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늦게 핀 모험가 1~3권 리뷰 -인연-
'이그니스' 직업: 모험가, 종족: 인간, 나라를 세운 모험가 왕을 동경하여 모험가의 길로 들어선지도 어언 10년이 흘렀습니다. 그의 레벨은 3입니다. 레벨 3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별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는 곳이자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탈락되는 마지노선, 이그니스도 여기서 더 나아갈 것인가 멈출 것인가의 기로에 섰습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노력해도 레벨 4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슬슬 은퇴해야 되나 하는 고뇌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퀘스트로 상단을 호위하다가 운명적이라는 걸 이걸 말하는 것처럼 노예로 팔려가는 엘프 소녀 실비아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정령]이 존재하는 세계, 정령의 힘을 다루는 무녀가 있고, 그 무녀와 계약할 수 있는 남자가 존재하는 세계에 이그니스는 정령의 무녀 실비아를 상단에서 구출하여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그는 못다 핀 꽃이 뒤늦게 생각났다는 것처럼 꽃망울을 준비하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가 여행을 떠나던 날 소꿉친구라는 인연으로 묶여있던 또 다른 정령의 무녀 마르시아와 계약하면서 드디어 그에게 진정한 모험가라는 꽃을 개화합니다. 이게 다 두 무녀 덕분이긴 한데 계약자라는 것이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지라 이것도 이그니스의 운명이라면 운명이고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죠. 그리고 필자는 정령의 무녀는 죄다 이종족 여자 밖에 없다는 흉악한(?) 설정을 잡은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실비아와 마르시아의 힘을 빌리고 모험가로써 지내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블린 로드(필드 보스)를 쓰러트린 이그니스는 레벨 4로 올라섭니다. 이건 던만추에서 레벨업을 하려면 한계를 돌파해야 되는 거랑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며 동료는 위로 올라가거나 은퇴한 시점에서 자신도 이제 은퇴를 생각해야 될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걸쳐 피어나는 꽃이 있듯이 이그니스가 모험가로써 개화했던 것도 어쩌면 이 시간을 기다려 왔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실비아와 마르시아랑 여행을 하며 광산촌에서 또다시 보스전을 치르며 그의 능력은 열매를 맺어 갑니다. 개미 여왕과 처절할 정도로 힘겨운 싸움 끝에 레벨 5로 올라선 이그니스, 이제 어엿한 베테랑 모험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쯤 서로 티격태격 될 줄 알았던 실비아와 마르시아는 마르시아가 언니의 포지션을 차지해 실비아를 이끌어주는 모습에서 훈훈하게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여행을 떠나면서 보스전을 맞아 두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항구도시에 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새로운 인연을 맞이합니다. '샨디' 풀네임은 '샨드라 아우라 실피드' 개인적으로는 모 작품의 그분을 생각나게 하는 이름보다 실피라고 했으면 어감도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었군요. 여튼 요염하고 세상사 달관한 듯한 성인 여성을 만나 묘하게 끌리게 되는 이그니스와 묘하게 대항심을 불태우는 마르시아와 무덤덤한 실비아가 어우러져 미묘한 공기를 발산하게 되는데요. 이거 뭔가 일 치르겠다 싶었습니다.
은근히 이그니스 파티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는 '샨디'를 임시 파티원을 맞아들여 장비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 수급에 나서면서 이야기는 급작스레 진지하게 흘러갑니다. 샨디를 둘러싸고 어떤 모험가와 트러블에 휘말리면서 이거 치정 싸움인가 했던 게 정령 계약으로 넘어가는데요. 그 모험가에 의해 이그니스가 실비아와 마르시아랑 했던 계약은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들에게 불안한 미래를 예고합니다.
샨디(표지 여성)는 바람의 정령을 다루는 무녀입니다. 그녀는 정령 계약이라는 힘에 취해 거만하고 오만해진 사람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 옛날 어쭙잖은 동정심에서 출발한 계약이라는 총알이 대포알이 되어 샨디를 덮쳐 오고 있었습니다. 미숙했던 어린 시절, 한계에 부닥치고 좌절했던 모험가에게 아무것도 알리지 않고 행했던 계약으로 인한 파멸을 겪어야만 했던 샨디(1). 성인이 된 지금도 그 여파는 샨디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이그니스는 폭주하는 샨디 옛 계약자를 맞아 또다시 목숨을 담보로 해서 사선에 뛰어듭니다.
1권은 만남과 여행의 시작을 다루고 있습니다. 2권은 뒤늦게 시작한 모험이라도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3권은 계약은 만능이 아니며 언제든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연을 소중히 하라고 역설합니다. 인연으로 시작해 파멸로 끝나야 했던 샨디와 인연을 쌓아가고 있는 이그니스와 마르시아&실비아, 3권은 이런 절묘한 만남이 불러온 비극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3권에 대해서 조금 더 언급하자면, 작가의 필력이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특히 중반에 숲 속에서 정령과 관련된 복선이 투하되는 숲에서 이그니스 파티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를 표현할 때 일러스트를 적절히 배치해서인지 뭔가 모를 신비로움을 느꼈습니다. 그외 아쉬웠던 건 샨디의 내면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그녀가 걸어온 과거가 언급될 때 다소 몰입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완벽한 작품은 없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이야기 구성이 물 흐르듯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모험이란 무엇인가를 매우 친절하게 서술하고 있는데요. 자기가 살고 있던 마을을 떠나 동료를 맞아들이고 여행을 하며 몬스터를 쓰러 트리고 사람들을 도와주며 조금식 성장해가는 루트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로 마르시아로부터 나오는 지루하지 않는 티격태격과 약간은 엉큼한 이야기, 그리고 대항심을 불태우는 질투심 등 낮은 곳에서 시작해 언덕을 넘어서고 고지에 올라가는 흐름이 좋습니다.
- 1, 계약자의 능력을 가진 모험가가 무녀와 계약하면 능력이 상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