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1권 -내 이름은 세x버- (스포주의)
이 작품은 숱한 이세계 전생물이 범람하는 서적의 세계에서 인간으로 전생하는 건 이젠 식상하니 검으로 환생 시켜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실험작일려나요? 자판기로 전생하고 드래곤 알로도 태어나는 사람도 있으니 검이라고 제외될 성싶으냐?라는 듯, 기존 노선과 차별화 하는, 이런 이야기의 전생물이 다소 신선하기도 해서 발매되자마자 구입을 했습니다. 가격이 무려 9800원(330페이지)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이고 전생물이라면 질려 버린 필자에게 어떤 신선함을 부여해줄까 내심 기대가 컸습니다.
뭣보다 발매전 주인공(검)과 같이 다니는 히로인이 글쎄 무려 흑묘족(고양이 수인) 소녀라고 대목에서 작가가 차별을 꾀하긴 하나 보다 했습니다. 그야 이때까지 수인족이라면 대부분이 인간 주인공을 보좌하거나 하렘에 영속되는 등 1선에 나서지 못하는 차별(?)을 받는 종족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물론 필자가 발이 작아서 수인을 주인공(그것도 여자)으로 하는 작품을 접하지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요즘 조금식 뜨고 있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언제나 남자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것에서 탈피해 여자의 시각으로 진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도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판타지 세계에서요. 이계의 마술사나 책벌레의 하극상, 전생 소녀의 이력서 등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도 있고, 접해왔던 필자는 그다지 남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진행에 큰 흥미를 끌지 못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가, 우선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기대가 컸나 봅니다. 크게 다르지 않군요. 주인공은 검으로 환생해서 100페이 가량을 자신을 단련하는데 소비합니다. 이건 말이 검이지 흔직세의 나구모, 리 몬스터의 고브로, 거미양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마물을 쓰러 트리고 마석을 흡수해서 마물 특유의 스킬을 마구 습득해서 검 주제에 독을 뿜지 않나, 지 혼자 날아 댕기지 않나, 불도 쏩니다. 요리도 하는군요. 땅도 파던가 그럴 겁니다. 마법 쓰는건 판타지에서 마법 검이 있으니 이건 제외하더라도요. 참.. 당연히 말도 합니다. 염화라는 이능력이지만요.
그렇게 몇달간 자신 주위의 마물을 싹 쓸이 하면서 제 잘난 맛에 사는 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활동 반경을 넓히다 그만 마법을 봉인하는 땅에 꼽혀서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거참 쌤통이라는 느낌을 받았군요.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하염없이 몇 달간 꼽혀 있다가 검(주인공)은 노예 소녀를 만납니다. 노예를 싣고 가던 마차가 마물의 습격으로 뒤집어지고, 절체 절명의 순간에 검(주인공)을 뽑아 마물을 쓰러 트린게 이후 '프란'으로 불리게 될 수인족 소녀였습니다.
자신을 뽑아준 프란을 험하게 다루는 노예상인을 댕강 잘라버리고 해방 시켜준 검(주인공)은 이후 프란을 주인으로 맞아들이고 같이 다니면서 자신이 마물에게서 빼앗은 스킬과 능력을 전수해주게 되는데요. 여기서부터 이세계 전생물이라면 반드시 있는 개념, 검(주인공)보다 프란이 대 활약함으로써 먼치킨의 경계가 조금 애매해지는데요. 보통의 먼치킨물 같은 경우엔 남자 주인공의 전유물인대 반해 이 작품은 여주인공이 그 동격으로 활약함으로써 조금 신선함을 던진다는 것이군요.
여튼 개연성 부과인지 프란의 과거가 나옵니다. 그녀가 속한 '흑묘족'은 수인족 중에서 진화에 뒤처져 다른 수인들에게 괄시를 받아오는 밑바닥 인생뿐인 종족이었는데요. 부모는 그것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다 프란이 8살이 되던 해가 돌아가시고 프란은 노예 상인에게 붙잡혀 4년이라는 시간을 노예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자신의 종족이 처한 현실을 절절하게 들어왔던 프란은 강해져서 흑묘족의 위상을 높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검(주인공)과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다 좋은데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보이는 이야기
장점이라면 고양이 귀 소녀가 주인공과 똑같은 위치에 서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군요. 이세계 전생물에서는 거의 처음 보는 장면이기도 해서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군요. 여주인공의 시각에서 진행되면 어떤 신선한면이 있을까 했는데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느 이세계물과 비슷하게 주인공은 사고를 당해서 이세계로 넘어오고 마물을 죽여서 능력을 흡수하고 그걸 바탕으로 활약 합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검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 히로인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고철 덩어리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비행능력이 있어서 마력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자기 혼자 계속 돌아다닐 수 있고, 마력회복도 되어서 사실상 마력이 떨어지는건 없습니다. 염동력이라는 것으로 요리도 하도 프란의 이불을 덮어 주기도 하는 등 인간하고 다른게 뭔데? 같은 자괴감이 몰려오게 하였군요.
거기에 주구장창 스킬 습득 상황이나 스테이터스는 왜 그렇게 자주 보여주는지 관심 없거든요?라고 몇 번이나 한숨을 내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1권이라서 이야기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이해시키려는 건 알겠는데 너무할 정도로 자주 나옵니다. 이런 게 이세계 전생물의 폐해가 아닐까 하는군요.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프란이 마물과 싸우는 장면입니다. 검(주인공)과 합세하여 자신보다 강한 마족을 상대하며 팔이 댕강 잘렸는데도 심각함이 묻어나지 않는 상황과 국어책 읽는듯한 진행, 전투신에 디테일은 없고 몇 마디 설명으로 끝내버리는 표현력 부족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군요.
그러고 보니 고블린 셋트(흡고블린등등)가 트럭째로 썰려 나가다 보니 리 몬스터를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필자는 묘한 느낌을 받았군요. 리 몬스터에서 최강의 몬스터가 여기서는 그냥 댕강 썰려 나가는 아이러니... 물론 프란과 검(주인공) 한정이지만요. 일반 모험가도 그에 못지않게 고블린에게 썰려 나가기도 합니다. 뭐, 판타지에서 최약으로 간혹 표현되기도 하지만 사실 고블린은 숫자 폭력으로 인간들을 짖누르는지라 사실 위험도는 상당히 높은 마물이죠. 그래서 프란과 검(주인공)이 얼마나 강한지를 표현되기도 해서 이건 개연성이 있어서 좋았군요.
사람이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끝이 없다더니, 단점이 몇 가지가 더 생각나는군요. 우선 일러스트, 깔끔한 선 긋기가 보기에는 좋았지만 상황적으로는 맞지가 않았습니다. 노예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자라온 프란의 꾀죄죄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군요. 주인공 검을 롱소드로 표현했던데 이건 어딜 봐도 액스칼리버인데?라는 느낌이고, 롱스커트 교복 같은 걸 입은 프란이 쥐고 있으니 영락없는 세x버가 생각났습니다. 고양이 귀의 세x버라니...
어쨌건 12살짜리 소녀가 저런 커다란 검을 들고 다니니 음흉한 사람(주로 질 낮은 모험가)에게 표적이 되지 않을 수가 없군요. 다행이도 이쪽 세계는 모험가끼리의 분쟁에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는 주의다 보니 한 번은 모험가를 프란이 댕강 잘라 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깔보고 괄시하고 빠앗을려고하는 용병 나부랭이를 댕강 잘라 버렸을 때는 조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였군요.
여튼 이 작품은 주인공의 성장보다 노예 소녀가 자신의 종족의 위신을 끌어 올리기 위해 강해 질려는 모험물에 가깝습니다. 초반 주인공의 흔한 이세계 성장물이 거슬렸지만 프란이 등장하고부터는 솔찮게 개그도 나오기도 하고, 웃지 않고 무뚝뚝하고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며 마음 같아서는 다 썰어 버리겠다는 프란의 살벌한 귀여움(?)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주인공은 말리기보다 부채질이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