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월드 티처 3권 리뷰
시리우스와 은랑족 남매가 마법학교에 입학한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무능력과 수인족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처음엔 마음앓이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우르르 몰려다니는 남매의 추종자들이 생겼고, 리스라는 친구를 얻었습니다. 참고로 리스는 시리우스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미궁 던전이 개방되는 날, 10층으로 이뤄진 이곳은 학생들에게 실전 감각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시리우스와 은랑족 남매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쯤 도시 전반에 불온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선혈의 드래곤이라는 살인귀 집단이 학교에 잠입 하면서 시리우스와 학교 관계자들을 긴장 시키게 되는데요. 그런데 보통 이런 플래그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주인공이나 주인공 측근과 연결이 되죠. 아닌 게 아니라 귀족의 도발을 받아들여 시리우스를 뺀 은랑족 남매와 리스가 던전에 내려가면서 기정사실이 되어 가고 마지막 층에서 선혈의 드래곤과의 만남으로 여봐란 듯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리고 성장에는 반드시 필요한 패배의 아픔을 은랑족 남매도 느껴 봤으면 했던 시리우스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1)에서 진행되는 선혈의 드래곤과 은랑족 남매+리스의 전투는 일방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은랑족 남매와 리스가 이겼다면 클리셰가 되었겠죠. 그런데 읽는 입장에서도 패배를 맛봐야 했던 건 일러스트가 도와주지 않는 상태여서 그런지 뭔가 싸우긴 하는데 밋밋합니다. 왜 그럴까... 위기에 빠진 히로인(에밀리아+리스)을 구출하는 건 주인공 몫이다라서 그랬던 걸까요. 이런 식의 스토리를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 말입니다. 결국 어디로 이어지든 클리셰....
두 번째 이야기는 리스의 출생의 비밀입니다. 시리우스와 마찬가지로 귀족의 사생아로써 몰래 키워지고 있었던 리스는 사실 왕족이었습니다. 왕족은 왕족인데 평민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어머니와 살다 10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왕의 부름을 받아 왕도로 왔으나 적응 하지 못했고 이복 언니의 도움으로 학교에 입학하여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었던 비련의 히로인이라는게 밝혀지는데요. 여기까지는 약간 뜬금 없었지만 흔한 판타지 설정이라 괜찮았습니다.
여담으로 리스는 시리우스를 매우 좋아합니다. 일단 리스도 히로인 포지션이니까 당연하겠죠. 2년 전 못된 귀족에게서 자신을 구출해줬고 틀에 박힌 마법 개념을 타파하고 정령에 관련해서 자신을 단련까지 해준데다 맛있는 음식까지 해주다 보니 지금은 헤롱헤롱한 상태까지 진화(?) 했습니다. 그동안 시리우스 곁에 에밀리아가 있어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감정을 가둬둔 둑이 무너지면서 얇은 책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그런 그 리스가 귀족과의 결혼에 얽히게 되면서 대파란을 불러옵니다. 이런 이야기는 옛날에 단골 소재로 쓰였기도 하였죠. 아침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남자가 있음에도 집안끼리의 결혼에 이끌려 가다가 결혼식장에서 진짜 사랑하는 남자의 손을 잡고 도망가는 장면, 비단 이런 소재는 드라마만이 아니라 CF로 나오기도 하였죠. 이런 장면이 리스에게도 펼쳐집니다.라고 했지만 조금 틀린 게 진짜 결혼은 언니(공주)의 몫이었지만 생면부지의 땅에 도착하여 마음을 열게 해주었던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집안 사정으로 결혼해야 된다는 것에 아픔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뛰어든 결과는 헛다리였습니다.라며 이야기가 마구 꼬여 갑니다.
여튼 결론은 미궁 던전과 리스 에피소드는 히로인을 구출하는 주인공의 멋진 모습을 동경하는 여자애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순정 만화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이었겠지만 필자에겐 그 과정이 너무 노골적이고 밋밋하다는 것이 정말로 옥에 티가 아닐 수 없었는데요. 최강의 마법사라는 타이틀과 많은 정보력을 가진 학교 교장이라는 인간(아니 엘프)이 선혈의 드래곤이 학교에 잠입할 동안 뭐 했는가, 주인공 일행이 별 어려움 없이 왕궁 파티장에 숨어들 정도로 허술한 왕궁의 치안 관리, 여바란 듯 먼치킨 주인공이 나서서 다 해 먹은 상황과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히로인등..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답게 참 편안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가족이라는 소중함을 일깨워 갑니다. 하지만 어째 자꾸 디스 하게 되는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딸을 딸이라 부르지 못했던 상황은 시리우스의 활약으로 좋게 좋게 마무리되어 가지만 너무 마니악 하고 작위적으로 흘러갑니다. 비교적 진지한 가족애를 다뤘던 책벌레의 하극상 3권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은 꿈에서나 이뤄질 수 있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닐까 했습니다.
왕이 변장해서 딸과 마을 축제에 나간다거나 공주(리스 언니)가 호위 기사와 팔짱 끼고 돌아다니면서 아무 음식이나 집어먹는 건 왕이나 딸(리스 언니)에게나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거들먹 거리지 않는건 좋았으나 마치 누구나 원했던 엔딩을 그릴려는 듯 너무 상식을 깨는 모습은 괴리감만 불러 왔습니다. 귀족의 위엄이 살아 있고 계급 사회가 뚜렷한 이세계에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2권이 그나마 귀족 같은 계급사회를 잘 풍자하여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3권에서 다 말아 먹으니 허탈하기 그지없었군요.
거기다 이야기도 너무 노골적으로 옛날 단골 소재를 우려먹는 듯해서 많이 식상했습니다.
- 1, 이때 시리우스는 선혈의 드래곤이 잠입 했는지 아직 모르는 상태였음
은랑족 남매와 리스는 귀족을 상대로 던전 클리어 내기중이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