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클래스 통째로 인외전생 1권 리뷰
이 작품은 수학여행 중 버스 사고로 고등학교 2학년 4반 전체가 이세계에 몬스터로 전생하여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 또 이세계물이야? 했었는데요. 그래도 필자는 몬스터로 환생한다는 시놉시스에 망설이다 제발이라는 심정으로 구입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단순한 이세계물이 아닌 작은 '정치판'을 보여 주어서 상당히 흥미로웠는데요. 사람이 완장을 차면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잘 보여줍니다.
인간이 모이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파벌 형성과 이지메 당하던 애가 되려 가해자로 돌변하는 과정,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떨어져 서로가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상처투성이로 변하는 클래스를 봉합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평이 안 좋아서 걱정했었는데 필자는 언제 다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감이 좋았습니다.
주인공 '우츠로기'는 토끼에게도 지는 해골(스켈레톤)로 전생했습니다. 친구 하나는 초 미남 하이엘프, 반장은 용인족, 도서실을 들락거리며 조금 안면이 있었던 사쿠마(여학생)는 서큐버스, 그외 고블린, 흡혈귀, 오크 등으로 전생해서 클래스에 도움이 되는 반면에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눈칫밥을 먹게 되었고요. 그리고 또 다른 친구 아키라(남학생)는 위습, 전생 전 클래스에서 카스트 최상위였던 미소녀 린(여학생)은 슬라임(이하 슬라린)으로 전생하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부분에서는 여느 이세계물과 비슷합니다. 최약체로 전생해서 괴롭힘당하다가 여보란 듯 성공해서 위기에 빠진 친구들을 구해주는 클리셰를 이 작품도 도입하고 있는데요. 주인공은 자신이 약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찌그러져 있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전생 전 육상부였던 슬라린을 만나 달리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합체(!)를 하게 된 계기로 어떤 힘에 눈을 뜨게 되는데요. 이 작품은 여느 이세계물과 비슷하면서도 틀린 게 스테이터스 갱신 대신에 합체를 하여 힘을 키워간다는 특이한 설정을 가졌습니다.
어쨌건 이건 아직 비밀입니다. 이것은 친구 위습의 견해로 위습은 주인공 참모가 되어 주인공이 뻘짓 하려는 걸 많이도 막아 주었습니다. 슬라린의 평가는 호모, 이세계로 전생후 이전 카스트 제도가 미묘하게 바뀌어 가는 상황에서 폭탄을 투하할 필요도 없고 괜히 눈에 띄는 것도 싫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일을 일그러트렸지 않나 했습니다. 하지만 토끼에게도 지는 주인공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주인공 친구중 하나인 '코가네이'는 미소년 하이엘프로 전생했습니다. 그는 전생 전 학교에서 왕따였습니다. 그걸 구해준 게 주인공 우츠로기였고 이후 카스트 최하위가 되어 위습과 셋이서 같이 다니게 되었는데요. 그런 그가 전생후 마법을 쓸 수 있는 미남 하이엘프가 되었습니다. 힘이 없던 자에게 갑자기 힘이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 한 겁니다. 아니 코가네이는 딱히 힘이 없다기보다 정신이 나약했다고 해야겠군요. 여튼 타인에게 핍박받아 왔다 생각한 사람이 타인을 위해 살아가기란 불가능하죠. 먼저 주인공을 괄시하기 시작합니다.
반장 류자키는 내청코의 하야마처럼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서글서글한 성격에 남 일을 내 일처럼 해결해줘서 신임을 두터웠습니다. 전생후 자연스레 리더가 되어 제일 먼전 던전으로 내려가 클래스가 먹을 음식을 구해오는 등 나름대로 클래스를 이끌어 갔습니다. 하지만 하야마처럼 특출한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스테이터스 보유자다 보니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고 결국 던전에서 판단 미스로 서큐버스 사쿠마와 듀라한 켄자키를 던전에 두고 오는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요.
이를 두고 몰아붙이는 코가네이, 단숨에 리더에서 실각하는 류자키, 그리고 코가네이를 위시한 새로운 파벌이 생기며 '공포정치'가 시작됩니다. 여학생들에게 찝쩍 거리기 시작하고 특히 서큐버스 사쿠마의 정조가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요. 사쿠마는 주인공 우츠로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생 전 도서 위원이었을 때 도서 관련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던 게 호감으로 이어졌고 전생후에도 그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가네이는 실권을 잡으면서 사쿠마를 자기 여자로 만들려고 집요한 모습을 보였고, 이게 도화선이 되어 주인공 우츠로기는 평범해도 나름 통솔력을 가졌던 류자키를 리더로 추대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아카이 아스카(여학생)는 흡혈귀가 되었습니다. 아카이는 내청코의 미우라와 비슷합니다. 전생후 항상 중립을 지키지만 만만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함인지 여왕 포스라는 카리스마로 주변을 압도하며 코가네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슬라린이 슬라린이 되었을 때 비웃음을 던지기도 했지만(정확히는 주변 똘마니) 미우라처럼 겉모습과 다르게 정(情)은 또 어찌나 많은지 코가네이가 노리는 사쿠마의 정조를 줄기차게 지켜주기도 하고 나중에는 주인공 우츠로기에게 힘을 빌려주기도 하는 모습에서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비단 아카이만이 아니라 코가네이도 겉모습은 미소년이라도 그 안에 든 건 썩은 쓰레기라는걸 여실히 보여 주는 등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복선을 줄기차게 던지고 있었습니다. 슬라린을 처음 본 애들 반응은 그 만인평등한 류자키 포함해서 하나같이 차가웠고 그 안에는 내가 저렇게 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뉘앙스도 느껴지기도 했군요. 하지만 주인공은 그렇지 않았고 이런 주인공의 클리셰가 발동되어 슬라린은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껴 갑니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돼요. 하지만 해골과 슬라임의 사랑이라니...
다시 주인공으로 돌아와서 해골이 된 후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날을 지새다 슬라린과 합체 후 자신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코가네이 때문에 파탄이 나기 시작한 클래스를 다시 봉합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차츰 코가네이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어쩌면 그가 힘을 얻음으로써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 폭주했지 않았나 하는 추측하는 모습에서 이런 머리를 가졌음에도 전생전에는 어째서 카스트에서 최하위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군요.
우선 던전에서 고립된 사쿠마와 켄자키를 구해 내면서 쓸모없다며 경멸 받던 자신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여기서도 힘이 있다 하여 자랑하지 않고 힘이 없다 하여 괴롭히지 않는 공자와 같은 모습은 자칫 븅신같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뭐랄까 베푸는 사람이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지 않는 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거기에 던전 보스를 쓰러트리며 주인공의 진면목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의례 그렇듯 이런 쓸모없다 여겨지는 주인공의 내면을 알아보고 진심으로 대해오는 친구들이 늘어납니다. 이런 클리셰는 어딜 가나 있군요.
내청코처럼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는 클래스를 이세계 몬스터로 전생 시키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지각변동이 고스란히 이 작품에 녹아 있습니다. 잘 생기면 과거 따윈 아무렴 어때하며 왕따시키던 애를 졸지에 이케맨으로 승격 시키기도 하는 등 지상 외모주의가 판을 치고, 위로는 아부, 아래로는 갈굼이라는 정신적인 미숙함을 들어내며 발광하는 모습이 가관입니다. 이것은 작은 정치판입니다. 한순간의 실수와 잘못으로 순식간에 나락으로 처박히는 걸 예사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힘이 있는 자에게 대들지 못하고 거부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사람에게 제재가 가해지는 독재자가 펼치는 공포 정치판입니다.
맺으며, 이 작품은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어른이 없는 세계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행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른을 언급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아직 미숙한 이들을 이끌어 가야 될 어른이 없다 보니 당연히 폭주로 이어지고요. 그 중심에 코가네이와 주인공, 그리고 류자키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자신이 당해왔던 것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코가네이, 너무 많은 짐을 짊어져 망가진 류자키, 그 짐을 덜어 주려는 주인공, 그리고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사쿠마와 슬라린, 미성숙한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드라마입니다.
스켈레톤이된 주인공이 던전에서 몬스터 스켈레톤을 만나 친구가 되어가고, 슬라린과 합체하여 몬스터 보스를 쓰러트리는 등 정치와 파벌을 제외하더라도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여자에 환장한 코가네이의 행태가 짜증 났지만 이게 또 묘한 몰입감을 가져왔군요. 이 작품은 일명 권선징악과도 같습니다. 힘을 얻었다고 천하를 얻는 게 아닌 지지를 못 받고 뻘짓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