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포션빨로 연명합니다 5권 리뷰 -업보는 돌고 돌아 불나방으로 승화되다-
장르: 신(神)의 실수로 시작하는 이세계 전생, 이 약으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약장수, 거짓말은 안 했다 진실도 말 안 했지만 약팔이, 신명(神名)으로 묻는다 죽고 잡냐? 공갈협박, 의미 없는 신랑을 찾아 3만 리 구혼 여행. 포션으로 연명하려다 집안 다 태워먹고 세계 유랑단.
5권 줄거리: 1~4권에서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카오루'가 저질렀던 온갖 만행이 벌(罰)이 되어 되돌아온다. 가만히 앉아 죽을 수는 없고, 죽고 싶지 않으면(아니 애초에 죽지도 않지만), 이쪽에서 쳐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근데 어째 유도되는 느낌이 드는 게 누군가가 지펴놓은 촛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5권 필자의 한 줄 평: 이세계 사람들은 불쏘시개 짊어지고 불로 뛰어드는 똥 멍청이, 사람 말을 안 듣는다. 가족은 건들지 말자. 죽는 수가 있다. 적군이든 아군이든 뒷일이 감당 안 되면 저지르지나 말자. 역시 죽는 수가 있다.
특징: 포션은 만능이다. 때문에 있을 곳을 잃어버렸다.
매우 매우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 주의.
결국 사달이 나버렸습니다. 포션이 귀한 세계에서 포션을 마구 쓰고, 여신 세레스가 내 친구입니다.라고 했다가 사도님!! 납셨네라며 온갖 벌레들이 그녀를 이용하고자 꼬여버린 결과 집을 버리고 야반도주를 밥 먹듯이 해서 온 대륙을 싸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되었죠. 그리고 유랑한 끝에 대륙 끄트머리에 다다랐습니다. 여기라면 아는 놈들 없겠지, 안 오겠지 했지만 웬걸,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찾아옵니다. 와서 한다는 소리가 '포션 좀 팔아주셈', 다짜고짜 '너의 이름은?' 요기까지라면 그러려니 합니다. 저놈들도 다 자기가 살기 위해 이곳까지 물어물어 찾아온 거니 불쌍한 측면도 있었죠.
근데 말입니다. 가족은 건들면 안 돼요.
부모에게 버림받고, 상인에 팔려 끌려가던 와중에 인신매매까지 당한 끝에 '카오루'가 구출한 '레이에트'라는 6살짜리 소녀를 상처 입히는 행동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줄곧 같이 지내며 정이 들었고, 이젠 가족이나 다름없는 레이에트가 또다시 납치미수에 죽을 만큼 두들겨 맞은 모습을 본 순간. 그렇게 그녀(카오루)를 신의 사도로 모셨으면서 신벌이라는 공갈협박을 그렇게 당해놓고, 소문으로도 그녀를 건들면 x된다는 걸 알 텐데도 그녀의 가족인 레이에트를 이 꼴로 만든 이유가 뭘까. 포션을 독점하려는 무리의 무모한 도전일까, 아니면 신의 사도라는 타이틀을 이용하려는 종교집단의 소행일까.
확실한 건 잡히면 뼈와 살이 분리된다는 게 뭔지 알게 된다는 것.
근데 느낌이 심상찮습니다. 카오루와 결판을 낼 거면 직접적으로 찾아오면 됩니다. 대륙 끄트머리까지 도망간 카오루를 물어물어 찾아온 상인들처럼요. 근데 당사자도 아니고 힘도 못쓰는 어린 소녀를 납치하려 했다? 보통 일이 아니죠. 레이에트를 볼모로 잡아 카오루에게 뭔가를 시키려는 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런 알기 쉬운 짓(납치)을 할까. 더욱이 그녀(카오루)가 신벌을 내릴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이러지 못하죠. 즉, 뭔가를 시키려는 게 아니라 원한을 풀기 위해 납치를 해서 이판사판으로 그녀와 동귀어진을 하려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녀가 원한을 산 일이 뭐가 있을까.
몇 권인지 기억은 안 납니다만. 카오루가 발모아 왕국에 있을 때 이웃 나라 루에다 법국을 궤멸시킨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여신 세레스에 의해 멸망했지만 세간엔 카오루에 의해 멸망한 줄로만 알고 있죠. 이때를 기점으로 그녀는 신의 사도라는 이명이 공고해졌지 않나 합니다. 아무튼 자신들은 정당한 짓거리를 했는데 왜 멸망 당해야 하냐고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놈들이 나오는 건 당연한 거겠죠. 느닷없이 빠른 진행을 보여주는데요. 브란코트 왕국이 왕권을 둘러싼 내란이 일어나고 그 이면에 루에다 잔당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카오루를 끌어들이는 세계대전 발발 직전이라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여기서부턴 필자의 뇌피셜입니다만. 루에다 법국 잔당이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레이에트를 납치하려 했던 목적이 명확해진다고 할까요. 즉, 그녀(카오루)를 세상으로 끄집어 내어 없앤다. 사실 이 부분은 소름이 돋았군요. 뭐냐면, 납치에 성공해도 카오루는 레이에트를 찾으러 갈 것이고, 미수에 그치더라도 열받은 그녀가 쳐들어 올 테니까요. 루에다 법국 잔당들 입장에서는 찔러놓고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죠. 함정을 파 놓고서요. 그리고 소설가가 되자 최신 연재판을 보면 5권 이후 그녀의 행적을 알 수 있어요. 6권이 2부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될 듯한데, 카오루와 법국 잔당들 간 결전은 피할 수 없게 되었죠.
사실 이 작품은 이세계 주민들은 멍청하고 주인공(카오루)은 똑똑하다의 전형 중 하나입니다. 언제나 주인공이 이기는 형식이죠. 그런데 이번 레이에트 납치 미수를 보면서 루에다 법국 잔당들의 머리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게 합니다. 납치가 성공하든 미수에 그치든 카오루는 법국 잔당들인 자기들 앞으로 올 테고,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도 하죠. 한때 정을 붙였고, 지인도 많은 발모어 왕국이 잔당들에 의해 침공 받을 위기에 처하자 카오루는 할 수 없어 발모어 왕국으로 길을 떠납니다. 결국 모든 게 루에다 법국 잔당들 뜻대로 움직이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하죠.
작가가 의외로 꽤 진지하게 글을 썼다고 할까요. 원래 이런 느낌의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맺으며, 사실 이번 5권 대부분은 카오루가 구해준 마리알이라는 여자작의 이야기라 할 수 있군요. 그러니까 마리알이 카오루의 도움을 받으며 본의 아니게 신의 사도(금지옥엽)로 오해받아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리알은 또 다른 카오루라 할 수 있죠. 신의 사도라는, 타입의 눈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가나 하는 실험성이 강한데 정작 작중에서는 이런 느낌은 없고, 그저 마리알을 도와 잘 살게끔 한다는 그런 이야기군요. 그리고 신의 총애나 사도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걸 밟아갈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물론 악마 짓거리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카오루도 여전하고요. 거짓말은 안 했지만 진실도 말 안 했다고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잔머리 하나는 예술이죠. 여튼 루에다 법국 잔당들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상당히 진지해집니다. 잔당들이 카오루에게 얼마만큼이나 복수심에 불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래서 6권은 개그성보다 시리어스로 점철되지 않을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