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시도니아의 기사 8권 감상
전장 800키로짜리 대형 슈가후센을 퇴치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시도니아는 렘 행성계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이쪽에 파종(이민 파견)만하고 들릴 예정이 없었으나 코바야시 함장과 쿠나토(오치아이)의 야망에 휩쓸려 시도니아 크루들은 사이좋게 거대한 관짝에 모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여튼 대형 슈가후센도 움직여서 렘 행성 위성인 세븐에 거주하고 있던 이주민을 궤멸 시켜버리고 세븐 주위를 공전하며 시도니아의 향후 대책을 관망하는듯한 자세를 취하는데요.
한편 타니카제는 츠무기에 홀딱 빠져서는 치료중인(1) 츠무기를 거의 매일 찾아가는 극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급기야 치료실에 틀어박히면서 이자나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타니카제는 츠무기에게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가, 호시지로의 그림자를 느꼈던 것일까요. 타니카제는 츠무기가 가우나화한 호시지로 에나의 자궁을 빌려서 태어났다는 걸 모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츠무기에게 끌리는 건 무엇 때문일까... 츠무기를 거부하는 크루들처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착한 심성일 수도 있고, 그동안 가우나화한 호시지로 에나를 봐 왔던 반동일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가우나화한 호시지로 에나를 구해주지 못했던 마음의 반동이랄까요.
그런 타니카제의 마음에 감동하여 호감도를 팍팍 올려가는 츠무기와 착잡한 심정이 되어가는 이자나, 촉수 플레이 당해도 마음이 통하면 그만이라는 것인지... 그렇게 다사다난한 일상을 보내며 어느 날 타니카제는 살던 곳에서 쫓겨나 이자나의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그리고 눈치 없고 야속한 츠무기도 찾아와서는 동반 동거에 들어가는데요. 은근히 타니카제를 의식하며 중성에서 점점 여성화 되어가는 이자나에게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나 했더니 뜻밖의 해방꾼(츠무기)이 난입하는 바람에 이자나의 연애전선은 언제나 먹구름 투성이입니다.
그리고 전망이 좋은 집으로 다시 이사하는 타니카제를 따라 동거를 이어가는 이자나에게 행성 나인으로 정찰 명령이 떨어지면서 유독 이 작품에서 심한 취급을 받는 그녀(?)의 고생이 또다시 시작되는데요. 가우나와 전투 중에 팔 하나에 다리 하나까지 잃어버렸고, 기체가 대파되어 생환 불가능했던 때는 타니카제에게 구출되는 등 실로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생명경시가 만연한 이 작품에서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긴 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사람이 강한 것이다. 언젠가 이자나도 빛을 볼 날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사실 이자나는 제일 많이 타니카제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도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너는 중성이잖아라며 여자 취급도 안 해주던 동료도 있었고요. 타니카제는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지라 조금만 띄워주면 같이 있던 사람은 내팽개치기 일쑤여서 언제나 마음고생은 이자나 몫이었습니다.
여튼 츠무기 2호가 제작 되고, 대형 슈가후센에서는 또다시 베니스즈메가 태동합니다. 코바야시 함장은 부하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무모한 싸움을 계속 하려는 듯 이자나의 위기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쿠나토(오치아이)의 계략을 알고 있음에도 눈감아주는 듯한 모습에서 시도니아의 내일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이번 8권은 내용보다 작화가 대단했습니다. 보통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이거 애니메이터라고 갈아 넣은 건가? 할 때가 있잖아요. 이번 8권이 그랬습니다. 만화니까 애니메이터는 아니고 어시스턴트라도 갈아 넣은 것일까요. 90년대 이전에 발매된 작품을 많이 봐온 사람이라면 향수병이 도질만한 작화를 보여줍니다. 저작권 때문에 본편을 올리지 못하는 게 한인데 CG가 아닌 수작업으로 일일이 작업한 듯한 라인과 빼곡한 배경은 예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군요.
- 1, 소형 슈가후센과의 전투에서 이기긴 했지만 체적 90% 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