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초보 연금술사의 점포경영 4권 리뷰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3권에서 아이리스와 케이트의 집안 사정을 해결한 여주 '사라사'는 이 둘에게 빚을 더욱 떠안겨 주게 되었습니다. 1권에서 여주 '사라사'는 채집자(모험가)로서 숲에 들어갔다 마물의 습격으로 크게 다친 아이리스(케이트였나)를 치료해 준 계기로 둘과 인연을 맺었지만 세상엔 공짜는 없다고 하잖아요. 치료할 때 들어간 포션은 아주 비쌌기에 값은 받아야겠습니다.라고 하는 여주인공. 보통 여느 판타지 등을 보면 치료해 주기만 했지 대가를 바란 적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여주는 참 특이하다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막 퍼주다 보면 호의가 권리가 되니까 브레이크 시스템은 있어야 되는 게 맞기도 합니다. 설령 그것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악평을 듣더라도요. 물론 빚쟁이는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도망은 못 가며, 도망가다 잡히면 노예로 전락한다나요. 아기자기한 파스텔톤 같으면서도 은근히 시리어스 한 면이 있죠. 문제는 둘의 빚이 줄기는커녕 자꾸만 늘어난다는 것이군요.
이번 4권은 재난&조난 이야기입니다. 누가? 아이리스와 케이트가요. 메인 주인공(여주 사라사)은 서브로 돌려지고, 서브 캐릭터였던 아이리스와 케이트가 메인이 되어 샐러맨더 서식지 조사하겠다는 연구자 호위에 나섰다 조난 당하여 한 달이나 땅굴에 갇혀 개고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사실 아이리스와 케이트는 아기자기한 작품 분위기와 다르게 여유가 없었습니다. 포션 값은 다 갚지도 못했고, 집도 몰락할 뻔했고, 여주 사라사가 집에 보태라며 도와준답시고 샐러맨더(이 작품에서는 거의 최종 보스급)를 잡을 때 그녀(사라사)가 만들어준 각종 장비들 가격까지 합쳐지니 이건 뭐 노예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거든요. 어째 갈수록 본말 전도되는 느낌이 상당하죠. 그래서 여유가 없었던 둘은 연구자가 내민 큰돈의 호위료에 넘어가 샐러맨더 서식지까지 간 것까진 좋은데, 이미 첫 번째에서 경험이 있으니 두 번째는 낙승이라 여겼겠죠. 연구자가 돌+아이 짓 하기 전까지는요.
이넘의 연구자가 샐러맨더 서식지 조사하러 간다 해놓고 샐러맨더는 왜 리젠 시키는 거지? 먼치킨에 가까운 여주 사라사가 죽도록 고생해서 겨우 토벌했는데요. 아이리스와 케이트는 이걸 믿고 호위를 받아들인 것인데 어째서 이 연구자 놈은 서식지 조사한다 해놓고 강제로 리젠 시키는 거냐는, 연구자 놈이 여주 사라사만큼 강해서 쓰러트리면 아무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연구한답시고 어퍼컷 날려서 화만 돋울 뿐, 남은 건 줄행랑인데 그만 샐러맨더에 의해 동굴이 폭삭, 갇혀서 한 달을 조난 영화를 찍게 되어 버리죠. 현실에서 연구랍시고 불 붙인 폭죽을 말벌 집에 던져 폭파 시키고 눈 뒤집혀 날아오는 말벌들을 바라보며 희희낙락하는 사람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가 이번 테마입니다. 그나마 미안한 감정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겠건만, 입만 열었다 하면 연구자니까 연구가 목적이니까 이 연구로 인해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으니까 같은 궤변만 늘어놓는 소시오패스 같은 말만 해대니 더 졸도할 일.
자, 과연 아이리스와 케이트는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맺으며: 기어코 백합을 찍는군요. 3권에서 갈 때까지 간 거 같기도 한데 일단 전연령가라서 그런지 표현은 없었습니다만. 이번엔 한 발 더 나아가 아이리스&케이트 + 여주 사라사 이렇게 묶어서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는 뭔가 기둥서방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고 할까요. 그야 아이리스와 케이트 집안은 귀족이지만 몰락할 뻔할 만큼 빈곤한 삶을 살고 있고, 여주 사라사는 나라에서 적극 육성 중인 '사'자 들어가는 직업에 가게(개인병원)도 개업한걸요. 물론 그동안 밥도 같이 먹으면서 정도 들었고, 정든 사람이 고생하는 걸 보기 좋지만은 않았기에 적자를 감수하고 지원하는 것에서 초반에 돈독 오른 것에 비해 많이 둥굴어졌다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러니까 백합이 될 수밖에 없지라는 느낌이긴 합니다만. 그보다 가게를 열었으면 거기에 따른 이야기를 보여줘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연금술로 물건을 만들고 팔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조금은 먼 산을 바라보며 여운에 잠긴다 같은 동화 같은 이야기는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