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약사의 혼잣말 10권 리뷰 -언제나 남의 일처럼-

현석장군 2022. 1. 31. 23:09

 

 

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들라면, 조그마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나아가 나라(國)가 연관되는 큰일로 번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전개는 여느 장르에서도 볼 수 있는 점이긴 한데, 본 작품의 작가는 여기에 무슨 일이 터질 거 같은, 매 순간 긴장감을 잘 표현한다고 할까요. 이번 10권에서는 4~5권 이후부터 줄곧 복선으로 나왔던 황해(蝗害, 메뚜기 재난)의 전말과 그걸 이용해 무슨 꿍꿍이를 펼치려는 황후(皇后)의 오래비와 그 일가에 대한 진실에 조금 더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기승전결이 없다면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만, '마오마오'는 그동안 줄곧 들어온 황해에 대한 단서와 발생 원인 등을 찾기 위해 황후의 고향인 '서도'에 '진시'의 계략에 빠져 반강제적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황해는 마오마오가 그동안 겪었던 사건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된 재난이었고, 사건에 연루된 범인들의 공통점도 '서도'를 가리키고 있었죠.

 

그래서 이번엔 진시와의 밀당 이야기는 거의 들어가 있지 않고 그동안 복선으로 나왔던 황해의 대책과 발생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티비에서 가끔 보죠? 메뚜기 떼가 화면 가득 날아다니는 모습을요. 지나간 자리엔 풀  포기조차 남아있지 않죠. 현대에서도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데 중세 시대쯤 되는 본 작품의 시대 배경에서는 얼마만큼의 피해가 발생할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단순히 메뚜기 떼에 의한 피해보다 메뚜기 떼를 이용해 누가 득을 보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같은 흥미 요소를 넣으면서 자그마한 긴장감을 유지해가는 능력을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마오마오가 겪었던 사건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그 도착점은 어디인가를 맞춰 보라는 듯 답을 알듯 말 듯 추리 요소를 넣음으로써 몰입도도 높여주고 있죠. 라고 해도 마오마오는 어디까지나 제3자의 입장이고, 맞으면 죽는 나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참고로 그녀는 누군가가 판단할 재료 모을 뿐 사건 해결은 하지 않아요.

 

그렇게 모인 재료들은 어느 한 인물을 가리키게 되죠. 황후(皇后)가 줄곧 이를 갈며 복수하고자 했던 어떤 인물. 이 작품에서는 마오마오와 진시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야기가 진행되곤 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황후인데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유년시절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에게 온갖 수모를 다 당하며 자란 끝에 독기가 잔뜩 올라 있는 황후의 복수극과도 연계되는 이야기인데 작가가 이런 연계 시키는 능력이 제법 좋아요. 황후는 지금의 황후 자리에 앉게 해준 마오마오를 매우 좋아하고 있죠. 마오마오는 황후의 고향인 서도에서 황해 발생 원인을 찾고 있고요. 결과 그 발생 원인이 황후의 집안과 관계있다? 같은, 단서를 모으면서 앞으로 피바람을 예고하기도 하는데요. 근데 사실 이거보다 그 과정에서 마오마오가 조사차 시골 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되고, 여러 남자와 동행하는 마오마오를 보며 은근히 애간장 태우는 진시의 모습이 흥미로웠군요.

 

맺으며: 결과적으로 그동안 복선으로 간간이 언급되었던 황해에 대한 복선이 회수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지몽매한 시골 농민들의 해충에 대한 인식과 개선해야 될 점등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이 다소 많았기에 크게 건질 이야기는 없었는데요. 그래서 그럴까 작가는 이번 10권에서 마오마오 주변 인물을 이용해 개그적인 요소라든지, 안타까운 이야기를 제법 많이 넣어 놨습니다. 재미적인 요소로는 집오리를 어깨에 얹고 다니는 '바센'이라는 호위무사라든지, 언제나 텐션 높게 까불거리며 마오마오의 신경을 건드리는 취에라는 여성이라든지(이번에 도적 유인 미끼로 마오마오를 쓸 정도로 담대한 성격), 이젠 사실상 마오마오를 진시의 정실로 기정사실화해서 대우하는 주변 인물 등 일상적인 장면들에서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군요. 

 

그리고 안타까웠던 건 2대에 걸쳐 황제의 후궁이었던 '리슈 비'의 몰락이었는데요. 9살에 입궁하여 수천 명의 후궁 중에  4명 밖에 없는 상급 비중 하나로서 올라섰지만 세상 물정 어두워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결국 후궁에서 쫓겨나고 집에서도 쫓겨나 어느 시골 오리 부화장에서 일하는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오마오하고도 비교적 인연이 있어서 더욱 안타까웠군요. 다만 그런 그녀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서 작은 위안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사실 마오마오와 진시의 관계보다 리슈 비와 그녀를 걱정하는 어느 인물의 관계가 더 애틋했군요. 이 작품은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는데(약과 독을 향한 마오마오의 저돌맹진만 봐도), 리슈 비에게서 성장이라는 가능성이라는, 홀로서기 하려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마음 아프게 했다고 할까요.

 

마오마오는 결국 금단증상에 빠져 돌아가실뻔 합니다. 그녀의 아이덴티티는 약과 독이죠.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이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할 정도, 궁에 있을 때는 기미 상궁이 되어 독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번 황해 조사하면서 그럴 기회가 거의 없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헛것이 보이고.... 집안 내력이 하나같이 괴짜인 점을 볼 때 결국 그녀는 부정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와 진시는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하는데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마오마오. 옆에서 뭐라 말하는데 남의 일처럼 차갑게 식힌 과일 좀 안 나워 주려나, 맛있는 과자를 나눠주지 않으려나는 등 현실 도피하는 것도 재미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