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으]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5권 리뷰 -역자와 편집자의 손은 무사한가-

현석장군 2022. 2. 21. 17:51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부제목이 상당히 살벌합니다만, 오해는 하지 마세요. 이야기가 너무 오글거려서 필자에게 번역을 맡겼다면 창피함에 냅다 던져 버리고 어디 산속에라도 들어가 콕 박혀 버렸을 겁니다. 그러고 한 100년은 안 나올 자신이 있어요. 그만큼 오글거려서, 이번 5권 번역하신 분과 검수한 편집자분의 정신력에 찬사를 보낼 정도입니다. 창피함은 왜 읽는 사람의 몫인가요. 본편도 이런 오글 거림 때문에 하차했다가 겨우 참고 다시 보고 있는데, 이번 5권은 본편에서 한창 오글거릴 때 집필한 게 아닐까 싶군요. 읽다 보면요, 일본어로 감정 표현에서 있어서 이렇게 풍부하게 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인데요. 예로 들면요. "너 정말 사랑스럽다~ 아흐흐흐~" 이건 느끼한 건가. 아무튼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에 있어서 이 작품만큼 훌륭한 작품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수해(나무 지옥)의 여왕 '류티리스'를 납치하려고 교회가 파견한 대규모 부대와의 전투의 결과, 그리고 마지막 신대 마법사 대머리 '라우스'의 탈출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신의 사도를 맞아 죽을 각오로 임했던 여주 '밀레디'는 혼수상태에 빠져 버렸고, 여왕 류티리스는 마조 끼를 더욱 발산하며 주변을 기겁하게 만들고, 남주 '오스카'는 여친(밀레디)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정신이 가출해버렸습니다. 밀레디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은 혼백 마법을 쓰는 대머리 '라우스' 밖에 없지만 지금 그는 수천 킬로나 떨어진 곳에서 이제 막 탈출을 꿈꾸고 있죠. 몇 권인지 까먹었지만 대머리 '라우스'는 교회의 첨병이 되어 수상 도시에서 밀레디와 싸웠었어요. 참고로 밀레디는 교회에 맞서는 [해방자]의 리더랍니다. 아무튼 기억은 잘 안 납니다만, 라우스가 대머리 된 이유에 밀레디가 관련돼 있기도 하죠.

밀레디와의 싸움에서 교회의 불합리(유일신 안 믿으면 다 이교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 라우스는 어린 아들과 호위 기사 한 명을 대동하고 성공률 0%에 수렴하는 길을 떠나요. 밀레디가 있는 [해방자]의 본부를 향해. 이번 5권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자유를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나는 사람을 그리는, 그 길은 순탄하지만 않죠. 쫓아오는 추격자를 맞아 싸우고, 적지를 통과할 때의 불안과 무서움, 그리고 이제 틀렸을 거라는 절망스러운 현실, 몸이 가루가 되도록 싸우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혹사하면서도 믿는 길을 찾아 떠나는 장면들은 중2병을 사랑하는 작가 답지 않게 정말 진지한 모습들로 그려댑니다. 아들을 지키기 위한 부정(父情)은 가슴을 울리고, 주군과 그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당대 '용사'로 각성한 호위 기사의 분투, 그럼에도 추격자들을 돌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현실.

 

사실 본편이 아니라 외전 제로가 애니메이션화 되었어야 했어요. 이렇게 짜임새 좋아서 언젠가 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영상화된다면, 부디 제작자들이 각성하여 좋은 영상미로 담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감동이라면 좀 오버스럽고 그만큼 흥미진진했군요. 다만 오글거림을 어떻게 해결할까가 난제가 되겠죠. 자칫 잘못하면 호러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진지할 때는 진지한데, 틈만 나면 함정을 판단 말이죠. 사실 밀레디는 혼수에서 깨어나긴 나요. 근데 작가가 이것까지 오글거림에 이용하는 통에 초반은 진짜 읽는 사람의 얼굴이 벌겋게 될 정도였군요. 전투의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으로 밀레디의 본모습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죠. 불고기의 반대말이 뭔 줄 아세요? 물고기죠. 그럼 깐족거림의 반대말은? 진지함이 되고, 그녀에게 있어서 진지함은? 이것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질을... 이게 다 사망 플래그라는 걸 이때는 몰랐겠지요.

 

맺으며: 사실 진짜 오글 거림은 초반이 아니라 후반이었어요. 거기에 삼각관계를 끼얹으니 금상첨화가 되죠.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수준급입니다. 빵집을 차린다면 분명 대성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중간중간 능력 쓰는 모습은 영화 엑스맨이 생각났습니다. 이게 어딜 봐서 마법이야 싶은 사이코메트릭스가 판을 치는데 중2병을 사랑하는 작가에게 있어서 이런 것도 다 중2병에 해당되겠죠. 틀에 얽매이지 말고 시야를 넓게 보라는 작가의 메시지 같은, 아무튼 다음 6권이 완결입니다. 최종적으로 전력은 다 모였고, 교회를 무너트려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해방자]들의 마지막 몸부림이 시작됩니다.라고 해도 어차피 신(神)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꼴이 되겠지만요. 외전은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신(神)이라는 작자가 인간을 장기짝으로 이용해 유희를 즐기는 변태 같은 놈이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몸부림치는 [해방자]들의 "실패 플래그"도 착실하게 넣어 놨고요. 다름 아닌 밀레디와 오스카에 의해... 이 부분도 그냥 녹습니다. 개그도 적당히 들어가 있고 4권에 이어 최고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