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트집 잡을 수 없는 러브 코미디 1권 리뷰
천년을 살아온 여신(女神) '카나루자와 세카이'와 그녀에게 제물로 받쳐진 고고생 '키리시마 유우키'가 벌이는 종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 7살땐가 신(神)에게 제물로 선택되었다는 방문 판매원 아저씨의 말 이래 그런 줄 알고 살아왔던 유우키는 드디어 신(神) 세카이와 대면하는 날을 맞이합니다.
뭐, 그렇습니다. 신(神)에게 제물로 받쳐졌다길래 찾아가 보니 왠 여고생 같은 아리따운 여자애가 있습니다. 남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유우키는 냉큼 프러포즈를 하고요. 세카이도 딱히 싫지는 않은지 냉큼 수락하는 세상 물정 어두운 온실초의 모습을 보입니다. 이로써 상큼한 러브 코미디가 시작되나?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세카이는 시가(담배)에 쩔어 있고, 양주를 퍼마시는 등 마치 회사 일에 치여 죽기 직전인 샐러리맨 같습니다.
전조는 있었습니다. 필자는 중간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요. 어딘가 삐걱 거리고 있다는 것을, 처음(7살 때) 신에게 제물로 받쳐진다는 소리를 듣고 별 발광을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던 유우키 집안은 신의 존재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딱히 눈앞의 여자애가 신이라고 해서 장난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튼간에 세카이는 그래도 명색이 신인데 세상 돌아가게 하는 일 정도는 하겠죠. 그게 어떤 일인지 관심이 없었을 뿐
'나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단순히 일에 치여 사는 샐러리맨이 아니라는 복선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세카이는 유우키가 찾아오는 일상을 소중히 하기 시작합니다. 나날이 어딘가 위태로움을 보여가는 세카이, 위태로움의 근원을 알아 내려던 유우키의 말이 가시였던 것일까요. 티격태격했던 것이 방아쇠가 되어 어느 날 유우키는 세카이가 하는 일을 보게 됩니다.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세카이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그리고 거짓말 같았던 '나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의 의미를 알아 갑니다.
음... 이 작품은 마마마의 이케미 호무라 같다고 할까요. 작가는 부정했지만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필자는 상당히 오래전에 페르소나 3던가 게임을 바탕으로 한 만화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여주인공인지 서브 히로인인지가 최종 보스전 끝에 죽어서 환생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녀를 좋아했던 남자는 그녀의 환생체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요. 그리고 발견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애틋하게만 느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이 작품도 그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최종 보스는 나오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균형과 불균형 그리고 조화와 부조화만 있을 뿐이고 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세카이라는 신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언제인지도 모를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유우키와 세카이의 여행과 끝나지 않는 고통의 연속과 엇갈림의 연속 속에서 만나기를 반복하는 이 둘은 마치 견우와 직녀와도 같습니다. 이 부조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유우키는 몸을 던집니다. 사랑하는 소녀 세카이를 구하기 위해, 세이브가 되지 않는 게임을 끝내기 위해...
달달한 러브 코미디인 줄 알고 찾아봤던 리뷰나 여러 정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시사하고 있었기에 필자는 이런류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구입을 하였더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애매했다고 할까요. 유우키가 여자애 하나 못 지켜 주는, 여자애 하나에 기대서 살아갈 수 없는 세계 따위 망해버려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꺼져가는 촛불처럼 생명을 다해 가는 세카이를 위해 행동에 나선 건 높은 점수를 주나 계획 하나 없이 무턱대고 뛰어나가 집안 권력에 기대는 장면은 좀 거식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뤄지지 않는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밋밋함을 보여주는 초반과 이별의 말을 함부로 입에 담는 중간, 느닷없이 진지함을 뿌리는 후반의 갭이 장난 아니었군요. 대를 끊어버릴 작정인 유우키의 여동생이 오히려 신선하달까요. 여튼간에 개연성이 좀 부족했습니다. 유우키와 세카이의 대화 장면이 별로 없어서일까요. 아니 사실 둘의 대화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는데 그리 인상에 남을만한 일상이나 일화를 남길만한 에피소드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반에 좀처럼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