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꽝 스킬 [지도화]를 손에 넣은 소년은 최강 파티와 함께 던전에 도전한다 1권 리뷰

현석장군 2021. 4. 14. 13:13

 

선입견이란 참 무섭다. 한번 어떠한 마음을 먹어 버리면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건 작가는 왜 독자로 하여금 '선입견'에 빠지게 만들었을까다. 한두 권으로 끝나지 않는 장기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건 비단 소설류만이 아닌 어느 매체를 봐도 당연시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스킬로만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세계에서 쓰레기 스킬을 받아 모두에게 괄시를 당하면서도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 이거 또 무능력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강한 능력을 손에 넣는 먼치킨 이야기 아닌가 하는 건데 사실 반은 맞다. 나머지 반은 주인공 나름대로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끝에 노력하여 성장하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자,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위에서 선입견이라고 언급했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노트'의 성격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 일단 그는 15세가 되면 누구나 받는 스킬을 그도 받게 된다. 그러나 그가 받은 스킬은 [지도화]라는 주변 반경 1킬로 내 지형지물만 알 수 있는, 일상에선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쓰레기라는 것이다. 얼핏 측량에 있어서 군사적으로 도움이라도 될까 싶지만 이미 [세계지도]와 [지도]라는 상위 호환 스킬이 존재해서 사실상 [지도화] 스킬은 세간에선 쓰이지 않는다. 더욱이 [지도화]를 받아버리면 다른 스킬은 받을 수가 없다. 요컨대 무능력자라는 것이다. 이처럼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얼마나 열악하고 불쌍한지 초반에 집중적으로 부각 시킨다. 이쯤 되면 뭐 어디에나 있는 이세계 무능력 먼치킨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어느 정도 맞기도 하고.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설정이 추가된다. 바로 주인공 '노트'의 성격이다. 노트는 같이 생일을 맞이한 소꿉친구 '미야'와 같이 스킬을 받게 되는데, 미야는 이 세계에선 거의 사기라고 해도 무방할 용사급 스킬을 받아 버린다. 미야는 하프엘프로서 어릴 적부터 주인공과 같이 지내온 이 작품의 히로인이다. 아무튼 여기서 첫 번째 주인공의 성격이 나온다. 원래 다른 사람이 스킬을 받을 땐 참관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개인 정보니까. 그런데 주인공은 신전(다른 명칭이지만 설명하기 쉽게)에서 나가지도 않고 미야가 스킬을 받는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그래놓고 미야가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그녀가 나에게 보내는 신뢰라고 지껄인다. 이미 여기서부터 둘의 파탄은 예정되어 있다는 알기 쉬운 복선이랄까. 

 

떡줄 사람은 생각도 생각도 안 하는데 미야의 마음을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그녀는 나를 좋아할거라는 스토커 기질도 보인다. 하지만 미야가 용사급 스킬을 받자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약간은 갸륵한 마음도 있다. 이래서 필자에게는 이 작품이 계륵 같은 존재다. 아무튼 그런 미야가 남친을 먹여 살리겠다며 같이 모험을 하자고 한다. 보통 이렇게 여친이 다정하게 나오면 남친이 보이는 반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남친은 떠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노력해서 여친에 어울리는 남친이 된다는 것이다. '용사의 스승님'이라는 작품을 보면 남친은 능력이 없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여친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걸 볼 수 있다. 그렇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어떠한가. 그때는 어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서로 사랑하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먹여 살리는 건 당연한 걸까? 주인공 노트는 미야의 다정함에 기대어 아무것도 안 한다. 파탄이라는 복선은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 6개월 뒤 미야는 이별을 선택한다. 모험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미야가 다 하겠다고는 했지만, 정말 여친에게만 모든걸 맡겨두면 '기둥서방'이랑 뭐가 다를까 싶다. 적어도 식사 당번이라도 해야 되지 않나? 주인공 노트는 일찌감치 의욕이 꺾인 상태다. 여친은 세계에서 10여 명 밖에 없다는 스킬을 가졌고, 자기는 노력해도 그녀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하니 자괴감도 몰려온다. 그렇다고 그게 면죄부가 되진 않는다. 중요한 건 알고 있으면서 노력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미야가 6개월이나 참았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그렇게 자기 스스로 의욕을 놓아놓고, 마치 미야가 날 배신했다고 여기는 거다. 거기에 미야가 한마디 해줬다면 개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자기 잘못을 미야에게 돌리는 남탓은 어이가 털리다 못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렇담 버림받았다면 두고 봐라는 식으로 시궁창을 기듯 노력을 해서 일어서는 거라도 있어야 하는데 미야가 떠나고 6개월 동안 술이나 퍼마시며 동네방네 미야가 자기를 버렸다는 식으로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 꼬라지에선 학을 떼게 한다. 뭐 이딴 쓰레기 주인공이 다 있나 싶다. 만나는 사람마다 미야가 날 버렸다고 광고하고 다닌다. 뒤끝이 정말 장난 아니다. 이 성격은 후에 [어라이버즈]라는 나름 최강 파티에 주워지고도 바뀌지 않는다. 여기서도 미야가 날 배신했다고 떠벌린다. 이렇게 주인공 성격이라는 선입견이 초반에 생성되어 버린다.

 

그러니 중후반 주인공이 [어라이버즈]에 주워져 피나는 노력을 해도 쓰레기라는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게 된다. 그래서 뭔가 조금이라도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게 되면 눈살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작가는 초반에 뭔 생각으로 주인공 성격을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 분명히 작품은 쓰레기 스킬을 받아 [어라이버즈]에 주워져 원석이 보석으로 다듬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주인공 성격이 고착화되면서 도저히 빛나는 성장물로 비치지 않는다는 거다. 문제는 [어라이버즈]에 주워졌을 때도 이들이 6개월이라는 시간을 허비해서 자신을 단련 시켜주고 있음에도 거기에 기대어 성장을 게을리한다는 거다. 파티원 '에린'의 지적을 듣고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이미지가 바닥인 시점에서 뭘 어떻게 잘못을 깨달아도 와닿지 않게 된다.

 

불평불만도 많고, 뭔가 안 좋은 일을 당하면 남 탓하기 바쁘고, 뒤끝도 장난 아니고, 날 위해 고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하는 행동과 자기 때문에 남들이 고생하는데도 안중에도 없는 자기 위주에 잘못을 깨달았으면 고쳐야 하는데도 그 순간만 바뀌어야지 다짐하면서 후에 또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그걸 지적하면 불만스럽다는 마음가짐은 좋게 봐주려야 봐줄 수가 없다. 스킬로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세계고, 스킬이 모든 걸 말하는 세상이라서 노력은 무의미하다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마인드도 보는 이로 하여금 매우 불편하게 한다. [어라이버즈]에 주워져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면 정말 죽을 둥 살 둥 노력이라도 좀 하던가. '에린'에게 정말 가시 돋친 독설을 듣고 나서야 겨우 앞으로 나아가는,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푸념도 전부 선입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성장물이라는 개념만 놓고 본다면 이 작품만큼 수작인 작품도 없을 것이다. 그야 소꿉친구에게 버림받았고, 스킬이 모든 걸 말하는 세상에서 쓰레기 스킬을 받게 되어 사람들에게 괄시를 당하면서도 살아가려고 노력을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시궁창이다. 아무도 나의 가치를 알아주려 하지 않고, 짐꾼으로도 잘 쓰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일이 잘 풀려 임시라지만 파티에 들어가면 최선을 다한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 인생을 겪는다면 나라도 자포자기하겠지. 날 버리고 간 여친이 원망스럽기도 하겠고. 그러다 자기의 가치를 알아주는 파티를 만났고 성장이라는 가능성을 알게 되어 단련한 끝에 보석이 되는 이야기니까. 여느 이세계 무능력 먼치킨과는 격을 달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 이 작품이라 하겠다. 문제는 주인공 성격이 다 말아 먹고 있다는 것이고.

 

맺으며: 이 작품은 무능력자의 클리셰 범주에 들어가긴 하나 한가지 명확히 해야 할 건 주인공 스스로 강해졌다기보다 주변의 단련으로 성장하는 타입이라는 거다. [어라이버즈]에 주워지기 전까진 이런 단련 방법도 있다는 걸 아예 모르고 있었고, 이 세계의 상식에 얽매여 자신은 인생의 패배자라고 여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후부턴 응용 등을 동원해 나름 자기 혼자서도 강해져 나가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라이버즈] 파티원들의 도움으로 강해져 간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아무튼 주인공이 [어라이버즈]에 들어가 단련 끝에 보석이 되면서 주인공을 차버렸던 소꿉친구 '미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스킬도 가공하기 나름이라고 무능력의 클리셰 범주이긴 하나 던전에서 매핑과 색적(몹 찾기) 함정 해체 등 던전 공략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직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던전에서 분명 소꿉친구 미야도 던전에 들락날락할 테고 공략에 애를 먹다가 우연히 주인공의 소문을 듣게 되지 않을까 하는 시추에이션이 그려진다고 할까.

 

어쨌거나 중후반 이후는 주인공 노트의 성격도 많이 바뀌어서 모든 방면으로 긍정적이 되고, 나름 책임감도 짊어지려 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 초중반 쓰레기 같은 주인공의 성격만 이겨낸다면 이 작품은 꽤 괜찮게 다가올 것이다. 그래도 필자는 초반 선입견이 생겨서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중후반 새로운 파티원 모집하는 내용도 필자와 맞지 않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