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4권 리뷰

현석장군 2017. 5. 3. 15:57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녀의 꿈,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는 것,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안고 축제가 열리던 날 밤에 소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벽을 안고 있었던 남자는 외면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소녀는 큰 상처를 받고야 맙니다. 남자는 그저 이 관계가 끝나질 않길 바라며 소녀가 언제까지고 어린아이인 채로 살아가주길 바랐습니다. 이때 라티나의 나이 14세

 

이전까지는 세상 물정 모르던 딸이 아빠라는 이성을 갈구하며 세상을 알아가고, 살아가는 귀여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그런 딸의 성장과 남겨진 자의 슬픔 속에서 방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데일은 나날이 커가는 라티나를 바라보며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는 데일이 라티나를 향한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하는 모습을 소름 돋을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데일이 품고 있는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라티나를 이성으로써 좋아하고 있다는 반증이고,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은 자신의 직책이 그러하니 언젠가 혼자 남겨질 그녀가 성인이 되어 다른 남자를 만나 안정된 마음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의 반증이라는 건데요. 데일은 모험가로써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마인족과의 싸움에 항상 최전선에 서 있었습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그에게 라티나라는 딸이 생겼습니다.


데일은 언제까지고 딸이 성인이 되질 않길 바랐습니다. 떠나보내야 하기에, 하지만 이대로 어린애로 놔두면 자신이 먼저 떠나면 남겨진 그녀의 상처는 어쩔 것인가 하는 마음, 그래서 라티나가 고백하였을 때 얼버무렸습니다.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픔이 싫었고, 남겨진 그녀가 받을 고통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라티나는 이미 7년 전부터 마음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인간보다 오래 사는 마인족으로써의 삶, 주변 사람이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나도 받아들이겠다고 그날 뿔을 부러트린 시점부터 그녀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데일이 라티나와 맺어지면 어떨까, 라티나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수명을 받아들인 시점부터, 남은 건 데일의 결단이죠. 그러니까 라티나가 어른이 되어도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 그리고 자신이 먼저 떠나도 라티나는 그걸 각오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이 합쳐 졌을 때 데일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각한 데일이 선택한 것은 도망, 쪽지 하나만 남겨두고 데일은 왕도로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데일은 병에 걸리고 마는데...


이런 풋풋한 사랑도 다 있군요. 솔직히 이전까진 어린 라티나를 보며 어린 것이 벌써부터...라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런 사랑은 금단에 가깝죠. 키워서 같이 산다니요. 하지만 라티나는 미저리같이 편향된 사랑이 아닌 주변과 상의하며 올바른 사랑을 키워 왔다는 것에서 인정을 안 할 수가 없겠더군요. 마인족이라는 시침과 인간이라는 분침은 같이 갈 수 없으나 찰나라도 분명 같이 하는 시간은 있습니다. 라티나에게 그런 찰나라도 데일과 같이 살아가고 싶어 했습니다. 진실된 사랑으로...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어느 날 햇볕이 내리쬐는 광장 한 귀퉁이에서 근사한 팔찌를 내보이며 데일은 라티나에게 프러포즈를 합니다. 이미 5권 내용까지 밝혀졌으니 심각한 스포일러는 아닐 테죠. 라티나와 데일이 만난 지 딱 9년째 되는 날입니다. 이쯤 오면 어린 라티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귀여움에서 성숙한 여자가 된 라티나, 오로지 데일을 바라보며 사랑을 키워 왔고 지금 그 결실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라티나에겐 또 다른 소원이 있었습니다. 여덟 번째 마왕이 되어...


사실 데일이 라티나의 교육을 주변에만 맡겨두지 않고 남,여 거리 같은 걸 알려 주고, 거리를 뒀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겁니다. 필자도 이전에 이런 점을 지적하였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데일은 그 점을 뼈아파 합니다. 14살이나 된 딸과 한 이불에서 잔다는 건 좀 그렇죠. 과보호로 인해 라티나가 다른 남자들과 만나는 미래를 원천봉쇄를 하였고 그러인해 어린 딸이 아버지라는 이성을 두고 엄마와 싸움질 비슷한 상황이 도래한 것도 사실입니다. 눈 뜨고 하루종일 뵈는 남자 중 데일과 케니스뿐이었는데 케니스는 결혼했고 미혼은 데일 밖에 없었죠.


하지만 애초에 처음 만난 시점부터 데일을 남자로 보고 있었으니 교육을 시킨다고 다른 남자를 만날 리도 없었을 겁니다. 거기다 나쁜 남자 거르는 센서도 가동 중이라서 사심으로 만땅된 남자가 다가오면 라티나 쪽에서 도망가 버릴 테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데일로 좁혀지는,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군요. 그런 의미에서 개밥에 도토리 된 루디에게 묵념을... 어떻게 보면 루디는 남자 라티나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데일에게 속상한 라티나,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라티나가 속상한 루디...


키워서 같이 산다는 속어인 키잡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지만 이 작품은 그런대로 잘 꾸려 가고 있습니다. 이전까진 과한 면은 분명히 있었지만 이번 에피소드로 들어서서는 올곧게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꾸준하게 사랑이라는 꽃을 피워가며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피눈물 흘리는 독자들 많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