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일기 5권 리뷰 -아저씨, 천적을 만나다. 아니 외나무에서 만난 원수-
스포일러가 매우 많이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아저씨(제로스, 주인공)는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든 죽이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직장을 다니던 아저씨는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죠. 거기에 온라인 게임 [소드 앤 소서리스]에서 난다 긴다 하는 섬멸자로 잘 나가고 있기도 하였고요. 그러던 어느 날 친누나가 집에 쳐들어와 눌러 살기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누나의 모토가 '너의 것은 나의 것, 세상의 모든 돈도 내 것,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건 당연,' 이러한 모토로 일도 안 하고 동생 집에 눌러 앉아 거머리처럼 피를 쪽쪽 빨기 시작했더랬죠. 급기야 3층에 사는 전무(아저씨 직속 상사)와 바람까지 피우는 통에 그의 입지는 날로 좁아만 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거머리를 떼어놓을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요. 참다못해 뭐라고 하면 주변인들을 끌어들여서 자기가 피해자인 양 오히려 동생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 버리는 제주가 있어서 질이 더욱 안 좋아요. 피를 나눈 남매가 졸지에 천적이자 원수가 되어 갔죠.
결국 누나는 동생이 다니던 회사 기밀을 빼다가 경쟁사에게 넘겨 줘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립니다. 이 일로 동생, 아저씨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시골로 내려와 텃밭을 일구며 모든 걸 잊고 사는데, 어느 날 불쑥 누나가 찾아왔어요. 그리고 돈 좀~ 이럽니다. 안 준다고 하니까 누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며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인 양 행세하는데 아저씨 부처가 따로 없어요. 그쯤 이세계 4신(死신 아님, 신이 4명이라는 소리)이 사신(死神)을 아저씨가 사는 세계, 아저씨가 하던 게임에 유기하는 일이 벌어져요. 그것도 모르고 아저씨는 게임을 하면서 사신을 최종 보스인 줄 알고 클리어했는데 왜 그러는지 몰라도 컴퓨터가 폭발하면서 이세계로 와버렸어요. 뭐, 이세계로 와버린 건 어쩔 수 없으니 그래도 현실 지식을 이용해 개변에 가까운 짓을 서슴없이 저질러 주시는데요. 그게 이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안중에도 없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모습은 누나를 뭐라 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였죠.
그렇게 아저씨는 이세계를 만끽하며 살아기로 마음먹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세계에 도착하고 인연을 맺은 공작가의 장남을 호위하던 중 뜻하지 않게 만나요. 천적이자 원수를요. 어째서 '누나'가 이세계에 와 있는 거지? 영문을 모르겠네. 그것도 암살자라는 직업을 가지고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누나는 아저씨가 호위 중인 공작가 장남을 처리하기 위해 아저씨 앞에 나타나요(정확히는 아저씨가 나타난 거지만). 이제 못볼줄 알았던 누나를 보게 되자 아저씨 입꼬리가 올라가요. 현실에서는 법률로 어떻게 하지 못했는데 이세계에선 그딴 거 없다.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처럼 아주 신이 나신 아저씨는 자작 오토바이로 교통사고로 위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누나를 지워 버리려고 혈안이 되어 가죠.
동생에게 쫓기면서 누나의 만행이 만천하에 다 까발려버지는데, 이세계에 와서도 지버룻 개 못 주고 오히려 현실세계보다 더 악독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어요. 인신매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누나의 범죄는 악랄하기 그지없었죠. 저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 건 당연, 반성이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 없다.'라는 모토가 이세계에 와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것이군요. 그런 주제에 이런 것들이 범죄라는 의식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게 질이 더욱 안 좋게 다가와요. 동생에 쫓기면서 누나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냐고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데 이거 누나가 골로가면 분명 카타르시스가 장난 아니겠다는 식으로 작가는 글을 써대기 시작하죠.
근데? 작가 양반?
어쨌거나 명이 질긴 누나는 내버려 두고요. 문제는 아저씨를 이세계로 날린 4신에 대해서군요. 날뛰는 사신(死神)이 자기들이 감당이 안 된다고 다른 세계(지구)의 게임에 유기 시켜버리고, 그걸로 인해 대량의 사람이 죽었는데도 나 몰라라. 이것을 알아가는 아저씨는 복수를 다짐하죠. 사신이 감당 안 돼서 다른 세계에 유기한 4신이 사신을 죽인 아저씨를 상대할 수 있을까.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4신의 악랄한 짓거리에 대항하고자 지구의 신이 죽은 사람들을 죄다 4신이 있는 세계로 전생 시켜버렸다는 것이군요. 즉, 4신에 복수하고자 하는 전생자들이 우굴거리게 되면서 이야기가 새로운 양상을 띄기 시작합니다. 전생자들 공통점은 [소드 앤 소서리스]의 유저들이고 하나같이 이세계 주민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자들이라는 것(일부 제외), 그리고 4신을 믿는 신전을 가진 [메티스 성법신국]에서 용사들을 소환하면서 일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요. 이 용사들이 또 주인공 성격을 건드릴만 한 일들을 저질러주고 있어서 앞으로 둘이 충돌하는 장면이 매우 기대된다고 할까요.
또 근데, 아저씨는 지금 뭐하고 있는? 지금 마당에서 잡초나 뽑고 있을 시간이 있나?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4권에서 하차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 회원 등급을 유지하려고 부득이 구매를 하였죠(구매할 책이 없었음). 다행히도 이번엔 매우 흥미진진하게 흘러 가줘서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그래도 여전히 간드러지는 가벼운 내레이션은 짜증을 불러오고,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한데 소아성애자를 호색가로 포장(?) 하는 등 윤리관은 여전히 상식을 벗어나 있는 것도 짜증을 불러왔군요. 그리고 제일 참을 수 없는 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뭔 설명을 이리도 해대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들이 매우 많다는 것인데요. 가령 빵이 하나 있다 치면, 밀은 어디서 생산되었고 어떻게 키웠는지 어떻게 빻았는지.. 까지는 좋아요. 근데 밀의 분자구조가 궁금하지 않아?라고 하신다면 듣는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일부를 제외하고 밀의 분자구조 따위 우리가 굳이 알 필요는 없죠. 요컨대 쓸데없는 설명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필자에게 더욱 문제는 이번 달에도 온라인 서점 회원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6권을 구입해버렸다는 것이군요. 이걸 또 읽으려니 암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