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마왕 2099 3권 리뷰 -플라스크 속 생명-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키하바라에서 부하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아이템을 획득한 마왕은 그것이 가리키는 요코하마 시티에 왔습니다. 마키나를 제외한 육마후중 지금까지 찾은 부하는 총 3명. 한 명은 불타서 재가 되었고, 한 명은 배신했다가 골로 가고, 한 명은 어느 조직에 납치되어 정신 조작 당했는지 부모(마왕)도 못 알아보는 후레자식이 되어 있습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은 마키나뿐. 이에 다섯 번째 부하를 찾아 요코하마 시티로 왔습니다만. 여기도 멀쩡한 동네는 아니었습니다. 판타지온(마왕이 있던 세계와 지구가 합쳐진 대재해)때 대지에서 갈라지며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거 같은데, 그게 골수 사이비 종교 집단이었지 뭡니까. 마왕은 잘 되었다며 여길 접수해서 세계 정복의 토대로 삼겠다고 선언을 하지만 지금 그는 타카하시(히로인)와 같이 잡혀 감옥에 갇힌 신세. 마왕은 사역을 참 열심히 합니다. 다른 죄수들과 친하게 지내며 순식간에 인심 장악술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죠. 일을 참 즐겁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왕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에게 마음을 성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개체명 아오바 100F가 감방 동료로 찾아옵니다.
낙원이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낙원의 도시 요코하마 시티. 오늘도 시조(교주)에 대한 신앙심을 키우며 정해진 절차대로 삶을 살아가는 아오바 100F. 밖을 동경하지만 태어나서 나가보진 못했습니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입니다. 그리고 하층(감옥)으로 떨어지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늘 동경했던 밖을 생각했던 게 나빴던 것일까요. 새장 속의 새가 밖을 그리워한다고 죄가 되는 곳. 시조(교주)를 중심에 두고 그를 향한 신앙심만을 가지도록 사육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의문을 품은 아오바는 여길 벗어나고 싶다는, 점점 더 밖을 동경하게 되었죠. 그리고 운명의 날. 감옥으로 떨어진 아오바는 마왕을 만납니다. 일률적인 사람들(신도)만 알아온 아오바에게 있어서 매사 긍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마왕은 신선함 그 자체였죠. 어쩌면 그가 밖으로 데려가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그야 마왕은 어서 빨리 탈옥해서 부하를 찾아야 하거든요. 같이 데려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타카하시와도 금방 친해졌습니다. 어느새 언니 동생 사이가 되었죠. 이대로 무사히 밖으로 나가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밖을 동경한 작은 새.
맺으며: 시간 관계상 리뷰를 갑자기 마치게 되었는데, 이번 3권에서 요점은 시조(교주)를 향한 신앙심에 있습니다. 신앙심에는 신도가 필요하고, 신도가 필요하면 어떻게 해야 될까를 시조(교주)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그리고 그렇게 모은 신앙심을 시조(교주)는 무엇에 쓰려고 하는가가 이번 3권의 핵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3권은 참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죠. 누구나 바라는 해피 엔딩을 작가는 과감히 버립니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등장인물들의 성장을 촉진시킵니다. 수천 년이나 살아온 용왕도 예외는 아니라는 듯이요. 스포일러상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사이비 종교라는 설정은 다소 고리타분하지만 여기에 중점을 두지 않고, 사람의 마음은, 설사 그게 만들어진 존재(아! 스포일러)라도 마음은 존중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이왕 스포일러 흘린 김에 아오바 100F는 어마금(어과초)의 시스터즈를 연상케 합니다. 힘이 없다 것도, 단명한다는 것도. 그렇기에 열심히 살려고 했고, 밖을 동경했고, 밖으로 나가는 걸 꿈꿔 왔고, 마왕 일행을 만나 그것이 현실이 되어 간다는 기쁨. 잠깐의 행복.
그리고 아오바 100F의 존재 의의가 밝혀졌을 때 필자는 작가를 원망 많이 했습니다. 이전에 오직 용사 그람만을 생각하고 사모한 끝에 수백 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현실에 현현하여 마왕을 묵사발 냈고 그 마왕에게 구원받은 여신(女神)을 그려놓고도 이게 뭐 하는 짓? 어쨌거나 작가 후기를 안 봐서 어마금(어과초)를 인용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 많이 유사하게 흘러갑니다. 시스터즈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 했던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아오바(시스터즈처럼 개체가 꽤 많음)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 했고 마왕 일행은 막으려 들죠. 하지만 결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아무튼 시조(교주)가 저지르는 신체 해체 악행은 진짜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렇기에 아오바 100F라는 존재가 등장인물들에게 끼친 영향을 더 부각 시키지 않았나 싶기도 했군요. 마지막으로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용사 그람도 마왕과 손잡고 사이비 종교 소탕전에 뛰어들고, 마왕과 티격태격하는 캐미가 쏠쏠합니다. 1권에서는 폐인이 되어 슬럼가에서 마왕에서 우동이나 얻어먹던 용사가 어느새 회사원이 되어 있다는 것. 이것도 마왕의 영향인가 싶은 흥미 요소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