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코믹) 리뷰&감상

[감상] 스즈키씨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다. 2권(코믹) -스포주의-

현석장군 2016. 10. 29. 21:44

 

스즈키 씨가 진스케를 맡은지 벌써 4개월이 지났군요. 그동안 이들은 쫓아오는 경찰을 피해서 한적한 어촌에서 모녀 행세를 하며 쥐 죽은 듯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진스케의 이발을 하고 돌아오던 길, 진스케는 1년 전 가족 여행 중에 우연히 5억엔 강탈 사건 범인들과 만나 버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족의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입막음을 하려는 범인에 의해 아버지가 희생되고, 1년여의 도피생활 중에 어머니마저 희생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진스케 차례가 된 것이죠.


살인청부업자라고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인간이라고 떠올리기 십상인데요. 그러나 여기에 나오는 청부업자는 이런 일을 하기엔 전혀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과 가족에게 사랑받은 사람'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요. 이젠 기억에도 잘 없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추정)를 피해 뒷골목에서 총을 구입하면서 청부업자의 길을 들어선 스즈키 씨, 줄곧 사랑받으며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던 진스케, 그래서 서로 상반된 가정사를 가진 이들이 만났을 때의 반발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하고 컸던 스즈키는 사랑을 베풀기를 희망합니다. 자신의 입장을 잊을 만큼 불우한 어린 시절이 되어버린 진스케를 내치지 못하고 거둬들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걸어온 길이 죽을 만큼 증오하며, 없는 솜씨를 발휘해 음식을 만들고 무척이나 진스케를 아끼려고 무던히도 노력합니다. 마치 자신이 받지 못 했던 사랑을, 끊겨버린 사랑을 이어주려는 듯 노력하지만, 정작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사랑을 깨부순 사람들을 증오하기 시작합니다.


진스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스즈키 씨가 싸우지 않는 것에요. 자꾸만 숨어 지내는 그녀가 못 마땅하여 칭얼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대신 복수하겠다며 스즈키 씨의 총을 무단으로 만지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때마다 스즈키 씨는 타이르지만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진스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릅니다. 그야 지금까지 살아온 길엔 지금 상황이라는 정거장은 없었으니까요.


가족이 되었다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스즈키 씨만의 착각이었습니다. '넌 사람을 많이 죽였으면서 난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거야?'(대충 비슷함) 라는 진스케, 어리기에 순진함과 해맑음과 순수한 마음? 순수하기에 더 악랄하고 가차 없고 지독합니다. 진스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도저히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 아닌 어긋나고 결여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총을 버려가며 여전히 가족을 꿈꾸는 스즈키 씨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스즈키 씨는 청부업이 어울리지 않는건 아마도 어쩔 수 없었던 배경 때문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래서 진스케라는 아이를 얻어 자신이 못다 받은 사람을 베풀려고 하였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힙니다. 스즈키 씨와 진스케가 살고 있는 곳을 파악한 범인은 올가미와 덫을 준비합니다. 나날이 반항기가 높아지는 진스케는 스즈키 씨가 했던 말을 반하는 행동으로 올가미에 자진해서 목을 들이 밉니다. 진스케를 만나면서 더 이상 청부업자는 폐업하였던 스즈키 씨, 나날이 청부업자가 되겠다며 길길이 날뛰던 진스케는 결국 올가미에 걸리고야 맙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발암입니다.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해도 진스케의 행동은 발암 그 자체이고, 이런 일에 면역이 없었던 스즈키 씨는 얼버무리거나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몰라 입을 다물어 버리는 통에 기고만장해진 진스케의 발암은 더욱 커져 버렸습니다. 부모의 원수를 갚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여 칭얼거리는 모습은 애는 애구나 하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결국은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의 평행세계였습니다. 마틸다의 철없는 행동으로 레옹이 곤란을 겪듯이 스즈키 씨는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진스케를 감쌀려는 스즈키 씨의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모순이자 일본 문화 특유의 감성적인 면에서 나오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에서야 보면 약간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자라오면서 청부업을 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은 일절 가지지 못 했을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