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죽음에서 돌아와, 모든 것을 구하고자 최강에 도달한다 1권 리뷰
발매전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 왠지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이 거의 비슷하게 들어맞았을 때 필자에겐 희열감보다 실망감이 앞선 흔치 않은 작품이다. 웬만해서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리뷰를 쓰고 싶지만 필자도 인간인지라 감정에 치우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즉,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지금부터 좋은 소리 안 나오겠다는 걸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본 리뷰를 읽지 않는 걸 추천한다. 아울러 이 작품은 1권 전체가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진짜 이야기는 2권부터 시작되는 걸 감안하면, 2권부터 조금은 흥미롭지 않을까 싶은데 이전에도 필자가 언급했듯이 초반에 선입견이 생겨버리면 뒤로 아무리 좋은 구성이라도 와닿지 않게 된다. 물론 필자 주관적이다.
아무튼 이 작품은 타임 회귀물이다. 마물떼의 침공으로 인해 가족과 마을 사람들 모두가 죽임을 당하고 마족에게 사랑하는 사람까지 잃게 되자 삶을 리셋하여 새로이 시작하는 주인공 '에릭'의 이야기다. 죽어버린 사랑하는 사람을 뒤 따라 가겠다며 자결을 하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눈 떠보니 아기의 모습이다. 이전 생의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에릭은 16년 뒤 마물 떼가 마을로 들이닥친다는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에야말로 모두를 지키겠다는 신념 아래 죽자 살자 수련에 매진하게 된다(1권 내내 이런 이야기다). 그의 나이 16살, 생일날 마물떼는 그의 기억대로 마을로 들이닥치게 된다. 이것이 1권의 주된 이야기다. 에릭은 목도 못 가누는 아기 때부터 오로지 수련에만 정신이 팔리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그의 편협된 사고방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생에서 나름대로 강하다고는 하나, 스템피드라 불릴 만큼 수백 마리의 마물떼가 쳐들어온다. 마을에서 사냥을 주업으로 하는 제법 강한 아버지도, 아버지의 동료들도 어쩌지 못하고 죽임을 당한 사태다. 이런 걸 알고 있는 주인공은 자라면서 무얼 선택했느냐가 이번 1권의 주된 포인트다. 그런데 주인공은 혼자서 상대하겠단다. 이번에야말로 모두를 지키겠다며 혼자서 모든 걸 떠 안겠단다. 오만의 극치이고, 그의 바탕엔 타인을 믿지 않는 불신이 깔려 있다. 왜냐면, 내가 미래에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한다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고 미리 마음속에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에게조차 말을 꺼내 놓으려 하지 않는다. 걱정이 될 테고,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마물떼를 막다가 자신이 죽어버리면? 같은 가능성은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해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을 단련케 하고, 마을 사람들의 도주로를 확보한다던지, 도보로 몇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왕도(수도)로 피난하게 한다던지 같은 가족과 마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애초부터 논외로 취급된다. 말해도 믿지 않을 거라는 주인공의 생각은 틀렸다는 걸 마을 사람들 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주인공의 아버지의 말에 잘 따르고, 화나면 무서운 주인공 엄마의 말에도 잘 따른다. 주인공이 부모님을 설득해 미리 대비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들 바보인 아버지는 그의 말이라면 믿었을 것이다. 엄격한 어머니는 다른 방안을 제시해줬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대체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런 인간 불신 같은 주인공을 만들었을까. 문제는 이후에 터진다.
그의 생일날 마물떼는 예정대로 쳐들어 왔고, 마을은 페닉에 빠진다. 만약 주인공이 마을 사람들을 단련 시켜줬다면 피난 길에 적어도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 앞가림 정도는 했을 것이다. 왜 모든 걸 주인공 혼자서 짊어지게 만들었는가 하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계속된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주인공은 피난하는 마을 사람들이 도망 못 가게 마을 전체를 둘러싸는 담을 만들어 버린다는 거다. 주인공은 제정신인가? 그래놓고 내가 지키면 된다고 한다. 근데 자신이 죽어버리면? 마을 사람들은 갇힌 채 몰살이다. 이런 생각을 주인공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인공은 강한가? 쳐들어오는 마물떼를 맞이해 주인공은 결사적으로 막는다. 하지만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마물도 있다. 주인공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주인공에겐 소꿉친구 히로인 '티나'가 있다. 마을에서 아이라곤 주인공과 히로인 둘 뿐이다. 이 마을의 미래는 괜찮나? 주인공이 16살이 되도록 다른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은 없다. 작가는 마물떼에 의한 멸족이 아니라 자연적인 인구 소멸을 바라나 보다. 아무튼 티나는 어릴 적부터 주인공과 허물없이 지낸다. 수련하는 주인공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주인공이 가르쳐준 마법을 배우게 되는데 소질이 굉장하다. 우리 말에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안다고, 어느새 주인공보다 더 강한 마법을 행사하게 이른다. 티나는 이렇게 소질이 있고 잘 해내고 있다. 칭찬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나 싶다. 근데 주인공은 질투심을 보인다. 나보다 더 잘한다고, 애들이 흔히 보이는 시기가 아닌 진짜로 질투심을 보인다는 거다. 주인공은 다름과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마물떼와 싸울 때 티나도 합류 시켜 협동심으로 대처 했더라면 어땠을까.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나가서 둘이 협동해서 마물을 쓰러트린 적이 있다. 이런 걸 경험으로 습득해 미래를 대비했더라면 좀 더 희망적 관측을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주인공은 싸우며 죽어가던 그때도 티나가 지원을 왔는데 '왜 왔냐'라고 지껄인다. 그녀의 회복술과 지원마법이 있다면 마물떼 따위 압승이다. 그런데 단순히 마물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마물떼를 뒤에서 조종하는 누군가의 존재 또한 염두에 두지 않는다. 마물과 싸우면서 이 정도의 마물떼라면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료들의 능력으로도 대처가 가능한 수준이다. 근데 전생에서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다면 마물떼 뒤에 뭔가가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 것이다. 그렇다면 혼자선 대응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한참 뒤에나 한다.
결국 마족이 연루되어 있었고 주인공 혼자서는 대처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오게 된다. 100보 양보해서 이런 사태를 접했다면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되지 않을까? 16살이 되면서 부모님은 자식의 말이라면 믿었을 거라는 뉘앙스가 있다. 일찌감치 부모님을 설득해 마을의 안전을 도모했다면 어땠을까. 아버지를 더욱 수련 시키고 히로인 티나와 삼위일체로 대처했다면? 아들을 도우려 달려온 아버지가 마족에게 두들겨 맞아서 죽기 직전까지 내몰려도 이런 반성은 없다. 아버지를 더욱 강하게 성장시켜 드렸다면 어땠을까. 아버지는 능력이 된다. 다만 강적을 만나 싸우며 경험을 습득하지 못한 죄를 아들에게서 받게 되어 빈사에 내몰린다. 주인공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반성은 없다. 결국 아버지를 살린 건 티나고, 뒤늦게 합류한 티나 덕분에 마족을 이기게 된다. 이런 티나를 주인공은 질투한다.
히로인 티나는 보호받고 싶지 않아 한다. 그저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을 뿐이다. 그녀는 오직 이 일념 하나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녀의 바람은 보답받지 못한다. 왜냐면, 주인공 전생에 이미 좋아하는 여자가 있고, 이번 생에서도 그녀 앓이를 해댄다. 이게 필자 주관적이지만 상당히 꼴불견이다. 읽다 보면 어떻게 만나고 좋아하게 되었는지 같은 맥락도 없다. 어쨌거나 결국 이 말은 히로인 티나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는 거다. 어릴 때부터 키워온 그녀(티나)의 마음을 주인공은 몰라준다. 주인공은 언젠가 전생에서 좋아했던 여자를 찾고자 하고, 사랑했다고 떠벌린 만큼 좋아하고 있다. 티나는 주인공의 이런 점을 모른다. 그래서 티나가 마을을 떠나는 주인공을 따라나서면서 파란과 파탄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둔감을 넘어 타인의 감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내 감정을 타인에게 들이미는 것도 민폐이긴 하다.
맺으며: 요약하면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다 보니 주변을 못 보는 주인공이라 하겠다. 혼자서 짊어지다 나자빠지면 주변에 어떤 피해가 일어날지 같은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히로인에게 도움을 받아놓고 감사한 마음은커녕 왜 더 일찍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깨달음도 없다. 시놉시스를 봤을 때 주인공 성격 때문에 주변이 죽어나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아버지의 분투와 히로인의 개입으로 마물떼와 마족을 쓰러트렸지만, 이들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또다시 몰살 코스였을 것이다. 주인공은 이런 점을 알지 못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전생에서도 주인공의 성격 때문에 마을이 멸족하고 사랑하는 이가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작가는 뭔 생각으로 이런 주인공을 만들었을까. 옛날이라면 혼자서 모두를 지키는 주인공이 눈부시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평등 사회로 진입하는 세상에서는 혼자보단 모두를 원한다. 성평등 같은 페미적 발상이 아니라 보수적인 걸 지양하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