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2권 리뷰

현석장군 2017. 5. 8. 20:43

 

가짜 세이버 소동기 제2탄입니다. 노예로 끌려가다 말하는 검을 손에 넣은 흑묘족 소녀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종족의 비원 '진화'를 위해 오늘도 달린다는 이야기를 알차게 넣어 놨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프란' 그리고 프란이 쥐고 있는 검의 이름은 '스승'으로 스승은 이세계 전생자입니다. 검으로 환생한 것이죠. 스승은 검으로 환생 후 스킬을 쌓기 위해 몬스터 잡으며 지내던 어느날 땅에 처박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걸 프란이 뽑아 줬습니다. 그때부터 같이 다니고 있죠.


스승이 노예 상인을 댕강 잘라줘서 자유의 몸이 된 프란은 스승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마을에 들려 모험가가 되고 퀘스트를 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잘 먹고 잘 살아가는 프란을 시기한 모험가들의 클레임이 들어오는데요. 자기들보다 어린 주제에 어떻게 그런 실력을 뽐낼 수 있냐는 같잖은 질투가 급기야 실력 좀 보자로 이어져 모험가 승급을 위한 시험을 치르는 던전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나는 프란의 실력을 주변에 알려서 깨갱하게 하는 것, 그리고 다른 마을에 위치한 던전에 가기 위해 길을 가던 중 중간에서 만난 마족 사령술사와 힘을 합친 던전 공략입니다. 첫 번째는 좀 싱겁게 끝이 납니다. 던전에 가면서 프란과 아만다라는 하프엘프 여성과의 모의 대전을 본 모험가들(시기하던 놈들)은 가랑이를 오므릴 수밖에 없었고요. 던전에서는 이레귤러를 맞닥트리지만 무난하게 클리어합니다.


새로운 인연과 순식간에 찾아온 이별


랭크 A의 강력한 실력을 가진 하프엘프 여성 '아만다'를 만났습니다. 프란은 모험가들의 아니꼬운 질투심에 어쩔 수 없이 실력을 알리기 위해 던전으로 향하던 파티에 아만다가 옵서버로 참여하게 되는데요. 아만다는 대뜸 프란에게 진심을 다한 호의와 애정을 뿌려 옵니다. 아만다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그동안 인간 이하의 대접과 괄시와 질투만 받으며 살아왔던 프란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인간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프란이 귀여웠을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기껏 자신을 소중히 대해준 사람과 만났는데 한 곳에서 머물 수 없다는 듯이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프란과 스승은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고양이(프란은 흑묘족)는 무리를 잘 이루지 않는다는 것처럼 2권에 들어섰음에도 그 성질에 부합하듯 동료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아만다는 고아원을 운영 중이라 떠날 수 없었고요. 그리고 길을 가던 중 하늘을 떠다니는 부유성을 목격한 스승에 의해 에피소드가 벌어지기가 무섭게 마족 사령술사의 집을 부숴버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마족 사령술사와 부유성에 올라가 던전을 클리어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 모험가보다 강한 프란이 더욱 강해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언데드와 싸우고 리치(언데드 마왕)와 싸우며 극한의 경험치를 얻어 갑니다. 몇 번이나 죽을뻔하고 몇 번이나 성장하며 앞으로 걸어가는 프란과 스승, 그리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노다지 웃으며 프란을 지원해주는 사령술사와의 힘겹고도 재미있는 일상, 그리고 던전 클리어와 애틋한 사연이 이어지고 또 다른 이별은 프란을 더욱 성장시켜갑니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프란의 성격


한번 적대한다 싶으면 그게 누가 되었든 댕강 썰어 버립니다. 이미 1권에서 시비를 걸어오던 모험가의 다리를 잘라 버렸고, 자신의 종족을 속여 노예로 팔았던 청묘족을 아무 망설임 없이 팔 다리를 자르고 아무 거리낌 없이 목을 베는 등 베는 것에 일말의 망설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애가 감정이 메마른 것도 아닌 게 시험을 치르기 위해 들렀던 던전에서 자신을 조롱했던 모험가가 위기에 빠지자 몸을 던져 보호해주기도 한다는 것이군요.


먹을 것을 굉장히 밝히면서도 잘 웃지도 않고, 잘 울지도 않고, 팔 근육이 끊어지고 팔 뼈가 모조리 부서져도 내색을 잘 안 하는 아이, 아만다가 아무리 귀엽다 해줘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아이, 약간 뻐기는 면도 있고 자존심이 강해서 뜻을 잘 굽히지 않는 아이, 그러나 속으론 사람의 정을 갈구하는 아이, 이것만 놓고 보면 희노애락의 결여와 고생을 정말로 많이 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객사와 노예 생활, 12살 소녀가 짊어지기엔 너무나 가혹하죠. 그런데 정신이 망가질 법 한데도 무슨 신경 줄인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PTSD를 겪을만 한데도 말입니다.


프란이 노예로 살던 시기에 이미 신경줄이 망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전에 부모님이 불귀의 객이 되었을 때부터 일지도 모르겠고요. 좀 아쉬웠던 건 이런 점을 부각 시켜서 좀 애틋한 장면을 연출했더라면 극중 효과는 굉장했을 텐데 거의 언급이 없다는 것이군요. 물론 온갖 잡다한 스킬로 정신을 보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검으로 환생하는 것도 그런데 아무것도 못하던 애가 두어 달 만에 중견 모험가 이상의 힘을 손에 넣었는데도 아무렇지 않다는 비현실감이 좀 크게 다가옵니다.


한편으로는 12살 소녀가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나 가혹한 세상에서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건 무얼까, 스승과 떨어져 스킬을 거의 못 쓰게 되어 위기에 빠졌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소녀가 살아가는 원동력은 무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도 합니다. 그것은 일족의 비원인 진화가 아닐까 했습니다. 진화자가 없다 하여 냉대 받고 노예로 팔려가는 일족의 비원이기에, 그리고 부모님이 불귀의 객이 된 원인이기도 했던 진화를 위해 프란은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지 않나 하는...


커져가는 이야기


옆 나라와의 전쟁 기운이 커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옆 나라가 뿌려놓은 씨앗이기도 했고요, 뭐 아직은 좀 더 미래의 이야기일 테지만요. 그리고 스승과 관련된 신검(神劍)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세계에 몇 개나 되는 신검 중에 주인공도 하나가 아닐까 하는 것, 그리고 주인공처럼 사고를 가진 검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요컨대 잘 하면 또 다른 전생자를 보게 되거나 아니라도 스승급의 검이 출연해서 프란의 앞 길을 막지 않을까 하는 복선은 사뭇 두근거리게 하였습니다.


이번 에피소드가 좀 더 강해지기 위한 발판이라곤 하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스승과 프란의 성장을 위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던전에 들어가 싸우는 것밖에 없어요. 이 과정이 이런 이세계 전생물 먼치킨답게 죽을 둥 살 둥 하며 꾸역 꾸역 헤쳐 나가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군요. 그래서 하렘 일상물을 바라는 독자에겐 정말로 무미건조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꾸준하게 열거되는 스테이터스 표시창과 이런 떡밥이 빠지면 섭하지 하며 등장하는 신(神)과 관련된 시츄에이션등등... 물론 이런 것이 이세계물의 폐해라면 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어쨌건 프란과 스승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1권에서 이런 식의 진행이 되어 있어서 1권만 잘 넘기면 2권부터 재미있어지는 반면에 저번 인피니트 덴드로그램도 그렇고 이번 2권은 성격이 급한 독자는 후속권은 보류하지 않을까 할만큼 진행이 좀 갑갑했습니다. 그나마 프란의 귀여움이라도 좀 부각 시켰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없군요. 하다못해 관련된 일러스트조차 없습니다. 물론 필자는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 대충 눈치채고 있어서 상관은 없었습니다만...


그래서 후속권에 거는 기대감은?


솔직히 후속권이 국내에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위기감을 고조 시키지만 면역이 있는 독자에겐 위기감을 느낄 수 없는 던전에서의 사냥과 노다지 쏟아내는 스테이터스 창은 볼 때마다 질리게 하고요. 별 의미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 강해졌네 하는 건데 뭔 페이지를 그렇게 소모하는지... 이야기도 작의적으로 많이 진행이 됩니다. 이걸 뭐라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살아가면서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여기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바라는 대로 흘러가는 듯한 밋밋함이 있습니다.


맺으며...


컬러 일러스트는 물론이고 속 일러스트가 많이 부족합니다. 라이트 노벨은 일러스트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중요한 장면에서조차 나오지 않는 일러스트와 귀여움을 어필해야 될 프란의 일러스트의 부재는 좀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높은 가격에 비해 내용이 좀 부실하다고 할까요. 늘 언급하지만 쓸데없는 일상과 스테이터스 일람과 설명은 질리게 합니다. 단순히 질 좋은 종이를 쓰니까 비싸다라는 것인지 오히려 6~7천 원대의 도서보다 부실한 내용은 좀 아니라고 느꼈군요. 비단 이 작품만 아니고 고급화된 여타 레이블 곳곳에서 관찰이 되기도 하죠. 


어쨌건 꿩 대신 닭이라고, 프란의 귀여운 모습이 아쉽다면 이걸로 참아 주세요.라는 것처럼 다크니스 울프 '울시'를 소환한 스승, 흔히 이런 류의 작품에서 줍든 때려서 조련을 하던 마스코트가 되는 개처럼 울시도 프란을 밀어 재끼고 귀여움으로 자리 잡아가는 아이러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수이면서 애완동물이 되고 전투 때는 든든한 아군이 되고 탈것도 되는... 근데 이건 생략해도 되는 이야기인데 굳이 언급하는 건 혹시나 3권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지 않을까 해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