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쌍둥이 언니가 신녀로 거둬지고, 나는 버림받았지만 아마도 내가 신녀다 1권 리뷰

현석장군 2022. 7. 10. 21:59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마물과 수인들에게 거둬져 살아가는 인간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신(神)에게서 사랑받는 신녀라는 설정을 가미해서 이 소녀를 버린 존재들에게 천벌을 가한다는 권선징악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선악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두고 있는 게 특징이죠. 여기서 악은 소녀의 부모와 마을 사람들이고 부모는 친딸인 소녀를 학대 수준으로 방임한 끝에 숲에 버리는 만행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저지릅니다. 마을 사람들 또한 소녀의 성장 과정에서 매몰차게 대했으며 부모에게 버림받을 때도 누구 하나 말리는 이가 없었죠. 소녀의 쌍둥이 언니는 부모의 영향과 어화둥둥 받들어 모시는 마을 사람들의 영향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성장합니다(그러니 동생을 보살필 리가 없죠). 이렇게 선악을 구분 지으면서 부모와 마을 사람들은 왜 소녀를 이렇게나 매물 차게 대했는가는 처음부터 밝히지는 않고 소녀의 독백으로 조금씩 풀어가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그러면 신녀는 누구인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녀의 언니가 신녀로 밝혀지고, 국가에서는 신녀의 존재만으로도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수 있다 보니 소녀가 사는 집에 찾아와 이들 가족을 데려가는데요. 여기서 운명은 갈리게 되죠. 부모는 소녀의 언니가 신녀라고 철석같이 믿었으며, 동생인 소녀는 걸림돌이라 여겨 숲에 버립니다. 신녀의 전설이 100년 전 맥이 끊겼다는 것에서 이후 부모와 언니에겐 불운이 아닐 수 없게 되죠. 이 작품에서 신(神)은 이세계 전생물의 약아빠진 신이 아닌 어디까지나 선의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으며 신녀를 불행하게 하면 천벌을 내려 과거 나라가 쫄딱 망한 사례도 있을 정도로 신녀를 과보호하는데요. 소녀가 버림받은 시점에서 마을은 흉작이 시작되며, 국가는 재앙을 맞이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동생이 신녀인가? 이런 작품에서 항상 차별받고 학대받는 쪽이 참 히로인 아니겠습니까. 소녀는 자신이 신녀인지 아직 자각을 못한 채 숲을 떠돌게 되죠.

초점은 소녀가 숲에서 그리폰과 스카이 호스(네이밍 센스 빵점)라는 말을 만나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고 같이 지내며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가족애를 느껴가는 장면들에 맞추기 시작합니다. 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계약을 맺으며 가족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죠. 그래서 필자는 인간들에게서 보살핌과 사랑을 일절 받지 못했던 소녀가 인간과 적대하는 마물과 가족이 되어 살아가면서 자신을 버린 부모와 학대한 마을 사람들을 원망하기 보다 앞으로 살아갈 목표를 찾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들에서 이제 7살인 소녀가 겪어야 될 일인가 하는 느낌에 이 작품은 잔혹동화가 아닐까 싶었군요. 그래서 작가는 소녀의 인간성과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수인들을 투입해 소녀의 세계를 넓혀주려 하는데요. 동년배로 보이는 수인 소년과의 만남은 친구라는 개념을 심어주었고, 수인족의 마을에서 소녀는 자신의 목표를 찾고 마을 사람들과 지내며 비로소 내가 있을 곳을 알아가죠.

일러스트도 한몫해서 동화 같은 이야기를 그립니다. 마을에서 지내는 모습들이라든지, 자기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니고, 마법도 배우고, 수인들과 소통을 하며 마을에 있을 때는 몰랐던 행복이 무엇인지, 보살핌을 받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며 행복이 충만한, 소녀의 세계는 나날이 넓어져만 가죠. 그리고 왕도에서 찾아온 학자(히로인)로부터 신녀에 대해 전해 들은 소녀는 신녀로서 조금씩 자각하기 시작하며, 그렇다면 신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라는 모습에서 순수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어 훈훈하기 짝이 없었군요. 하지만 매사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듯, 수인을 사냥하는 인간들을 투입하면서 소녀에게 밝은 미래만 기다리지 않는다는 복선을 깔기 시작합니다. 인간과 수인은 고대부터 사이가 좋지 못했으며, 전쟁에서 수인이 패하면서 수인들은 인간들을 피해 깊은 숲에서만 살아가야만 했죠. 그래서 소녀의 등장은 이들에게 있어서 구세주가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맺으며: 소녀의 나이가 7살이고,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을 텐데도 어른들 뺨치는 깊은 생각과 행동에서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보통 학대받는 아이들은 일찍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접하니까 이질감은 그렇게 없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 전에 부모의 방임으로 10살짜리 여자애가 동생들을 부모 없이 3달이나 보살폈다는 뉴스도 있었죠. 그래서 이 작품은 잔혹동화와 이웃하고 있는 파스텔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으로 소녀는 일찍이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할까요. 아무튼 초반에 권선징악형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이 부분이 좀 많이 흥미로웠습니다. 자기중심적에 이기적인 언니는 대신전에서 땡깡 부리기를 밥 먹듯이 하고, 정치가들은 그걸 타이르는 저 위에서 언급했던 학자(히로인)와 아직은 등장하지 않는 왕녀를 불경하다며 추방 시켜 버리죠. 그러해서 왕도에 벼락도 떨어지고 날로 천벌이 내려지는데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무지성을 엿보게 해줍니다. 참고로 소녀가 버림받은 이유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밝혀지고 있음으로 개연성에 문제는 없는데요. 이건 다음 2권에서 다시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