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11권 리뷰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제 어딜 가나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500년 전, 욕심을 부린 조상 때문에 신벌을 받아 진화가 금지된 종족으로 태어나 괄시와 차별을 받다 끝끝내 노예의 삶밖에 없었던 '프란'은 스승을 만나 여행을 시작했고, 천신만고 끝에 진화의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그래도 굽어살피는 신(神)의 선처로 남들보다 어렵지만 진화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프란과 스승은 기필코 시련을 완수하고 말았죠. 먹는 걸(주로 카레) 엄청나게 밝히고, 시비 거는 놈들은 가차 없이 동강 내버리며, 싸움에 도움이 되어도 관심 없는 분야는 흐리멍덩해지는 등 프란은 감정이 풍부해서 참 귀여운 캐릭터죠. 침울해지기보다 악바리 근성으로 노력하고, 좌절하지 않는 성격으로 눈물 하나 흘리지 않았던 프란이 진화를 이뤄내고 우는 장면은 참 애틋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진화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신벌을 받아 불가능에 가깝게 까다로워진 종족으로서 진화를 이뤘다는 건 대서특필할 만한 사건이었죠.
울무토 무투대회에서 쟁쟁한 모험가들을 물리치며 두각을 나타내고, 수인국으로 넘어가 동족을 구하고 위기에 빠진 수인국을 구하는 등 프란은 이제 영웅이자 용사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프란의 나이 약관 12세. 이제 진화도 이뤘고, 동족에게 진화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수인국 왕이 흑묘족(프란이 속한 종족)의 처우 개선에 나서는 등 10권까지가 1부의 끝이라는 느낌이었다면 11권부터는 주인공 '스승'에 관련된 이야기 제2부의 느낌입니다. 개선장군마냥 모험을 시작했던 대륙으로 건너온 프란과 스승은 옛 지인들과 해우를 가지는 등 다소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흘러갑니다. 여러 가지 복선이 투하되긴 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하고요. 이번 이야기부터는 RPG 게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사람 찾는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작 초반에 주인공의 정체(검)를 단박에 간파한 대장장이가 있었죠. 이 대장장이가 행방불명 되었고, 프란과 스승은 찾아 나섭니다.
대장장이는 스승의 칼집을 만들어주는 등 기억이 가물한데 메인터넌스도 했던가 그럴 겁니다. 즉, 주인공 스승에게 있어서 몇 안 되는 협력자이자 이해자에 해당합니다. 그런 영감이 만나자 해놓고 날 찾으라 같은 단서만 조금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졌으니 찾아야죠. RPG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사건과 연관되어 가고 결국 거대한 악과 싸우게 되는 것처럼 파면 팔수록 국가 중추에 자리한 후작(귀족 최상위)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아갑니다. 아마도 대장장이 영감은 후작에 잡혀 노동을 강요 당하고 있는 듯한데, 그 과정에서 후작은 스승과 비슷한 신검(인텔리전트 웨폰)을 찾고 있다는 것과 그 이면에 '광신검'이 있다는 걸 알아갑니다. '광신검'은 주인공과 동일한 신검으로 주인공처럼 의사를 가졌죠. 물론 주인공처럼 이세계 전생으로 검이 된 건 아니고, 이세계의 누군가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광신검(劍)'은 절대악(惡)으로서 놔두면 세상을 멸망 시킬 거라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도 '프란'은 처절하리만치 만신창이가 되어 싸워 나갑니다. 프란은 은근히 사람들을 지키려 하고, 자기보다 강한 상대가 있으면 싸우려 드는 호적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그리고 대장장이 영감을 찾기 위해 프란과 스승은 광신검을 없애야만 합니다. 문제는 광신검이 너무나 강하다는 것이고, 윤리관이 없기에 도시는 초토화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프란과 스승에게 아군도 생기지만 이 작품은 먼치킨이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희망도 꿈도 없기로 유명하죠. 죽을 사람은 죽게 되는 비극이 존재하며 지인의 죽음을 통해 주인공(프란)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이야기를 이번에도 넣어 놨습니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스승을 이용한 먼치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여느 먼치킨과 다르게 항상 주인공이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인의 희생이 없었다면 프란과 주인공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을 정도로 처절하게 흘러갑니다.
맺으며: 이번 11권은 광신검이 등장하면서 이세계에 주인공과 비슷한 신검이 다수 존재한다는 걸 본격적으로 알리는 에피소드입니다. 아마 앞으로 이런 신검과 그 제작자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동안 주인공도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 신검 제작자나 다른 신검을 만나야겠다는 복선을 꾸준히 투하해왔었기도 하죠. 문제는 그 신검들이 광신검처럼 호전적일 수 있다는 것이고, 주인공 스승만큼 혹은 그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에서 주인공 스승과 프란의 여행은 순탄치 않다는 걸 예고하는 거 아닐까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 작품의 특성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주인공이 검(劒)이다 보니 딱히 하렘은 없습니다. 여성형 칼을 등장시켜 하렘을 꾸리면 안 되나? 같은 그런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고요. 사실 이 작품을 꾸준히 보는 이유가 의미 없는 하렘이 없어서군요. 그럼 주인공을 들고 다니는 프란이 여자니까 그럼 역하렘은? 프란은 그런 거에 관심이 없습니다. 있어도 누군가가 다가오면 주인공 스승이 딸을 보호하듯 댕강 잘라버릴 테죠. 코믹 1권에서 프란을 붙잡으려던 노예상인이 댕강 잘렸고, 이번에는 목이 졸리죠.
주인공 스승의 프란 사랑은 이번 싸움에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프란을 보다 못해 주변 사람들을 구하는 것보다 프란을 우선시해 그녀를 대리고 강제로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얼마나 프란을 아끼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여행을 하며 많은 지인이 생겼지만 안주할 땅은 없고, 같이 할 여행자는 더더욱 없으니 둘만의 여행이 때론 서글프게 다가오기도 하죠. 작가는 개그로 승화 시켜 놨지만요. 어쨌거나 싸움은 12권으로 이어집니다. 12권에서는 더더욱 만신창이가 될 듯한 이야기로 끝을 맺어 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