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추억의 에마논(코믹) -스포주의-
이 작품은 에마논 씨리즈 첫번째 작품 입니다.라고해도 단권식이군요. 우리나라에는 추억편과 방랑편 두 작품만 정발되어 있습니다.
1967년 일본 동쪽(태평양쪽)을 운항하는 여객선에 어느 청년이 몸을 싣습니다. 젊음이라는 객기를 부려 돌아다니다 돈이 떨어져 고향으로 돌아가던 그의 앞에 약간 어려 보이는 에마논이라는 소녀가 나타나면서 그의 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하는데요. 에마논은 비좁은 대합실에서 술주정하는 아저씨들을 피해 청년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17시간이라는 항해 시간 동안 청년과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 갑니다.
이 작품은 타임물 입니다. 리프는 아니고 기억을 계승하며 살아가는 소녀가 찰나의 시간 동안 인연을 만들고 추억을 쌓으며 미래로 나아가는 이야기인데요. 에마논은 지구상에 생명체가 시작된 30억년전부터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로불사로서 쭈욱 살아온 것이 아닌 엄마가 딸에게 그 딸이 딸에게 기억을 계승하면서 30억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습니다. 왜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어째서 기억을 계승되는지는 그녀도 모릅니다.
밤바다를 달리는 여객선에서 청년과 에마논의 체질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에마논에게 있어서 꿈같은 하루가 지나갑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체질을 밝힐 수 없고 밝혀도 바보 취급하는 세상에서 어쩌면 이 청년은 자신과 죽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썰을 풀어 놨습니다. SF를 좋아했던 청년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줍니다. 청년과 밤늦도록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며 그녀의 존재의의를 찾지만 30억년을 살아와도 20년을 살아온 청년도 답을 찾지는 못 합니다.
어쩌면 에마논은 생명체가 미래로 보내는 진화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 작품에 있어서 아니 에마논에 있어서 이런 건 어찌되도 좋습니다. 민폐가 따로 없는 그저 DNA가 시키는 대로 때가 되면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기억을 물려주고 자신은 평범하게 늙어서 죽을 뿐입니다. 사명은 없습니다. 변변한 가정을 꾸리지도 못했고 일찌감치 집을 나와 여행을 하며 또다시 남자를 만나 아이를 잉태하고... 그런 서글픈 인생을 살아갑니다.
불꽃같은 인생을 살아가지 못해도 지금 여기에 있었다는 증거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추억이라는 주제에 맞게 청년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장면은 애잔합니다. 하지만 청년과의 애틋한 만남은 미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종작치에 다다랐을 때 선실에는 그녀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에마논에게 있어서 찰나의 시간 속에서 만든 기억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리고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사실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중추적이지만 요소지만 엔딩에 속해서 더 이상의 언급은 힘들지만 에마논은 기억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정말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인물, 가령 헤어졌던 연인이라던가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가족의 느닷없는 방문을 받으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함께하지 못한다는 씁쓸함을 동반합니다. 30억년이라는 기억의 무게에 짖눌릴만도 하지만 마치 사명감에 사로잡힌 듯 그녀는 미래로 나아 갑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장수하는 종족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엮일 수 없는, 종을 초월하고 시간을 초월하여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는 기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청년은 그래도 자신을 기억해줄 거라며... 그래서 상당히 애틋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