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7권 리뷰 -전설의 시작-

현석장군 2020. 4. 4. 23:20

 

정말 '프란'은 '스승(주인공)'이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을까 싶군요. 진화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계를 떠돌았던 부모님과의 여행은 빈말로도 즐겁지가 않았습니다(대충 예상). 그 부모님도 여행 중에 쓰러저 돌아오지 못하는 객이 되어 버렸고, 이후에 부모의 유지를 받들어 프란도 진화를 이루기 위해 홀로 여행을 하였었죠. 그러다 노예상에 붙잡혀 팔려가면서 나에게 검이 있었더라면이라고 되뇌어 봐도 돌아오는 건 곰 마물의 먹이 역할이었고, 여기까지인가 싶을 때 스승에게 구해졌었습니다. 스승은 이세계 전생한 지구 인간으로서 하필이면 검으로 환생을 하였죠. 뭔가 실험을 한답시고 마구 설치다가 마력을 빨아들이는 땅에 꼽히게 되는데 프란이 뽑아주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이후 둘은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며 착실히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갔습니다.

 

여행의 끝, 프란과 스승은 흑묘족 진화의 단서가 있다는 올무토에 도착하여 단서를 잡았고 프란은 꿈에도 그리던 진화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무뚝뚝한 프란이 눈물을 보일 때는 얼마나 짠하던지요. 이게 다 멍청하고 못난 조상 때문에 후손이 개고생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먼 옛날 최강의 종족이었던 흑묘족이 욕심을 부려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고, 그 결과 수인이라면 다 하는 진화에 흑묘족만 보다 엄격한 조건이 붙어 버렸죠. 게다가 조건 자체도 알려지지 않은 데다 알아도 사실상 웬만해서는 진화를 이룰 수 없는 조건에 가까웠고, 그 결과 흑묘족 후손들은 다른 수인들에게 멸시와 노예로 팔리는 굴욕을 맛봐야 했습니다. 이제 조건이 개방되면서 다른 흑묘족도 노력 여하에 따라 진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게 되었죠. 그걸 알리기 위해 프란과 스승은 또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이번 이야기부터는 프란의 전설의 서막 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프란은 무투 대회 때 랭크 C의 힘으로 랭크 A의 모험가를 이기는 기염을 토하고 진화를 이뤘다는 게 알려지면서 '흑뢰희'라는 이명이 붙어버렸습니다. 이것은 그녀의 겉모습이 귀여워서 혹은 단순히 재미 차원이 아닌 진정한 실력자로써 존중해준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이제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조아리게 되었죠. 하지만 극 초반이다 보니 여전히 깔보는 인간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욱선생 프란은 다리를 잘라 버리는 건 여전합니다. 그나마 다리만 잘리는 건 행복한 축이고 대부분은 요단강 건너로 가버리죠. 프란은 적이라고 인식한 상대에겐 가차가 없어요. 이번에 바다를 건너면서 해적들을 만나 스킬 연습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해적들을 죽이는 모습은 어딘가 섬뜩하게 합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다음 여행지로 정한 수인국으로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배를 수배하고, 호위꾼으로서 배에 올라타 바다 한복판에서 해적들과 마물떼를 만나 신나게 썰어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몇 권인지 까먹었는데 예전에 신세를 졌던 시드런 해국의 망나니 왕도 해적으로 전락해서 프란의 앞으로 가로막지만 뭐 결과야 말해야 무얼 합니까. 그보다 프란과 스승이 힘을 합쳐도 이기지 못하는 마물을 만나 개고생하는 이야기가 더 흥미롭죠. 이 작품은 줄곧 주인공(혹은 히로인) 아무리 먼치킨을 지향한다고 해도 위에는 위가 있다는 메시지를 줄창 던져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고,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와도 같아요. 뭔 짓을 해도 못 이기는 마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건 그렇고, 프란의 성격을 좀 조절해야 되지 않나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보이더군요. 흥미가 없는 것엔 기억조차 못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사람을 죽이는데 있어서 꽤 잔인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으레 법보다 힘의 논리가 통용되는 판타지에서 자기 힘만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되는 건 어느 정도 공감은 합니다만. 전투에서 상대를 죽이는 거야 어쩔 수 없다손 처도 고문을 하면서 칼로 찌르고 힐을 걸어 치료하고 반복하는 행위 같은,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홀로 지낸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요. 실력은 나날이 늘어도 인격적으로의 성장은 나날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군요. 12살 어린애가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데 있어서 주저나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 게 과연 정서적으로 옳은 일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고 할까요.

 

문제는 이런 프란을 제어해야 될 스승은 일절 관여하지 않아 그녀가 인격적으로 타락하는 걸 방조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군요. 애가 무표정하게 상대 다리 찌르고 힐로 고치고 하는 걸 반복적으로 하는데도 아무런 느낌도 없는지, 아니면 작가가 무감각한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그래도 전투 때나 정보를 알아낼 때만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하나의 위안이긴 합니다. 곤란을 겪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려 노력도 하고, 평소 때는 그 어떤 트라우마도 보이질 않으니 어떻게 보면 매우 강한 정신이라 할 수 있겠고요. 다르게는 애가 관심이 없는 건 기억조차 안 하려 드는 성격이다 보니 싸움은 좋아해도 사람 죽이는 것도 좋아서 하는 게 아닌지라 관심 밖이고 그러다 보니 인격에 영향을 안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낳긴 합니다만. 히로인 치고는 갭이랄지 괴리감이랄지의 폭이 상당히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맺으며, 이번엔 사실 리뷰로써 이야기를 건질만한 게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깃거리 자체가 없는 건 아니고요. 수인국으로 떠나면서 해적들과 마물을 만나 신나게 줘패기도 하고, 그러다 어찌할 수 없는 마물을 만나 개고생도 하는 등 여전히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내죠. 무투 대회(6권) 때도 그랬고, 이번엔 마물을 만나 이세계 전생물 특유의 먼치킨이면서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위에는 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교훈 같은 게 있어서 식상하지는 않습니다. 식상했다면 지금쯤 필자는 욕으로 도배하고 있었겠죠. 다만 프란의 인격 성장에 있어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될 스승은 그녀가 상대의 살을 헤집고 고문을 해도 수수방관 모드이고, 프란은 스승의 무관심으로 일그러져 가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