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3권 리뷰

현석장군 2023. 4. 30. 22:23

 

 

이번 5부 3권까지 합치면 총 권수가 몇 권인지는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올 동안 본 작품을 높게 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정말 한결같은 여주인공의 행동을 들 수가 있습니다. 책에 미쳐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은 채 폭주한 끝에 자신의 목숨 하나만 끝나는 게 아닌 부모를 부모라 부르지 못하는 계약을 맺어 강제로 가족과 떨어지게 되었으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5부 3권까지 올 동안 한결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량을 멈출 생각 없이 악셀만 주구장창 밟아대는 꼴이죠. 그 과정에서 고장 난 차량을 세우려는 사람들과 길가는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치어버리기도 하고요. 더욱 문제는 그렇게 사고를 치면 나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실제로 있음) 반성이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는 것이고(있기야 있지만), 틈만 나면 고장 난 차량에 탑승해 레이스를 펼치려는 통에 주변인들의 위장은 남아나질 않게 되죠.

본 작품은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할애비도 못 알아보는 여주인공 '마인' 때문에 주변인들의 고생을 담고 있는 리얼 다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이라는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이세계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기반 시설을 닦아 이젠 어엿한 출판물을 펴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냈죠. 비단 책만이 아닌, 현대 신문물을 이세계에 퍼트리는 우행도 감행했고 그 바람에 그 이익을 바라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사투와 암약은 일개 나라를 무너트릴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대 파벌을 제거하는 숙청의 바람이 불고, 그것에 휘말려 친가족이 몰살 당할 뻔하고, 자신(마인)은 팔려가듯 귀족의 양녀로 들어가야 했으면, 거기서도 여동생이 납치될 뻔하고 그 과정에서 독으로 인해 2년이나 혼수상태에 빠졌다면 좀 자중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는 한결함은 이 작품의 특징으로서 어떻게 보면 엄청난 발암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정점이 이번 5부로서 결국 상위 영지에서 보물덩어리인 여주인공 '마인'을 빼앗기 위해 싸움을 걸어왔고 그 틈을 이용해 중앙 기사단의 개입, '마인'의 활약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져가는 이웃 영지의 암약은 앞으로 나라를 전란에 빠트리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투하하기에 이릅니다. 무릇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책에 실려 있었지 싶은데도 책을 좋아하면서도 자기 좋아하는 것만 보는 것인지 그 법을 따르기보다는 현실 상식을 들이밀며 중세 시대 상식에 머물고 있는 이세계에서 개혁(혹은 혁명)에 가까운 행위를 하면서도 자각이 없고, 그로 인해 적들이 늘어나기만 하는데도 개의치 않는 통에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왕족이 있는 시합장에서 테러가 일어나는 일도 벌이지게 되죠. 연결 고리를 찾아보면 그 바탕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마인'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그녀의 보호자들은 뒤처리를 하느라 거의 사망 직전까지 내몰리게 됩니다. 정말 조마조마하다는 느낌이 장난 아니죠.

아무튼 이번 5부 3권에서는 다른 영지들과의 합동 연구와 발명으로 시끌벅적해지는 가운데 전란이라는 복선이 보다 구체적으로 투하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차기 왕의 자리를 놓고 하필이면 마인에게 있어서 최악인 사람이 선정되면서 이야기는 상당히 시리어스 해지죠. 그럼에도 자각은 해가는데도 여기서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이 여전히 책이라면 누가 죽든 간에 개의치 않겠다는 양, 그러고 보면 적지나 다름없는 이웃 영지에 데릴 사위로 가게 된 '페르디난드'도 그녀의 행위로 인한 희생양임에도 전혀 양심의 가책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귀족원 졸업식 관련으로 페르디난드가 찾아오게 되는데, 자신의 행위로 쫓기듯 갔다는 것에 반성하기 보다 몇 년 만에 만난 사랑하는 이를 대하듯 애틋한 마음을 표출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집니다. 사실 마인과 페르디난드가 고난을 극복하고 맺어진다는 복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맺으며: 크게 보면 이세계 먼치킨 계보를 따르고, 우매한 이세계인들에게 신문물을 전파한다는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보급하며 글자를 깨우치게 하고, 인프라를 개척하면서 물동량을 증가시켜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신문물을 퍼트려 보다 편한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근데 이런 흔해빠진 양산형 이세계물이라도 그 본질은 여주 마인이 오로지 책을 읽기 위함이라는 자기만족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세계가 발전하는 건 그 부산물일 뿐이라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그러니까 차별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경차 티코에다 커스텀 튜닝을 통해 몇억에 해당하는 가치로 끌어올린 그런 느낌이 있는지라 그래서 마냥 폄하하지도 못하는 게 본 작품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문제는 일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기득권과의 알력 다툼, 그 이익을 바라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충돌로 인한 전란으로의 발전을 야기함에도 그런 건 모르겠다는 식으로 저돌맹진하는 여주의 모습에 한편으로 자기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부시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변의 입장에서는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는 느낌이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