아무개씨들에게 의해 1회차 용사가 비명횡사할 때도 그저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2회차 인생입니다. 성녀는 이번에야말로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용사를 현실 세계(지구)로 보냈다가 나중에 다시 소환하려 했는데요. 그런데 현실로 돌아간 주인공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자, 등가교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내놓아야만 하죠. 용사를 이세계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무엇일 필요할까. 마력(생명), 성녀는 자기가 한 짓을 용사가 용서해줄 거라 생각한 것일까. 현실 세계에서 용사에게 남은 건 여동생 '마이'와 친구 '유토', 다른 사람은 용사를 이세계로 소환하기 위한 재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선 눈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실종 사건과 사건 때 출현한 마법진으로 인한 출구도 없는 이세계 전이 광풍이 불고 있었더랬죠. 그 한가운데에 떨어진 용사와 그의 여동생 마이, 그리고 친구 유토는 광기가 몰아치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 현실 세계에 계속 있어봐야 이세계 전이에 목숨 거는 날파리들에게 시달릴 거라는 자명한 것. 용사는 이세계에 아직 못다 이룬 복수와 남겨진 미나리스와 슈리아를 외면하지 못해 다시 이세계로 전이할 것을 선택합니다. 이번엔 여동생 마이와 친구 유토와 함께.까지가 6권의 이야기이고요. 7권은 이세계로 다시 전이해와서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복수자를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엔 직접적인 대상자는 아니고 1회차 때 마왕이자 연인인 '레티시아'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자 수인과 레티시아 언니(이하 언니)가 그 대상자들인데요. 참고로 여기서 설정 파괴가 있습니다. 초반(1권)때 분명 용사가 동료들과 함께 마왕(레티시아)을 무찔렀다고 그래놓곤 이번엔 레티시아의 죽음을 다르게 표현 해놨더군요.
아무튼 용사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1회차 기억이 있을 리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상자들을 찾아내고 1회차 때 기억을 심어줘서 대의명분을 얻어 고문 끝에 세상 하직하게 만들죠.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용사는 복수에 눈이 멀어 고문의 강도가 상당히 악랄하다는 것인데요. 서로 연인 사이인 대상자들에게 용사는 둘 중 하나가 희생하면 다른 한쪽을 살려준다는 감언이설을 내뱉고 대상자들은 그걸 믿어 버리죠. 서로가 희생하려는 장면 장면은 정말 용사와 입장이 바뀐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용사가 악이고, 대상자가 선) 애절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근데 여기서 문제는 대상자들이 자기들만의 이익이나 왕녀(알레시아)처럼 순혈주의라는 정의(정의란 사람 수만큼 있다고 생각함)에 입각해 주인공과 레티시아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면 주인공(용사)에게 대의명분은 확실했을 거라는 건데요. 하지만 사자 수인과 언니는 옛부터(1회차때부터?) 조사를 통해 이세계의 진실에 다가섰고, 이세계는 곧 파멸할 거라는 걸 알아가죠. 둘은 그걸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그 부산물로 용사와 레티시아가 희생이 되어 버린,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요. 문제는 주인공(용사)은 그런 것엔 안중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광기란 무엇인가. 이번 이야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냉혹하고 순수하기에 잔인한 어린애 같은 용사'라 할 수 있습니다. 용사에게 있어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아닌 내 기분이 풀릴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상대의 이야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요. 오로지 자신과 레티시아가 죽은 것만 억울해 하며 세상 존재하는 모든 고문을 동원하여 사자 수인과 언니를 바로 죽이지도 않고 고문을 해대는 용사와 그 일행의 만행은 사실 도가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잔인하기 이를 데가 없어요. 여기에 2회차때는 아직 살아 있는 마왕 레티시아까지 합세하죠. 레티시아도 1회차 때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으니, 대상자들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고문을 이겨내며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아 가요.
하지만 주인공 일행에게 있어서 자비란 찾을 수가 없어요. 살아 있는 상태에서 회를 뜬다는 의미. 어떻게 이런 표현이 정식 발매되는 도서에 실릴 수 있을까 하는 묘사는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대상자들은 자신들의 옳은 일을 위해, 소위 말하는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 시킨다는 것. 세계를 구하기 위해 방법이 틀렸던 것일까. 대화를 통하면 상대는 들어 줬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까. 여기서 굉장히 안타까운 건 보통 자신들이 부조리를 당하면 저주를 퍼붓거나 욕을 하거나 그러잖아요.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당성을 끈질기게 주장하거나, 그런데 이번 대상자들은 그런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보다 안타깝게 하죠.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알고 있기에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은 먹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맺으며, 진짜 광기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용사라 하면 절대 선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절대 악이 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악랄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줘요. 죽임을 당했으니 되 갚아준다는 대의명분은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항상 다툼에서 '정도'를 따지는 걸 필자는 매우 싫어하지만 이 작품은 정도를 벗어난 게 아닐까 싶은, 용사 일행 모두가 광기에 몸을 맡겨 버리죠. 2회차 레티시아까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레티시아와 재회에 성공한 용사는 1회차 복수 따윈 버려 버리고 2회차 때는 아직 살아있는 레티시아를 다시 잃지 않기 위한 삶을 살았으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부창부수라고 그 남편에 그 부인이라는 말이 괜히 있지 않다는 것마냥 용사가 광기에 몸을 맡기는 것을 말리기는커녕 함세해서 광기를 보여주니 이놈들 죽을 때 제명에 못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진부한 말이 있죠. 아무리 적군이라도 죽일 때는 고통을 주지 않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기껏 새로운 인생을 얻었는데 복수는 잊고 새로 출발하라는 말은 할 수는 없어요. 이건 피해자의 울분을 헤아리지 못하는 처사라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증오는 새로운 증오를 낳을 뿐이라고도 합니다. 주인공 일행이 저지르는 복수는 새로운 증오를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엿보인다고 할까요. 그래서 복수에 들어가면 철저하게 모두 짓밟는 모습은 새로운 증오를 낳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이것은 곧 주인공은 겁쟁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죠. 미X놈과 미친X이 만만 환상의 콜라보가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연재 중단을 해버렸죠. 일본에서 7권을 끝으로 더 이상 발매가 안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꼽사리: 7권 후반에 급진전되는 이야기가 더 있는데 이건 언젠가 8권이 나오면 언급해보겠습니다. 성녀 포함해서 이야기가 너무 급진전되어서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