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3권 리뷰

현석장군 2017. 3. 22. 21:27

 

 

몇 개월에 걸친 데일의 친가 방문이라는 여행을 무사히 끝내고 데일과 라티나는 크로이츠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데일의 오랜 지인 헤르미네라는 하프 엘프 미인이 찾아오면서 라티나에게도 데일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데일에겐 라티나의 동족인 마족 토벌이 곧 실행된다는 것, 라티나에겐 작은 체구로 인한 콤플렉스를 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3권 이후에 있을 일을 예견하는 이른바 복선의 투하고요. 후자는 라티나의 일그러진 성의식이 시작되는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전자인 마족 토벌이라는 복선은 일단 더 이상 안 나오니 일단 재껴 두고, 후자의 경우 라티나는 헤르미네가 다녀간 이후 자신의 체형이 작다는 것에 유독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누가 작다고 하면 화를 낼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번져가는데 근데 알고 보니 이 작다는 것이 체형이 아니라 특정 부위, 엄마의 가슴이 작았다는 것에 지대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것, 자신도 크지 않아서 데일이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그동안 라티나는 데일을 한 사람의 이성으로써 의식해왔습니다. 이것이 헤르미네를 만나면서부터 가속화가 되어버리는데요. 하지만 데일은 여전히 라티나를 어린애 취급이고요. 이런 데일의 반응이 라티나의 불을 더욱 당겨버린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뜬금없지만 왜 이런 형식의 작품은 하나같이 키잡물로 흘러가는 것일까요. 보석을 토하는 소녀도 그렇고 자신을 주워준 사람에게 은의를 느끼는 건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째서 연애의 감정으로 변질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토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문득 옛날 어떤 의학 관련 교수 아니면 박사가 썼던 칼럼이 생각 났습니다. 부녀(혹은 삼촌 조카)의 가정이 되었을 경우 남여 경계를 명확히 하라, 자칫 서로가 일그러진 성의식이 생길지 모르니 방이 하나 밖에 없다면 중간에 커튼을 쳐서라도 공간을 분리 시켜라, 애초에 가족에게 그런 마음을 품는다는 게 역겨운 일이긴 하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데일은 라티나가 14살이 되는 현재에도 같은 방에서 서로 껴안고 자기도 하는 등 데일은 딸바보가 되어 다가오는 남자는 누가 되었든 다 죽여버리겠다며 라티나에게 이성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게 아버지로서 하는 행동이 맞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4살이 된 여자애를 독립된 방에서 지내게 하지 않고 껴안고 잔다는 게 있을 수 있나(1), 물론 이 도서 제목 자체가 그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지라 어쩌면 본질에 가장 충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데일의 영향 때문에 라티나는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가능성은 처음부터 막혀 버렸고, 그런 주제에 데일은 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아 이야기는 상당히 꼬여 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런 작품의 묘미일까요? 어째서 고통을 받는 건 여자여만 하는가? 하는 키잡물의 특성을 고스란히 이 작품에서도 느껴져서 매우 불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물론 필자 주관적)


물론 데일은 밤늦게 축제가 끝나고 클래스메이트인 루디(남자애)가 배웅해 주러 범고양이에 왔을 때 루디에게 보였던 질투심은 아버지로써라기보다 여자를 빼앗긴 남자 그 자체라는 것에서 은연중에 라티나를 여자로 보고 있지 않나 하는 복선을 투하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키잡물 확정?) 사실 데일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헤르미네와 대화에서 더욱 명확 해졌을 겁니다. 그건 필자가 간간이 언급하는 시침과 분침은 서로 같이 갈 수 없다는 지론(?)을 헤르미네에게서 듣고 부녀라는 경계를 더욱 명확히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 또한 있긴 했습니다.


종을 뛰어넘어 서로가 맺어져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헤르미네는 결코 그럴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하프엘프가 왜 멸시를 받는가, 인간은 자신보다 오래 사는 하프엘프 자식을 끝까지 키워줄 수가 없습니다. 엘프는 자신들의 절반 밖에 못 사는 하프엘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합니다. 이것은 이별의 아픔을 감내할 수 있느냐로 직결됩니다. 그렇지 못하니까 하프는 멸시받는다고.. (정확하지는 않고 비슷할 겁니다.) 만약 데일과 라티나가 맺어졌을 경우 라티나에게 있어서 데일은 찰나의 순간일 뿐입니다. 그러면 남겨진 라티나 마음은?


이번 3권은 이런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물론 일상 이야기나 축제 등도 들어가 있지만 주된 이야기는 이것이죠. 이성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해 무방비 해진다거나(2) 같은 과보호의 폐해도 드러납니다. 친구 클로에인지 실비아인지의 꼬드김에 넘어가 데일과 동침(행위)을 하라는 말을 덥석 물어서 실행 할려고 하고요. 심지어 아이도 가지고 싶다는 말까지 합니다. 물론 라티나는 데일을 향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일 수 있으나 이걸 제어해야 될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 어쩌면 이 작품은 키잡물중에 가장 무서운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석을 토하는 소녀의 클루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서 필자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거와 별개로 이번 에피소드에서 데일과 인연이 있고 마력 형질이라는 체질을 가지고 있는 '로제'가 찾아오면서 라티나의 엄마에 대한 복선도 투하되었습니다. 로제는 첫 번째 마왕을 살해하고 라티나의 고향 바시리오를 궤멸 시켰던 두 번째 마왕에게 죽을뻔하고 도망쳐서 마왕을 죽일 수 있는 용사라는 직업을 가진 데일의 보호를 받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로제의 에피소드에서 라티나 엄마로 보이는 여자 마족이 등장하면서 저 위에서 언급했던 마족 토벌과 연계되어 드디어 이 작품의 주제인 마왕을 토벌할 날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맺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보호도 이쯤 되면 문제가 있다는 것, 사랑에 빠진 여자는 무섭다는 걸 잘 보여준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합니다. 라티나는 친구가 동침하라는 말에 어째서 거부하지 않는 것일까, 선택의 여지도 없이 눈에 콩깍지가 끼였으니 그럴 수 밖에요. 그래서 라티나가 더욱 성장했을 때 데일을 그런 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일까요? 카카오 페이지에서 4권에 이어 5권도 연재 중인데 무서워서 볼 수가 없습니다. 


 

  1. 1, 행여나 오해하실까봐 언급 하는데, 그렇고 그런 관계가 아닌 가족 그자체로서 같이 잔다는 겁니다.
    한 집에 친남매가 같이 살고 있다고 비난 받지 않는 것처럼 그런 행동
  2. 2, 물론 라티나에겐 선의와 악의를 구분할 줄 아는 기능(?)이 탑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데일과 같은 부정(父情)과 비슷하게 신부로 맞이 하고 싶다고 접근하는 사람은?
    걸러내지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