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스테이터스 올 ∞ 인피니티 1권 리뷰 -올 클리셰의 향연-

현석장군 2021. 6. 4. 21:36

 

인피니티 ∞ 즉, 무한대를 뜻한다. 제목에서도 이미 언급이 되어 있듯이 스테이터스 그러니까 체력이나 마력 등 판타지에서 캐릭터가 가지는 능력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 가지나 두어 가지에서 특출하게 강한 캐릭터는 있어 왔으나 이렇게 모든 능력에서 제약 없이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캐릭터는 없었다. 가슴이 막 웅장해지지 않나요? 고생과 노력과는 담쌓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능력이잖아요. 문득 타노스와 붙이면 제법 볼만해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능력을 주인공이 가지게 된다. 평범한 고등학생 '토모야'는 친구들 4명과 이세계로 소환된다. 이 작품이 발매된 시점은 2018년이다. 이미 이때는 이세계물도 저물어가는, 한물 간 소재임에도 꿋꿋하게 발매를 한다. 그래서 필자는 기존 이세계물과 어떤 차별을 둘까 내심 궁금해서 구입은 했다.

 

자, 이 작품이 가지는 굴직한 키워드를 소개하겠다. 아니 클리셰라고 해야 할까. 사실 이세계물하면 어느 정도 기존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젠 지나가는 개도 거들떠도 안 볼 이세계물이라면 작가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가미해 흥미를 유도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무엇이 특별한가. 필자는 단연코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는 아니고 클리셰로 어떤 것이 있는지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주인공 토모야는 소환 직후 능력치 평가에서 무능력 딱지를 받는다. 클리셰의 시작은 주인공의 무능력이다. 앞뒤 잴 것도 없고 반론도 듣지 않는다. 그냥 낙인찍어버리고 너님 아웃을 선언한다. 같이 소환된 클래스 메이트 4명(주인공 합치면 5명)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두 번째 클리셰는 단골 멘트 마왕을 쓰러트려 달라는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그놈이 우리 인간을 못살게 구는데 너희들이 좀 없애줘야겠단다. 가타부타 없이 단백한 맛이 있다. 세 번째 클리셰는 아이들 뇌리엔 인간은 선이고 마왕은 악이라는 공식에 대한 의문점이 없다. 다른 작품에선 인간이 더 나쁜 놈들이라는 복선을 깔기라도 하는데 이 작품은 없다. 네 번째 클리셰는 하렘이다. 이게 화룡정점인데, 이세계에 소환된 아이들은 총 5명, 그중 남학생은 2명, 여기서 주인공이 떨어져 나가면 남자 하나에 여자 3명이다. 그래서 용사로 채택된 반 친구는 주인공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 이 친구는 학교에서 상당히 인싸남이고 무능력 아싸가  그를 내보내려고 했던 것일 것이다. 여자애 3명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럼 주인공의 하렘은? 이제 시작이다.

 

외전 클리셰가 여학생 3명을 꿰찬 주인공 친구다. 이렇게 인기인은 모든 걸 가지고, 비인기인은 바닥에 떨어진 고물이나 주워 먹는 그런 분위기다.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나중에 가면 바닥의 고물을 주워 먹게 되는 건 인싸 친구가 될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주인공에게도 하렘이 없으면 섭섭하지. 그나마 이세계 왕은 양심은 있는지 무능력인 주인공을 지켜 주겠다며 시골 영주에게 가서 밥이나 빌어먹고 있으란다. 그래서 도착해보니 글쎄 영주의 딸이 마중 나온다. 영주랑 호구조사 좀 하다가 시내로 나왔는데 마물이 시내로 다짜고짜 쳐들어온다. 어째서?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 싶은 전개에 놀랄 틈도 없이 모험가 랭크 B랭크의 적(赤)기사를 만난다. 마물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내 한 몸 간수하기 힘든데 영주의 딸이 마물의 먹이가 될 판인 백성을 지키겠다고 나선다.

 

그걸 인연으로 적기사 '리네'를 만난다. 당연히 여자다. 주인공보다 한 살 많단다. 그렇게 파티 먹고 영주가 의뢰한 레드 드래곤을 잡으러 간다. 다섯 번째 클리셰인 목욕 중인 히로인 알몸 보기, 여섯 번째 클리셰는 이런 울구락불구락한 몸을 좋아해 주는 남자 없다며 풀이 죽은 리네에게 그렇지 않다며 호감도 만땅인 말을 해준다. 상업지 같았으면 진도 오만상 뺐을 시추에이션이 벌어진다. 그러나 일곱 번째 클리셰인 주인공 고자설 때문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덟 번째 클리셰는 미녀 리네를 대리고 있다는 것과 수수깡 같은 주인공을 깔보는 무뢰한의 등장이고, 당연히 밟아줬더니 하느님 맙소사를 연발한다. 아!! 까먹은 게 있는데, 네 번째 클리셰여야 했지만 밀려서 아홉 번째 클리셰가 된  공간 창고도 있다. 이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이공간 창고다. 근데 이세계 주민은 거의 못 쓴다.

 

열 번째 클리셰는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고 해결하고 주민들로부터 추앙을 받는 것도 있다. 어쨌거나 레드 드래곤 잡고 내려오니 마을에서도 또 다른 레드 드래곤이 있다. 그래서 없앴더니 마족 여자애 '루나'가 하렘으로 들어온다. 이렇듯 가는 곳마다 어째서인지 여자들을 더 많이 만난다. 신(神)도 여신이고, 던전에서 만난 정령도 여자다. 소환되고 처음 만난 사람이 왕녀고, 마을에서 식당에 들어갔더니 여자애가 서빙을 받는다. 처음으로 돌아가 시내에 마물의 습격을 받았던 백성도 여자애다. 모험가 길드 수납원도 여성이다. 작가의 취향은 존중하는데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금까지 클리셰에 대해 알아봤다면 지금부터는 이 작품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그전에 주인공이 어째서 무능력자라는 낙인이 찍혔나면 ∞ <- 이게 문제였다. 스테이터스 카드에 이렇게 찍혀 버렸다. 이세계엔 인피티니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고, 그렇다 보니 이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몰랐다. 그래서 단순히 00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추방해버린 것. 그런데 나중에 왕에게 아니라고 실은 존내 강한 캐릭이라고 상소를 올리려 하지만 묵살당한다. ∞는 뜻 그대로 모든 스킬을 무한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상대할 자는 없다. 레드 드래곤도 한 방에 먼지가 되어 버린다. 스테이터스 능력치가 측정이 되지 않는 마인(魔人)도 한줌 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게 뭔 의미가 있고, 뭐가 재미있는지 필자는 모르겠다. 후반을 보니 여신이 뭔가 꿍꿍이를 펼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좋다. 필자는 1권에서 하차다.

 

아무튼 이 작품의 문제점은 첫 번째로 주인공의 능력치다. 나~~중에 가면 주인공과 대적할 상대가 나오겠지만, 그때가 되면 이세계는 가루가 되어버릴 테다. 공격력 1억이라고 외치며 레드 드래곤에게 주먹질하니까 분해 수준을 넘어선다. 던전은 제일 밑층까지 구멍을 뚫어버린다. 이게 재미있나?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나타나는 충격파는? 백보 양보해서 이세계니까 물리법칙은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일본에서 개미 한 마리 못 죽여 본 거 같은 고등학생이 마물을 터트려 놓고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는 거다. 내장이 튀고 피가 낭자한 현장에 구토조차하지 않는다. 순간 사이코 패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레드 드래곤도 잘 잡는다. 생물을 해치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전혀 없다. 그리고 집에는 가고 싶지 않나? 부모님은? 미련을 보이지 않는다. 한순간 모든 게 틀어졌는데.

 

이렇게 무한대를 손에 넣은 주인공은 리네와 루나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 집의 집자도 꺼내지 않는다. 부모님은 버려졌다. 부모님보다 리네와 루나가 더 소중한가 보다. 이세계에 불려온 불합리를 호소하지도 않고, 마왕 잡으라고 하는 건 목숨을 걸으라는 것인데 그거에 대한 항의도 하지 않는다. 정작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건 무한대의 능력을 얻었으면 곧장 마왕성에 쳐들어가 마왕을 도륙해버리면 되지 않나 싶다. 리네 덕분에 몇 주가 지나가 제법 품세를 잡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날 버린 친구들에 대한 걱정도 없다. 마왕을 잡으면 집에 갈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면전에서 들었음에도 집에 대한 미련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왕이 인간들을 못살게 군다는데 주인공 일행은 느긋하게 여행 중이다. 이세계는 마왕에 침공 당한 거 맞나?

 

맺으며: 주인공의 무한대 능력치는 차지하더라도 온갖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갖다 붙여 놨다. 어려움도 없고, 고생도 없고, 노력도 없다. 마치 드래곤 볼의 손오공이 단계를 거쳐 변신하듯 능력치를 때에 맞춰 해방하면서 모든 걸 다 때려잡는다. 이게 재미있나?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면 뭔가 좀 특별한 것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저 귀여운 루나 앓이를 하며 아빠 행세뿐이다. 공격력 1억? 이보다 밸런스 붕괴 시키는 작품이 또 있을까? 타노스가 찬조 출연하면 재미있을 텐데. 번역 상태도 전반적으로 매우 안 좋고, 한문을 그대로 직역하질 않나. 일부 구간에서는 초등학생이 써도 이보다 잘 쓰겠다는 맥락 없는 진행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리뷰어로써 웬만하면 중립적으로 쓰고 싶은데 도저히 그러지 못하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도 그에 해당하는 것이고. 물론 픽션이니까 모든 게 용서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양판소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뭔가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헛수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