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전 세계 1위의 서브캐릭터 육성 일기 ~폐인 플레이어, 이세계 공략중~ 2권 리뷰
장르: 삶의 희망을 잃고 이세계 전이, 왔더니 게임 속 판타지, 냄새나는 남자보다야 낫겠지 하렘, 실패를 모르는 완전무결 치트.
표지: 별로 의미를 못 찾겠다.
2권 스토리: 실비아와 에코를 영입한 세컨드는 순조롭게 세계 1위에 한 발짝 더 다가선다. 이제 장비를 강화해줄 대장장이를 찾아 영입해야겠는데, 판타지에서 대장장이 하면 드워프다. 이런 약속된 전개를 버리고 배신이 일어난다. 다크엘프가 대장장이라니 듣도 보도 못했다.
특징: 막장, 막장의 사전적 의미는 탄광 갱도의 막다른 곳이다.
포인트: 고양이 수인 에코는 귀엽다. 애가 점점 바보가 되어 간다.
스포일러 주의
참 특이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 영입한 다크엘프 '유카리'의 전직은 암살자다. 사실 이세계에는 스킬을 어떻게 보유하느냐에 따라 직종이 구분되어서 캐릭터로 직종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하지만 판타지에서 대장장이 하면 일단은 드워프다. 이런 기본이 되는 틀을 이 작품은 거부하듯이 주인공 세컨드는 그녀의 전직을 무시하고 대장장이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그녀(유카리)는 노예 출신이다. 주인공에게 구입된 이후 메이드에 비서까지 자처하게 된다. 올 라운드로서 다재다능한 캐릭터라 할 수 있지만, 솔직히 근본을 모르겠다. 여기서 누여겨 볼 것은 주인공 세컨드는 사람 죽이는데 떨려 하면서 사람을 돈으로 구입하는 데는 망설임이 없다. 현실 일본에서 살았던 감각(도덕적 의미)을 가진 사람이 사람을 돈으로 구입하는데 망설임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게 유카리를 영입하고 파티도 어느 정도 꾸려져서 본격적으로 세계 1위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 작품은 소설가가 되자 출신작이다. 이미 많은 소설가가 되자 출신작을 보와 왔듯이 이 작품도 스킬에 의존하며 성장하는 타입이다. 여기에 고생과 수련과 좌절은 있을 수 없다. 물론 이 과정을 거치는 작품도 찾아보면 있을 수는 있겠지. 적어도 이 작품은 아니다. 현실에서 했던 게임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세계 사람들은 모르는 방법으로 스킬을 올리고, 던전에 들어가 아이템을 손쉽게 얻는다. 주인공 세컨드와 그의 하렘은 단 며칠 만에 모험가 최고 등급에 올라버린다. 사실 소설가가 되자 출신작들 대부분은 흥미 위주다. 내가 못하는 걸 대신하는 대리만족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이세계에 가면 어떤 모험을 하고 이렇게 강해질 거라는 망상이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작가를 디스 하는 건 아니다. 이걸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대신한다고 할까.
아무튼 그렇게 던전에 들어가 폭렙을 이룬다. 세계 1위를 하기 위해선 스킬을 올릴 필요가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과정에서 힘든 건 하나도 없다. 솔직히 이런 게 뭐가 재미있고 흥미가 있는지 필자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광석 몇 개 갖다 주고 모험가 최고 등급에 올라 버렸다는 황당한 전개도 있고, 아무리 방어구와 몸이 튼튼하다지만, 파티원을 마루타로 이용해서 광물을 모으는 꼼수는 너무한 거 아닐까 싶다. 정작 마루타 본인은 재미있다고 웃고 있지만. 이쯤 되면 삶 자체가 놀이다. 이렇게 무리 없이 강해져서 세계 1위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게임 폐인을 괜히 폐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루라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캐릭터가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으로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남의 과거는 캐면서 정작 자신의 비밀은 밝히지 않는다. 유카리를 영입할 때 아무리 세뇌를 푼다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녀의 과거와 비밀을 캐내려고 말을 아무렇게나 던진 게 주인공 세컨드다. 이후 실비아는 세컨드에게 한가지 의문을 가진다. 어째서 던전이나 이세계에 대한 걸 잘 알고 있지? 참고로 이세계는 세컨드가 했던 게임의 세계관이다. 그러니 말할 수 없지. 전생에 게임 폐인이었다는 걸 어떻게 말해. 물론 다른 숨겨진 비밀을 간직하고 있겠지만, 세컨드는 실비아의 의문에 기어이 답해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캐내려 하면서 정작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건 신뢰의 문제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녀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분위기를 보면 세컨드는 자신이 영입한 하렘을 이용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 점은 프롤로그에서 잘 나타나 있다. 혼자 도는 것보다 팀을 짜서 도는 게 효율이 좋다고 한다. 이 말은 그녀들을 동료로서 동등한 입장으로 대하는 게 아닌 그저 경험치 셔틀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유카리를 영입할 때도 딱히 누가 되었든 대장장이 스킬만 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동료란 신뢰로 구축된 인연을 말한다. 남의 비밀은 밝히려 하면서 자신의 비밀을 밝히지 않는 시점에서 신뢰고 뭐고 없다.
그리고 뜬금없는 전개, 유카리가 세뇌되었다는 복선은 전혀 투하하지 않고 뒤늦게 그녀의 옛 주인이 걸은 세뇌가 문제다 같은 전개를 보여준다. 앞에선 성격 개차반같이 언급해놓고 뒤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니 감안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무책임한 전개가 몇 번이나 일어난다. 어쩌라는 느낌이다. 던전에서 렙업할 때도 마침 꼼수가 생각났다며 참 편리하게 일을 진행 시킨다. 잘 놀다가 느닷없이 '그녀'를 언급하며 아련한 마음을 품는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 같은 전개도 있다. 급기야 과금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세계로 전이 직전 사뒀던 레어 카드로 꼼수를 부리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대체 이런 게 뭐가 재미있고 흥미가 있단 말인가. 이제 이렇게 바라는 대로 다 들어주는 세계에서 1위를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게 된다.
후반 관심 종자가 출현할 때는 화룡점정이다.
맺으며: 가끔 발매사 L노벨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필자가 그동안 수백 권을 읽어 오면서 비슷한 장르에 식상해버린 나머지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일 수 있으나 과연 이런 작품이 팔릴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하는군요. 작품에서 중요한 개그도 없고, 위기의식도 없고, 그렇다고 하렘이 꽁냥대기나 하나. 온통 스킬 설정에 설명에 던전에서 렙업에 바라는 대로 다 되는 세계관에서 무슨 흥미를 찾으란 걸까 싶군요. 누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쁜데 누군 아주 쉽게 떼돈 버는 모습에서 이런 게 차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보는 필자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