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2권 리뷰 -마물에게 사랑받는 못생긴 남자, 인간어 못함-

현석장군 2021. 1. 5. 10:41

긴 글 주의

 

 

 

여신에게서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쫓겨나 이세계 끄트머리에 불시착하게 된 주인공 마코토, 지역에서 토지신 역할하던 드래곤 녀와 계약해서 부하로 들이고(후에 토모에라고 이름 붙여준다.), 손에 잡히는 거라면 뭐든지 먹어버리는 대식가 거미 녀(후에 미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와 계약해서 부하로 들였다. 원판이 마물인 토모에와 미오는 주인공과 계약하면서 인간의 모습을 할 수 있게 되었긴 한데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고 해서 인간의 개념을 탑재했다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토모에는 드래곤이라는 인간이라면 범접할 수 없는 마물이고, 미오는 글자 그대로 재앙이라고 일컬어지는 검은 거미(과부 거미?)의 화신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이세계가 이 둘에 의해 멸망할지도 모를 일을 사전에 막았다고도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황야에 띄엄띄엄 있던 도시 하나를 초토화 시키고 아무 일 없다는 양 다시 길을 떠나는 주인공과 어딘가 나사가 빠진 히로인(The마물) 둘의 여행과 종착점을 그리고 있다. 미오가 워낙 강하다 보니 앵간한 마물은 접근을 못한다. 여행길은 순탄 그 자체. 토모에는 수련이니 뭐니 하며 사라졌다. 얘는 당초에 이멋세의 '아쿠아'같은 존재다. 사고 처놓고 나 몰라라 하고, 주인공의 명령은 듣는 둥 마는 둥, 주인공 기억을 뒤져서 얻은 시대극 정보에 심취해서 사무라이 흉내를 내지 않나. 지 성질에 못 이겨 때 쓰는 거 하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미오가 모험가에게서 돈 뜯어내는 장면을 보고 자기도 따라 한답시고 뚜들겨 팬 모험가 주머니를 뒤지고 일본도 비슷한 거 주워서 이제야 폼 난다는 둥 그녀가 보이는 만행은 배꼽을 잡게 한다.   

 

이들은 여행 끝에 '츠이게'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여기서 주인공 마코토는 상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뒷배를 구하려 하는데 당연히 에피소드가 일어난다. 도시 최대 상인의 퀘스트를 받아 클리어해가면서 인정을 받고 주인공은 상인으로서 초석을 다지게 된다. 모험가가 아니고 웬 상인 같은 뚱딴지같은 이야기가 들어가는지는 조금 복잡하다. 일단 주인공의 레벨은 1이다. 이건 어린애만도 못한 레벨로서 당연히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게 된다. 여신의 농간인지 아무리 노력해도 1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마력은 토모에와 미오를 압도한다. 이 두 마물이 덤벼도 주인공을 이기지 못한다. 이 두 마물은 이세계에서 최종병기에 가깝다. 그런 그녀들이 이기지 못하는 주인공의 능력이란, 요컨대 힘은 없지만 강하다는 이세계 전생 먼치킨 클리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상인이 되고 싶은 건 그런 이유(렙)도 있고, 여행이라는 목적도 있고, 처음 이세계로 와서 만났던 향기 나는 오크 녀와 그녀의 부락을 이공간에 이주 시켰는데 거기서 생산되는 각종 물품을 팔고 싶다는 의향도 있어서다. 그러니까 모험가 행세를 하면서 상인으로, 근데 여신의 저주로 인간어를 못하는 데다 선남선녀만 존재하는 이세계에서 가는 곳마다 못생김 주의보가 발령되는지라(그래서 항상 가면을 쓰고 다닌다 샤아처럼) 뭘 해보고 싶어도 난간에 부딪힐 뿐이다. 부하 둘은 사차원으로 항상 골 아프게 하지, 사람들은 레벨 1이라고 깔보는 일이 예사다. 이번에도 이 지역 최대 상인을 찾아갔을 때도 처음엔 존대를 하다(지역 최대 상인이) 주인공 렙이 밝혀지자 단번에 반말에 무시 일관이다. 주인공이 아무나 못 구하는 의뢰 품을 내놓았을 때도 존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난관을 뚫고 주인공은 상인으로서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하지만 거래했던 도시 최대 상인의 이면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데, 작가가 아무리 먼치킨이라도 만능은 아니라는 걸 역설하듯 본의 아니게 악인을 돕게 되는 이야기여서 조금 씁쓸하게 한다. 분명 몇 번의 플래그나 단서가 있었음에도 그동안의 플래그에 지쳤는지 주인공은 상인의 추악한 이면을 간과해버린다. 그로 인해 선량한 사람은 나쁜 놈이 되고, 연쇄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주인공이 타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자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능력이 안 되니까 그만두는 게 어때? 같은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사실 이런 부분은 갑자기 힘을 얻은 것에 대한 우월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하는 메시지로도 비춰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자신이 바랐던 이상향의 용사를 소환하지 못했던 여신은 새로운 용사 두 명을 소환해서 마족과 싸우는 최전선에 있는 두 나라에 파견하게 된다. 한쪽은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용사(일단 A로 지칭)로서의 길을 착착 진행하는 반면에 다른 한쪽(B로 지칭)은 이용만 당하며 쥐여 짜여지고 있음에도 자각을 못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너는 강하니까 하며 황녀가 몸과 마음을 다 받처오며 띄워주니 정말 그런가? 싶어 우월감에 빠져가는 B의 모습에서 타인을 위한다는 마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작가가 이런 점에서 참 리얼리티 있게 그려가는 게 일품이다. 힘에 심취하면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와 감언이설에 놀아나 우월감에 빠져가는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한다고 할까. 주인공은 전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기야 주변에 마물들 밖에 없으니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없었긴 할 거다.

 

용사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A와 B는 여신에 의해 각각 다른 나라로 소환이 되었다.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한쪽은 주변의 조력을 얻어 정석적인 용사로서의 길을 가는 반면에 B는 용사와 여신을 인정하지 않는 군사대국에 소환되어 이용만 될 뿐인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여기서 사실 A도 주변의 조력을 받고 용사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지만 B와 마찬가지로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거다. 시사하는 건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 있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바뀌어간다는 실험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A는 동료의식에 사로잡혀 착취 당하면서도 사람들을 구하려 하고, B는 어머니를 앗아간 마족에 대한 분노에 먹힌 황녀에 의해 착취 당하면서 사람(B)이 악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뭔 말하고 싶냐면, 주인공도 주변에 마물밖에 없다 보니 인격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맺으며: 이번 리뷰는 필자가 봐도 횡설수설만 늘어놓고 알맹이는 없다는 게 느껴진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이야기는 외전에 가깝다. 황야에서 겨우 사람이 사는 도시로 와서 상인으로서의 길을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그걸로 끝이다. 이후에 자투리 형식으로 토모에의 시각에서 주인공의 뒷배가 되는 도시 최대의 상인 뒤를 캐고 더러운 진실을 알아가는 내용과, 용사 A와 B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이 용사들은 앞으로 주인공과 접점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기에 외전 형식이지만 중요한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흥미롭게도 아마 A는 주인공에게 협조적이지만 B는 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B를 받은 황녀가 보통 미X년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거미 녀 미오에 대해선 별로 언급이 없는데, 사실 존재가 좀 희박하다. 이번에 모험가를 협박해서 돈 뜯어내는 장면은 좀 흥미로웠지만... 그리고 미오는 용사 A와 접점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흥미롭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