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보석을 토하는 소녀 4권 리뷰

현석장군 2017. 4. 18. 18:16

 

클루의 가출, 이전부터 쭈욱 언급해왔지만 클루의 스푸트니크에 대한 사랑은 더욱 위험한 수준으로 치솟습니다. 다른 여자 만나는 걸 극도로 꺼리고, 손님으로 오는 여자까지 견제하고, 기어이 밤 길 나서는 스푸트니크를 미행하는 일까지 벌입니다. 클루의 행동은 나날이 심해져만 갑니다. 얘는 어디서 이런 마음을 배웠을까요. 보통은 자신의 이런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해 끙끙 앓다가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서 이것이 사랑이라는 걸 알아가는 대목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클루의 스푸트니크에 대한 사랑은 어딘가 일그러져 있습니다. 이것이 풋풋한 사랑이지 뭐겠어 할지도 모르겠지만 읽다 보면 미저리(영화)가 딱 생각납니다. 얘가 조금만 더 컸으면 아마 감금 플레이로 넘어갔을걸요. 이건 마치 스토커 같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빈번하게 미행을 하고, 밤에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아닐까, 여자 만나는 거 싫은데 하며 의부증 같은 걸 보입니다. 근데 사실 스푸트니크는 클루의 체질을 고쳐주기 위해 일하는 시간 외에 사람을 만나 정보를 모으고 있었던 것인데요.


그런 스푸트니크의 마음을 알리가 없는 클루는 오늘도 끙끙 앓다가 옆집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그만 가출하고 맙니다. 있다가 없어졌을 때의 고마움을 느껴 보라며 가출을 단행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애는 애다라는 느낌이었고 작가가 이걸 또 잘 살렸더군요. 사실 이렇게 된 주된 원인은 전날 피네치카에서 마법사들에게 납치당할 때부터입니다. 그때 클루를 구해준 게 팡숑이라는 여 마법사였고 팡숑이 자신의 약혼자가 데리러 올테니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때 나타난 게 스푸트니크, 하지만 팡숑의 약혼자는 다른 사람, 이때부터 클루의 마음에 기름이 끼얹져 졌습니다. 팡숑이라는 여 마법사가 스푸트니크의 약혼자라고 철석같이 믿고 마음이 더욱 일그러진 것입니다.


클루의 과거, 아직 행상 시절의 스푸트니크가 도적들에게서 클루를 구출해줬다는 건 이때까지의 이야기에서 몇 번이나 언급이 되었습니다. 이번엔 클루의 마음에 어떻게 기름이 끼얹어졌는지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도적들에게 잡히기 전 클루는 기억이 없습니다. 늘 배를 차이고 먹을 것도 제대로 없던 소굴에서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틱틱 거려도 상냥하니 마치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안겨드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스푸트니크는 자신을 치료해주고 먹을 것을 주고 있을 곳을 마련해줬습니다. 때리지도 않고 자신의 체질에 혐오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옷깃을 붙잡아도 내치지 않았습니다. 이런 스푸트니크라는 다시없는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겠죠. 근데 어째서 이런 만남이 사랑으로 변질이 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이때의 클루는 4~5살로 추정, 부정(父情)은 느낄지언정 연심을 느끼기엔 애가 좀 발랑 까졌다고 해야 할지 현실미가 없었습니다. 우리 딸이라는 작품도 그렇고... 정신적으로 편향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되지 않았을까요. 물론 키잡물의 특성이 이런 것이지만요. 양육의 지식이라곤 쥐뿔도 없는 남자가 느닷없이 생긴 여자애를 키우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이겠죠.

하지만 이제야 이것은 서투른 사랑이다라는 복선이 투하됩니다. 기껏 욕 오만상 먹는 노선으로 갔으면 끝까지 관철할 것이지 사실은 스푸트니크도 클루를 제대로 대하고 있다는 암시를 보입니다. 솔직하지 못한 사람과 너무 솔직해서 탈인 여자애가 만나 그려가는 한편의 드라마랄까요. 이제 와서 말하긴 뭣하지만요. 그렇다고 하기엔 클루의 행동은 도가 지나친 건 어쩔 수 없었군요.


여튼 그동안 암암리에 활동하며 클루를 노렸던 마법사들에 의해 저질러졌던 클루 탈취는 피네치카를 정점으로 간신히 미수로 끝이나나 했더니 스푸트니크의 누나 유키 등장과 본격적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마법소녀 소아란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마법사들이 마법을 쓰기 위해 필수불가결인 보석을 토하는 소녀 클루, 소아란 덕분에 클루의 체질이 마법사 협회에 알려지는 걸 막았고 유키의 덕분에 클루의 신분을 세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엔 스푸트니크가 표적이 되는데...


우리 딸이라는 작품만큼만 하라고 하진 않겠지만 귀여운 클루의 행동을 조금 낮춰줄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몇 번이나 언급하지만 이건 사랑에 빠진 애가 저지를 만한 레벨을 뛰어넘고 있어요. 피네치카에서 납치당할뻔했을 때의 충격보다 팡숑이라는 약혼자에게 더 신경 쓰며 리아피아트로 돌아와서 하루 종일 약혼자 약혼자.. 너님(스푸트니크)에게 약혼자가 있었어요?라며 계속 충격 속에서만 살아가는 등 그녀의 사랑 앓이는 중증을 넘어섭니다. 물론 둔한 스푸트니크에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는데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무골충에 둔감한 주인공에게 큰 걸 기대하긴 어렵죠. 이번엔 알고 있으니 입 닥쳐 같은 복선이 투하되긴 하였지만 조금은 진정시키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