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6권 리뷰 -이제 나의 턴, 범에 날개 달리다-

현석장군 2024. 10. 20. 20:21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그렇게 나대지 말라고 어르고 협박하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책이라면 환장하는 성격은 합계 나이 35살(전세, 현세)이 넘어도 변하지 않았던 로제마인(여주)은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알아선 안 되는 정보까지 얻고 말았죠. 보통 영화라면 사망 플래그로서 악당에게 쫓기든지 초장에 죽어버리든지 그런 역할이었을 테지만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아직까지 살아 있습니다. 사실 친부모와 헤어지게 된 것, 이후 죽을 위기를 몇 번 겪은 것, 2년간 식물인간까지 경험했으면 좀 자중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그녀의 사전엔 그런 거 없습니다. 어릴 때지만 알몸까지 보여주고 전세의 기억까지 보여주는 등 각별한 사이였던 페르디난드가 이웃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자신에게 있다면 더더욱 어른으로서 성장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파괴왕입죠 그녀는. 그 변하지 않는 성격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이긴 합니다만, 결국 첸트(왕)의 증거라는 구르트뭐시기(발음이 너무 어려워)를 입수할 수 있는 제일 가까운 인물로 알려지게 되면서 그녀의 영지 에렌페스트에 적잖은 파란을 일으켜 버리고 맙니다.

그 첫 번째로 빌프리트와의 약혼이 파기되고, 두 번째로 1년 뒤 왕의 양녀로 입궁해야 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지금의 첸트(왕)는 왕의 증거인 구르트뭐시기가 없는 쭉정이로서 반란이 끊이질 않는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였고, 구르트뭐시기를 입수에 제일 가까운 인물인 로제마인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던 것이죠. 사실 여기까지 보면 왕의 자리에 집착한 첸트의 발악이라고 여길 수 있으나 구르트뭐시기의 진짜 역할은 국토에 마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넓게는 농산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국토방위(국경선 방어)에도 쓰이는 등 한마디로 이게 없으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죠. 나라를 지키지 못하는 첸트(왕)라니 있으나 마나 한 왕 따위. 그런 때에 로제마인이 구르트뭐시기에 접속(쉽게 말해서) 할 수 있다고 알려지니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실 그녀는 오래전에 이미 접속할 수 있었지만 아닥하고 있었죠. 첸트가 그걸 찾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고 냉큼 알려줄 수도 없는 게 일개 영주의 양녀일 뿐인 그녀가 알고 있다고 알려졌다면 아마 더 큰 영지에서 그녀를 빼앗아 가거나, 적대 세력에게 암살 당했을 것입니다. 결국 왕에게 빼앗기게 되었지만요.

이번 5부 6권에서는 쭉정이라도 왕은 왕이고 왕명을 따를 수밖에 중위 영지인 에렌페스트로서는 감히 저항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나마 로제마인이 발악에 가깝게 여러 조건을 걸어서 통과시켜준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죠. 그중 하나가 이웃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 있는 페르디난드의 처우 개선이었고 받아들여졌긴 한데, 그 풍선효과로 이번엔 로제마인의 약혼자인 빌프리트가 약혼자인 자신보다 페르디난드를 더 챙긴다고 질투를 엄청 해댄 끝에 약혼 파기를 아버지(로제마인에겐 양아버지이자 시아버지)에게 진언하는 등 누구 덕분에 지금 살아 있는지 망각하는 그 모습들이 흥미진진하죠. 사실 왕명으로 일찌감치 약혼이 파기되었던지라 뒷북치듯 빌프리트의 발악은 참으로 처량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빌프리트가 되겠죠. 폐악질을 일삼던 할머니가 뒷배였다는 점, 인격이 형성될 나이에 할머니에게서 안하무인으로 키워졌다는 점이 안 좋았습니다. 원래는 할머니와 같이 숙청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영주의 장남이자 오라비라는 이유로 로제마인이 숨은 붙어 있게 해주었더니....

맺으며: 페르디난드를 향한 로제마인의 마음이 장난 아닌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빌프리트가 오해해도 당연한 수준의, 주변에서 정분난 거 아니냐고 수군 될 만큼 그를 향한 로제마인의 마음이 심상찮죠. 본인은 자각 못하고 있지만요. 아마 최종편을 위한 빌드업이 아닐까 싶긴 한데, 그로 인해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치 않아 오해를 일으키는 걸 보고 있자면 불륜(아직 빌프리트와 약혼 중일 때)은 아니지만 사귀고 있어요. 뭐 그런 멍멍이 족보(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족보로 페르디난드는 로제마인의 삼촌에 해당) 같은 현 상황이 상당히 흥미롭죠. 아무튼 이번 5부 6권에서는 왕의 왕녀로 가기 전에 해둘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이야기들을 보여줍니다. 신전이나 인쇄업 등에서 인수인계가 이뤄지고, 누가 같이 갈지 등 상당히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있다는 것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령 루츠와 친언니 투리의 성장이라든지. 그런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웹 버전과는 다르게 진행이 되는군요. 이쯤에서 이웃 아렌스바흐에 에렌페스트로 쳐들어오는 얘기일 텐데 서적화하면서 아마 뒤로 밀리거나 삭제된 듯합니다. 웹 버전에서는 양어머니가 출산하기 전에 전쟁이 일어난 거 같던데. 아무튼 로제마인은 왕의 양녀가 된다면 페르디난드를 빠앗아간 이웃 아렌스바흐를 분해 시켜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던데, 이후가 상당히 재미있어질 듯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