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1권 리뷰 -누구랑 싸우기에 전설이 될 만큼 영웅이라 칭송할까-

현석장군 2021. 8. 7. 19:43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목은 뭔가 중2병을 연상케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꽤 탄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이 이세계에 불려가 위기에 빠진 왕녀를 구하고 구국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니까. 틀에 박힌 이야기이긴 한데, 여러 나라가 등장하고 거기에 관련된 인물들을 촘촘히 배치해 둠으로서 인물 관계를 통해 서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그란츠 대제국의 제6황녀 '리즈'를 만나 그녀의 편에 서서 싸워 나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적(에너미)으로 나오는 건 큰 틀에서 보자면 이웃나라도 이웃나라지만, 왕권을 둘러싸고 기싸움 중인 그녀의 오빠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피를 나눈 남매의 전쟁에 주인공이 끼여서 고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약속된 것처럼 주인공이 담당하게 되는 인물(히로인)은 다른 오빠들보다 연약하다. 지지해주는 세력이라곤 백성들 밖에 없고 정치적으로 뒷받침되는 귀족들은 전무하다시피 한 게 이런 작품에서 왕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주인공 '히로'는 사실 이번이 두 번째 이세계 소환이다. 첫 번째는 까마득한 과거, 기울어져가는 나라에 소환되어 [군신]으로 불리며 나라를 구하고, 주변 나라를 정복하여 대제국을 건설한 영웅이 되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주인공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갔고, 다시 3년 후 같은 나라에 소환되나 이번엔 1천 년 후의 세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무엇 때문에 주인공을 이세계로 소환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첫 번째 소환 때도 그저 나라가 위기에 빠졌으니라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뿐이다. 두 번째 소환해서는 얼핏 느끼기로 위기에 빠진 히로인 '리즈'를 도와 나라의 기강을 다시 잡으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듯한데, 솔직히 주인공을 소환하여 나라를 구하고 어쩌고 할 정도로 나약해진 나라라면 진화와 도태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냥 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작가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무엇을 시키려는 걸까. 이 작품에서 마왕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판타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령이 등장하고, 정령의 가호와 정령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무기, 정령이 깃든 정령검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 작품에서 전장을 이끌어가는 키포인트가 된다. 정령검이 선택한 인물은 왕이 될 수 있으며, 그 가호를 받아 일기당천이 되는 능력을 얻게 된다. 히로인 '리즈'는 5대 정령검중 '염제'의 선택을 받게 된다. 세상의 기준은 정령으로부터 돌아가는 시대에서 그녀는 왕위 계승권 8위이면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오빠들의 견제... 말이 견제지 오빠들은 그녀를 죽이려 군사를 푸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쩌면 중세 시대의 고증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네 역사를 봐도 기미 상궁이 괜히 있었던 게 아니니까. 주인공은 오빠들의 계략으로 지방으로 좌천되는 '리즈'를 따라가게 된다. 주인공은 그녀와의 여행길에서 1천 년 전의 기억이 차츰 돌아오게 되고 [군신]이라는 진면목을 보여주며 '리즈'를 돕게 되는 게 1권의 핵심 이야기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의 정의(定義)는 무엇인지 1권에서는 명확하지가 않다. 나라의 위기? 그래서 주인공소환? '리즈'의 나라는, 1천 년 전 주인공이 구해준 나라다. 1천 년 후 주인공이 건설한 대제국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며 주변국을 압도하고 있다. 왕권을 둘러싼 자중지란은 어느 나라고 흔히 있는 일이다. 사실 힘이 있는 자가 나라를 이끌어가는 게 중세 시대에서는 나라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기에 싸워서 이긴 자가 왕좌에 않는 건 딱히 이상하지 않다. 하물며 그란츠 제국은 이웃나라를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침공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짓밟는 짓을 하고 있다. 문맥상으로 보면 나쁜 쪽(판타지로 표현하면 마왕이 이끄는 마족)은 그란츠 제국이 된다. 이런 나라에 주인공을 소환해서 뭘 하려는 걸까. 히로인 '리즈'는 오빠들에 비해 백성들을 생각하는 어진 왕으로 표현된다. 지지도 많이 받고 있고. 단순히 '리즈'가 오빠들에 의해 위험에 빠져드니 도우라고 주인공을 소환한 걸까?

 

아니면 1천 년 전에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리즈'와 편먹고 마치 천하를 통일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주인공 보고 이세계를 통일하여 영웅으로 올라서라는 이야기일까. 근데 아무 이유 없이 다른 나라를 침공해서 내 땅이라고 하는 사람을 영웅이라고 칭송해야 되나? 물론 제국(리즈의 나라)이 아니꼬워서 침공해오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국이 하는 짓을 보면 침공 당하더라도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일례로 제3왕자가 실적을 바라고 옆 나라를 침공하기도 하고, 전리품이랍시고 잡아온 병사들을 노예로 팔아버리기도 하니까 당해도 싸다는 느낌이다. 보통 어떤 작품이고 시작 초기엔 명분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가령 마족이 침공해서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앙갚음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나 이 작품같이 중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다면 적어도 나라가 침공 당해서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명분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그저 '리즈'가 위험하니 도우는 형식이다.

 

계속해서 이 작품의 문제점을 열거해보겠다. 첫 번째 히로인 '리즈'가 주인공을 너무 허물없이 대한다는 것, 흔해빠진 이벤트로 숲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리즈와 그녀를 빤히 보는 주인공과의 조우씬. 보통 뭐 여기서 죽이네 마네라는 연출이 생길 법도 한데 그런 건 없고 만난 지 1초 만에 10년은 같이 산 부부처럼 허물없이 대하는 '리즈'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호위 기사들의 경계에서 주인공을 두둔하는 모습에선 현실미가 떨어진다. 주인공이 누구인 줄 알고 두둔하는 것일까. 지방으로 떠나면서 같은 천막에 하룻밤 보내기. 두 번이나 주인공에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보이고도 태평한 것. 정보 좀 찾아보니 리즈가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을 알게 되었지만 어차피 작가의 머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지라, 이러한 행동들은 상당히 오점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주인공 우상화. 1천 년 전 [군신]으로 표현할 정도로 지략적이든 능력적이든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주인공은 리즈와의 알몸씬과 더불어 현실미가 상당히 떨어진다. 이 작품은 마법 같은 근사한 능력은 없고 정령검으로만 전장의 판도를 가늠하게 된다. 문제는 정령검이 무슨 우주 결전 병기처럼 표현된다는 것인데, 정령검에 선택된 사람은 일기당천이 되어 진짜로 1천 명의 군사들을 도륙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사기템빨이면 전략이든 전술이든 뭐 하러 짜고 많은 군사들이 필요하나 싶다. 혼자서 수천의 군사를 도륙하고, 1만이 넘는 군사를 와해시켜 버린다.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작가는 밸런스라는 말을 모르나? 일반적인 인간 대 인간의 싸움뿐인 이 작품에서 괴리감이 상당하다. 작가는 정령검 들고 주변국을 도륙하라고 주인공을 소환한 것일까? 주인공은 1천 년 전 대영웅(이것도 웃긴 게 다른 나라 침공해서 점령하고 영웅 칭송받는 것)으로 추앙받고, 1천 년 후에 그의 후손이라며 또 칭송받게 된다. 결국은 명분도 없으면서 주인공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이라며 우상화를 한다는 것이다.

 

맺으며: 본 리뷰가 옳다고는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1권의 내용과 이를 유추해서 써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 또 다른 모습이나 내용이 밝혀질 수도 있다. 가령 그란츠 제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침공을 받아 바람 앞에 등불이었다고 나올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주인공 소환에 대한 명분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왕위 계승권 전쟁에서 리즈를 도와 이긴 후 그녀를 왕좌에 앉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러면 신화 전설이니 영웅이니 같은 수식어 쓰기에 민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웅이란 적어도 핍박받는 백성들을 구하는 사람을 지칭해야 한다. 그런데 적어도 1권에서 핍박받는 백성들은 나오지 않는다. 정보 좀 찾아보니 왕족이나 귀족들과 연관되어 싸워 나가는 거 같던데. 이런 걸 보면 더더욱 영웅이라는 수식어를 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물론 리즈의 오빠들이 보이는 왕권을 둘러싼 추악한 짓거리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백성들을 보살핀다는 걸 생각할 수 없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이전 다른 작품에서도 히로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작품을 읽다 보면 지금 이 히로인이 주인공과 맺어졌으면 하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 적어도 '리즈'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끼는 부하들이 다 죽어 나가고 절망에 차 있는데 주인공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자마자(이거에 대해선 2권 리뷰에서) 팔짱을 끼며 알랑방귀 뀌는 모습에서는 약간 질리기도 했고. 전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정령검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부하들이 다 죽어가는데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다던지. 적을 맞아 깡다구 있게 대항하는 의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작두 위에서 칼춤 추는 주인공에게 너무 기댄다던지 수동적인 모습은 히로인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리타이어 안 되려나. 그리고 주인공 진심 사기 캐, 너프 시켜야 된다고 본다(이것도 2권에서 언급해보겠다). 이런 설정만 빼고 본다면 대하 서사시를 보는 듯한 웅장한 스토리가 있다. 세계관도 넓고. 사실 위기에 빠진 왕녀를 도와 나라를 일으키는 주제는 판타지의 정서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흥미는 있다. 역시나 주인공 우상화는 좀 자중해줬으면 하는데... 일본에서는 완결되어 버렸으니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