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책벌레의 하극상 4부 6권 리뷰 -책과 도서관에 눈 뒤집힌, 지옥도 마다하지 않는 책벌레-

현석장군 2020. 6. 6. 14:38

장르: 책에 깔려서 이세계 전생, 책이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는 책벌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도서관에 눈 뒤집힌 악마女, ​통제 불가능 지뢰 살포기 마인(mine), ​​

 

​특징: 책의, 책에 의한, 책을 위한.

 

 

​6권 줄거리: 책과 도서관에 눈 뒤집혀서 기름을 짊어지고 불로 뛰어든다. 이전에도 그래왔지만 이번엔 좀 심각해진다. 때문에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마인'에겐 더 이상 가족의 의미는 없어져 버린다. 그녀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주변을 노력을 씹어 버리며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폭주를 이어가다 결국 주변이 우려한 대로 왕족과 눈이 맞아버렸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것은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진짜 가족과 해어질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 과오의 재림이다. 참고로 책 표지에 속아 아기자기한 파스텔톤 판타지일 거 같지만 이세계는 왕권을 둘러싼 숙청(영지가 박살 나는 건 흔함)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귀족이 평민을 농락하고 갖은 이유를 들어 목을 매다는 그로테스크한 세계다.

 

 

6권 필자의 한 줄 평: 주변을 스트레스성 대머리로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면 이 작품을 참고하자. 이번 6권은 그 정점. 그렇다고 발암인가 하면 좀 애매합니다. 이 작품의 매력이 이것이군요. 알고 보면 발암의 극치인데 읽으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조금 강한 스포일러 주의, 글이 본의 아니게 길어짐.

 

 

마인은 귀족원 2학년이 되었습니다. 도서관에 눈이 돌아가서 폭주하는 그녀를 억누르기 위해 주변은 여전히 위가 빵꾸날 지경이고요. 결국 도서관 출입금지령이 떨어지고, 가고 싶으면 선생님들이 출제하는 과제를 전부 클리어하라는 엄명이 떨어지죠. 그런데 그녀가 누구입니까. 자신의 폭주를 제어하지 못해 진짜 가족과도 눈물의 이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몰고 간 게 그녀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그 어떤 과제를 낸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라는 걸 주변은 간과한 것이죠. 시험에서 받은 과제를 다른 학생들은 전전긍긍인데 보기 좋게 클리어해나가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의 고삐를 잡기 위해 신전 등에서 스파르타식 교육을 그렇게 시켜댔는데 오히려 못하는 게 이상한 거죠. 각종 축문(축복 내릴 때 쓰는 주문 같은 것)을 때려 박는 수준으로 암기 시켰고, 마력이 떨어져 골골거리는 그녀에게 지옥의 맛이라는 포션을 처먹여가며 실전 연습이라는 강행군을 시켰어요. 거기에 책이라는 당근을 매달아 마차를 끄는 당나귀처럼 그렇게 앞에 있는 당근만을 보고 달려가게 했죠. 이쯤 되면 당사자(마인)는 포기할 만도 한데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죠. 그녀(마인)가 얼마나 책에 미쳐사는지 잘 아실 겁니다. 문제는 책 이외엔 생각하는 바가 없어서 엄한 곳에서 심각한 일이 터진다는 것이군요.

 

귀족 간 교류는 절차라는 게 있어요. 서열이 위인 다른 영지와의 교류는 물론이고 왕족과의 교류는 특히 조심해야만 하죠. 그렇지 않으면 순삭 되는 게 이세계, 마인이 속한 에렌페스트는 유겐슈미트(국가)에서 중하위에 속한 영지로 위의 영지와 교류는 신중해야만 합니다. 쉽게 말해서 눈치밥을 먹어야 한다는 거죠. 초반에도 언급했듯이 이세계는 그로테스크한 세계, 타 영지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손에 쥐고 있느냐에 따라, 잡아먹히느냐 잡아먹냐라는 운명이 갈리게 됩니다. 그런 세계에서 마인은 이름대로 지뢰(mine)를 마구 뿌리고 다녀요. 문제는 이 지뢰가 타 영지를 박살 내는 게 아니라 지신의 영지를 박살 내버린다는 것. 

 

그렇게 타 영지의 귀족(자제, 애들)과 교류에 신중해라. 왕족과의 교류는 더욱 조심해라(왜냐면, 왕권을 둘러싼 내전으로 몇몇 영지가 박살 남, 즉, 줄 잘못 서면 패가망신으로 끝나지 않는, 그게 얼마 전임)라고 측근과 부모, 양부모, 스승(페르디난드, 위 빵꾸남)이 그렇게 주입 시켰는데도 다 까먹고 무시해버리는 통에 에렌페스트는 마인이 뿌린 지뢰로 온통 도배가 되어 버리죠. 이번 6권은 그 정점입니다. 1년 전 둘째 왕자가 앓고 있던 상사병을 치료해주며 그녀의 주변과 에렌페스트를 발칵 뒤집어 놓더니 1년이 지난 후 이번엔 셋째 왕자와 교류를 하면서, 아니하는 건 좋은데 제발 좀 주변과 상의를 하라고. 외전에서 그녀의 아버지, 양아버지, 스승이 그녀 때문에 머리 싸매는 게 압권이죠.

 

 

여기서 끝나지 않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랄까요. 1부에서 진짜 가족과 해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영주의 양녀가 되어 지내던 어느 날 이복동생이 납치 미수를 당하고, 자신도 독에 당해서 2년이나 혼수상태에 빠지게 만든 원흉, 과거로 올라가면 에렌페스트를 말라 죽이려 했던 '아렌스바흐'의 출신의 학생에게 그녀가 보여준 태도는 이번 6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군요. 한마디로 아렌스바흐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적국이나 다름없어요. 그런 영지의 학생에게 자신의 주변의 정보를 넘겨주려 하는 태도는 올바르게 봐야 할까. 단순히 책과 연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동질감을 느껴가는 마인, 주변을 스트레스성 대머리로 만드는 능력은 여기에 있죠.

 

그러니까 책이 끼이면 그녀는 눈에 보이는 게 없어요. 측근을 통하지 않고 왕족과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잡아 버리고(이건 정말 큰일 나는 행동), 위험성을 자각하지 않는(못하는 게 아니라)통에 언제나 살얼음판이죠. 근데 이런 게 또 다른 매력이라면 매력인데요. 그렇게 살얼음판을 이어가면서도 일은 그럭저럭 잘 풀려간다는 게 또 질이 나빠요. 그녀가 저지른 짓을 해결해야만 하는 측근들은 죽어나가고, 그런 측근들을 보며 어머나 '미안해라', 악마가 있다면 그녀겠죠. 한 번쯤 호되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그녀의 부모들과 측근들은 매우 유능하다는 것.

 

자, 끝이 아닙니다. 그렇게 만나지 말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부모들이 주의를 줬는데도 그새 까먹어 버리죠. 다른 상위 영지 자제들을 만나는 건 정보를 모으는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용납이 되는데 왕족은 안된다고요. 왕족은. 왕권을 둘러싼 정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여파로 몇몇 영지가 묵사발이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 줄을 어디에 서야 될지 간을 보는 에렌페스트 입장에서는 쉽사리 왕족과의 교류를 피해야 할 상황. 그런 상황에서 셋째 왕자를 모셔놓고 다과회 중에 왕자가 왕궁 도서관에 초청하겠다고 하자 그녀는 너무 기뻐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졸도해버립니다. 뒷일이 궁금하시죠?

 

맺으며, 에렌페스트를 쥐락펴락하며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던 베로니카(양아버지 질베스타의 어머니)를 실각 시키고, 마인이 치고 나오면서 베로니카가 속했던 영지 아렌스바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건 이전부터 나왔었는데요 이번에 더욱 노골적으로 귀족들의 자제들을 노리게 됩니다(이건 필자의 추측). 이 일은 7권에서 마인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마인이 이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군요. 진짜 가족과 지금의 가족들이 휘말릴지도 모름에도요.

 

그래서 저런 악마 같은 마인에게 벌을 주어야겠죠. 주변이 말려들면서 에렌페스트가 초토화되는 전쟁을 겪는다면 그녀도 조금은 얌전해질까요. 그렇지 않겠죠. 왜냐면, 이번 6권에서 주변은 물론이고 왕족과 왕궁이 혹은 신(神)이 말려들지도 모를 초대형 전차 지뢰 하나를 깔아놨거든요. 마인의 마력은 거의 무한대임에도 절반이나 소모 시켰으니 얼마나 큰 지뢰일지 짐작조차 안 되더군요. 거기에 전쟁의 전조까지 보이게 되면서 굉장히 흥미진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