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5권(完) 리뷰

현석장군 2020. 2. 29. 21:52

 

본 도서를 다 읽은 지 만 하루가 지나가는데도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게요. 내가 뭣 때문에 완결까지 읽었을까 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필자는 흥미를 잃으면 과감하게 손절해버리거든요. 특히 이 작품처럼 싸구려 멘트 날리며 간들어지는 내레이션(주변 설명)은 정말 닭살 돋아서 패데기 칠 때가 많아요.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건 그래도 내용이나 설정 자체는 괜찮았기 때문이긴 합니다. 200년 전 연금술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마리엘라'는 느닷없이 몰려오는 몬스터 대군 '스템피드'를 피해 가사(잠)에 들어갔고, 깨어나 보니 200년 후였어요. 그런데 200년 전엔 동네 우굴거리던 연금술사들은 멸종을 해버렸고, 졸지에 그녀(마리엘라)만 연금술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죠. 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무것도 모른 채 백치미 상태로 도시로 찾아왔어요. 돈이 되는 애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겠죠.

 

하지만 애초에 이 작품은 포션 만들기 입문서 같은 것인지라 뒷세계 같은 다크 한 이야기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어디 잡혀가서 죽을 때까지 쪽쪽 빨리는 그런 전개는 없어요. 그녀를 처음 주워서 보호한 곳도 정의로운 곳이고, 미궁(던전)을 최우선으로 공략하기 위해 다소 물리적으로 인권침해할 소지가 다분했던 군(軍)에서조차 그녀의 신분을 감추고 호위까지 붙여주며 대접을 해주기에 이르죠. 그만큼 200년 후에는 연금술사가 멸종을 해버렸다는 의미인데요. 멸종 이유는 스포일러니까 일단 넘어가고요. 아무튼 연금술의 주 생산품목이 포션이고 200년 후에는 연금술사가 귀하다 보니 당연히 포션도 귀한 취급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미궁을 없애야 되는 군의 입장에서는 마리엘라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죠. 위에서 인권 침해가 없다고는 했습니다만. 무리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미궁 도시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정령 엔달루지아가 미궁(던전) 주인에게 잡아먹히고 있으니 어떻게 손쓰지 않으면 미궁 도시는 궤멸된다는 진단이 나와요. 200년 전부터 미궁을 없애기 위해 인간들은 무던히도 애써왔지만 아직 그 끝에 도달하지는 못했죠. 그래서 마리엘라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는데, 문제는 호구 미사일 같은 마리엘라가 포션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좋다고 마구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값을 받긴 하는데 뭔가 포션빨의 카오루처럼 좀 현실적으로 살아도 될만하겠건만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허구언날 포션만 만들어대니 설정은 괜찮은데 재미가 있을리가 없죠. 재료를 구해다 조합하고 지맥과 연결해서 어쩌고 같은 설명이 대단히 많이 들어가 있어요. 한편으로는 작가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고, 한편으로는 이걸 우리가 알아서 뭐 하게?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이 땅에 축복을 내려주는 정령 엔달루지아를 구출하기 위해 미궁 최하층으로 달려가는 군의 배식 담당 식모처럼 딸려가서 포션을 만들어대는 모습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난감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군요. 마리엘라는 왜 이리 고생을 자처하는 걸까. 잠에서 깨어나 도시로 와서 포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무기화해서 자신의 안위부터 챙기는 게 순서잖아요. 뭘 믿고 남자들만 우굴대는 곳에 갔을까. 이 작품은 전연령가였길 망정이지(아니 그게 발매사가 제이노블이라면 전연령가라도 안심하면 안 됨), 군은 또 얼마나 무능하면 일개 여자애에 불과한 마리엘라에 의지해서 자신들의 힘으로 이룩해야 할 업적에 그녀가 만든 저녁밥상에 숟가락을 얹기 바쁜 모습을 보일 뿐인 게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그녀의 포션이 없었다면 미궁 도시는 궤멸 코스였다는 건 언급조차 하지 않아요.

 

뭐, 사실 마리엘라는 남을 의심하지 않는 착한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런 사람을 칭찬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요컨대 이 작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인생의 지침서 같은 거라고 할까요. 사람이 착하게 살면 그만큼 친구가 늘어나고 복받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심사 뒤틀려서 호구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요. 그렇게 미궁 최하층에 도착해서 마리엘라가 본 것을 이 작품 성격에 맞지 않는 시리어스였으니 작가가 뭘 잘못 먹었나 싶더라고요.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서, 아무튼 그렇게 어찌어찌 끝나가긴 합니다. 그리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라고 살짝 먹먹한 장면도 있고요. 그러나 이젠 마리엘라 주위에는 열 손가락 다 세지 못할 만큼 친한 사람들로 둘러 쌓여 있으니 외롭진 않겠죠.

 

맺으며, 쓸데없는 설명이 너무 많아요. 날로 먹는다고 하죠. 작가 딴에는 사랑스럽게 표현(라티나 주연의 우리 딸이라는 작품도 유사)한 듯한데 필자같이 심사가 뒤틀린 사라이 본다면 닭살만 돋을 뿐입니다. 저질 멘트에 저질 개그로 밖에 보이질 않아요. 그래서 2권쯤에 바로 손절하려고 했는데 마리엘라의 스승이 궁금해서 계속 구입했습니다만. 정작 그 스승은 술고래에 별다른 임팩트는 없고, 완결 시점에 스승의 정체에 대한 복선만 잔뜩 뿌려대는 무책임한 작가의 만행에 경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간들어지는 설명까지는 참겠는데 남자 주인공인 '지크'는 정말 에러 중에 에러였다고 생각이 들었군요. 주인공으로써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러스트도 그렇고, 옛 조상이 왕족이었다는 둥, 정령의 후손이라는 둥 근본 없는 족보에, 그를 노예로 구입해놓고선 좋아하는 감정에 빠지는 마리엘라 하며 총체적 난국이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