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3권(完) 리뷰 -집으로-

현석장군 2023. 11. 11. 18:59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최종장입니다. 유에가 잡혀가고 반광란 상태에 빠졌던 주인공은 어찌어찌 준비를 거쳐 신(神) 에히트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 갑니다. 지상에서 인간들과 수인들은 해묵은 감정을 접어두고 대통합을 이뤄 대규모 병력을 꾸렸습니다. 이들은 개떼처럼 몰려오는 사도들을 맞아 죽기 살기로 응전에 임합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주인공이 지원해 준 각종 아티팩트 등으로 백중세를 이루지만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인간 쪽. 이세계로 전이되었던 아이들도 저마다 성장과 각오와 용기로 무장하고 마지막 전장에 섭니다. 하지만 늘 이런 작품에서 나오는 말이 있죠. '질 거 같지가 않다'. 근데 얘들 주인공에게 너무 기대는 거 아닌가 싶은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공이 이지메 당할 때는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아 놓고, 신(神)을 이기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너도나도 주인공을 치켜세우는 게 조금 노골적입니다. 그리고 고기 방패가 되어 죽어나가는 것은 얘들이 아니라 이세계 사람들.

주인공과 신(神) 에히트의 싸움은 이 작품에서 메인이 아닙니다. 몸을 에히트에게 강탈당한 유에를 탈환하고 꽁냥꽁냥 하는 게 목표죠. 어쨌거나 그러려면 에히트와 싸워야 하는데, 처음엔 백중세, 이후 주인공이 밀림, 많이 밀림, 엄청 두들겨 맞음, 주인공이 준비했던 무기들은 죄다 소진되고, 주인공이 품었던 희망을 짓밟아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절망을 안겨 주며 에히트는 희열에 빠짐.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사실 이전 다른 작품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근래 일본 작품들에서 일본만이 가졌던 열혈을 이 작품에서도 볼 수가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작가는 자신만의 중2병식 진행을 할 거라 했고, 그에 맞게 중2병식 진행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죠. 스킬 명과 주인공이 개발했던 각종 아티팩트들의 찬란함에서 보여주는 중2병은 유치하다기보단 오히려 후련함이 있습니다. 그것을 이번 13권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그렇다 보니 암울하거나 위기감, 절망보다는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질 거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 느낌대로 작중 진행은 애초에 신(神) 에히트는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는, 그렇게 사전 포석을 깔아 놓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언제부턴가 유에를 제일 우선으로 쳤으며, 그에 따라 에히트를 쓰러트리는 것보단 유에를 되찾는 것을 고집하고 그 고집에 따라 최선을 다해 원래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끔 포석을 깔아둔 것처럼 에히트와의 싸움은 그다지 처절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물론 엄청 두들겨 맞지만, 중요한 것은 유에의 영혼을 느끼는 것이고 아직 영혼이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된 주인공은 그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이끌어 내면 되는 일. 여기서 한 가지 독자들이 간과한 게 있다면, 오글거리는 꽁냥꽁냥은 얼굴에 철판 깔고 잘만 쓰면서 감동적이고 감격적인 장면은 정작 부끄러웠는지 작가가 쓰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신(神)은 죽었다. 스포일러가 아니라 어떤 도서의 제목이었던 거 같은데, 애초에 신이 인간에게 질리가 없잖아 하는 게 공통의 인식이겠죠. 그래서 본 작품은 신(神)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줍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밀레디'의 출연. 외전 제로의 여주인공으로서 깐족 거리며 사람 허파 다 뒤집어 놓으면서도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아깝지 않게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녀의 최후도 그립니다. 이 날을 위해 수백 년을 골렘의 모습으로 홀로 살아왔던 그녀,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깔아놓은 레일 위를 달려와준 주인공을 위해 그녀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건. 수백 년 전에는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해내지 못했던 일. 수백 년이 흘러 자신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드디어 신(神)에이트와 마주한 주인공을 바라보는 그녀의 심정은. 그리고 마침내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그녀에게 주인공이 건넨 한마디 '세계의 수호자' 이것으로 그녀는 마침내 보답을 받습니다. 사실 필자는 본편의 나구모(주인공)의 엔딩보다는 밀레디의 엔딩에서 그녀의 친구들이 마중 나와주고, 시일이 흘러 윤회를 거쳐 다시 오스카(외전 제로 주인공)와 재회하는 장면은 그 무엇보다 깊은 감명을 느끼게 했습니다.

맺으며: 최종장이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 중2병은 최고조를 달립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도 떼의 돌격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상황임에도 심각하다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열혈이 없어 아쉽지만, 중2병을 가미하며 분위기가 이완되지 않게 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최종 엔딩은 뭐 독자들이 생각하는 그런 흐름입니다. 이성 간 관계는 풋풋함보다는 저돌적이고 숨김없이 보여줍니다. 하렘 꾸리는 걸 마다하지 않으며, 손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걸 또 숨김없이 집필하는 작가의 뻔뻔함도 대단합니다. 어쨌거나 최종장입니다. 주인공 이외의 아이들도 묻히지 않게 분량을 잘 조절했으며, 덩달아 제로(외전)도 완전하게 끝맺음 해줘서 기승전결 면에서는 그 어느 작품보다 낫다고 자부합니다. 뭐 사실 적을 이긴다 집에 간다. 용사가 마왕을 무찌른다와 일맥 상통하여 조금은 클리셰적이긴 합니다만. 그나저나 표지 유에 다리 누가 그렸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