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월드 티처 4권 리뷰 -잔칫집에 먹을게 없다.-

현석장군 2017. 5. 24. 20:21

 

이세계 전생자 시리우스가 은랑족 남매와 함께 마법 학교에 입학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무능의 대명사인 무속성이라는 것만으로 괄시와 경멸을 받아야만 했고, 기숙사엔 들어가지도 못하는 차별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이 모든 원흉이자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학생들만 골라 데려가던 그레고리의 손아귀에서 리스(표지 푸른 머리)를 구해줬고, 그를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국왕의 사생아로 태어나 버림받다시피 자라온 리스가 국왕인 아버지와 화해하는 장을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선혈의 드래곤 마수에서 은랑족 남매와 리스를 구해주기도 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학교생활에 또다시 태풍이 불어오는데요.


i'll be back


시리우스와 학원장 로드벨에 의해 그동안의 악행이 드러나 도망갔던 그레고리가 대규모 용병단을 이끌고 학교에 쳐들어와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의 목적은 학생들을 고기 방패로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키고 실권을 잡은 뒤 수인족으로 몰아내고 인간들만 이뤄진 나라를 세우는 것, 그는 심각한 인종 차별주의에 빠져 있는데요. 이번에 그 이유가 나오지만 전형적인 번지수를 잘못 잡은 것에 지나지 않아 쓴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레고리는 수인족을 경멸하고 무능이라 일컬어지는 무속성을 괄시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시리우스를 누구보다 싫어했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리스를 대려 갈려다 시리우스에게 좌절되기도 했고요. 질리지도 않고 다시 나타난 그는 학교를 점거하고 학생들 목에 예속의 목걸이를 채워 쿠데타 준비에 들어가지만 이걸 가만히 두고 볼 시리우스가 아니죠. 하지만 자신의 제자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궁금했던 시리우스는 은랑족 남매와 리스에게 모든 걸 맡겨두고 뒤로 물러납니다.

그동안의 훈련을 떠나 첫 실전을 겪게 하는 것, 사자는 벼랑 밑으로 새끼들을 떨어트려 살아 올라온 새끼들만 기른다고 했던가요. 물론 정말로 위험하면 시리우스가 나서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습니다. 먼지 나게 맞는 건 누구인가,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 시작됩니다. 불쌍한 그레고리에 묵념을...


이것이 모험이다. 개그 작렬...


그리고 마법 학교에 입학한지 4년째 되던 날, 시리우스와 은랑족 남매 그리고 리스는 모험가 등록을 마쳤습니다. 이제야 제 몫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들뜬 남매와 리스는 그동안 자신들을 보살펴 주었던 시리우스에게 소소한 선물을 해준다며 시리우스 몰래 모험을 떠나는데요. 이게 굉장히 웃겨줍니다. 레우스는 고블린들에게 붙잡혀 능욕당할뻔한 여자애 둘을 구해주고 '저기~' 하는 여자애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고블린 뿔 뽑는 거 도와줄래?라고 해서 보는 사람을 벙찌게 합니다. 여담으로 레우스는 남자애입니다. 제법 핸섬하게 자란 데다 능력도 좋아서 시리우스와는 다르게 학교에서 여학생들에게 제법 대시를 받나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레우스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요. 이번 4권에서 시리우스와 동인지에나 나올법한 장면을 몇 개 만들기도 하였군요. 그래서 미래가 좀 불안한...


여튼 겸사겸사 여자애들을 대려다 아버지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 그 아버지가 딸애도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우리에게 올래? 하는 걸 레우스는 됐고 돈이나 주쇼. 이럽니다. 에밀리아와 리스는 중급 모험가도 쩔쩔맨다는 거대 뱀을 아무렇지 않게 숭덩 썰어 버리는 것도 모자라 해체쇼까지 보여줍니다. 당연히 모험가 길드를 뒤집어지고요. 이제 막 등록한 모험가가 중급 모험가도 쩔쩔매는 거대 뱀을 해체해서 왔는데다 레우스도 혼자서 수십 마리의 고블린을 혼자서 아작 내났으니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공식을 여실히 입증해줍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5년이 되었습니다. 졸업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시리우스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고, 아니 더 심각하게 흘러가는데요. 학교의 아이돌이 된 은랑족 남매를 대려 갈려는 귀족들이 시리우스가 걸림돌이 된다고 여겨 시리우스에게 가해지는 악의는 입학 때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이젠 에밀리아를 강제적으로 대려 갈려는 귀족까지 나타나자 그동안 눈에 띄는 걸 싫어했던 시리우스는 특단의 조치에 나섭니다. 학교장 로드벨과의 시합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주는 것, 그동안 무능이라 괄시했던 시리우스의 진짜 실력을 밝혀 자신에게 가해지던 악의와 제자들이 받던 고통을 줄여 주기도 하는데요. 당연히 이런 이세계 먼치킨물이 다 그렇듯 약속된 주인공의 승리만이 있을 뿐...


그런데 여전히 사이다는 부족하고...


시리우스 몰래 모험을 떠나는 은랑족 남매와 리스 에피소드는 괜찮았습니다. 여자애들의 호의를 차버리는 레우스라던가, 흔한 모험이 이어지지만 왠지 모르게 개그로 승화되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부분은 역시나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인 교육이라는 주제가 이어지다 보니 아직은 카타르시시를 느낄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흔직세의 나구모가 보여주는 것처럼 자신을 적대하는 무리를 가차 없이 제거하는 사이다는 이 작품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는데요. 표면적이 아닌 지나가는 형식으로 표현되고 있긴 하지만 수인족인 은랑족 남매가 인종 차별주의로 똘똘 뭉친 학생들에게 알게 모르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되갚아 주지 않고 오히려 위협을 가한 레우스를 혼내는 장면은 어딘가 비정상처럼 느껴지기도 했군요.


맺으며...


솔직히 이런 작품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될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전생의 기억과 경험으로 달관했다지만 자신과 제자들을 괴롭히는 귀족이나 학생들에게 되갚아주나 했더니 두어 번 표현해줬을 뿐 그 이상은 없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마인드가 생기더니 아무리 옆에서 발광을 해도 모른 척만 할 뿐입니다. 5년 졸업반이 되어서도 이제 입학한 애에게 괄시하는 욕지거리를 들어도 모른 척,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지 않는 이런 불친절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요.


물론 흔직세 나구모처럼 적대하는 인간 전부 죽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당한 게 있으면 갚아주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자인 은랑족 남매까지 괴롭힘당하고 있는데도 모른척하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결국은 에밀리아가 귀족에게 강제로 끌려갈뻔했을 때 겨우 이걸 깨달았는지 졸업 6개월 남겨두고 힘을 과시하는 장면에서는 혀를 차게 하였습니다. 이 녀석 자기중심인가? 했군요.


이젠 학교를 졸업했으니 본격적으로 악의와 맞서면서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해지지만 몇 개의 복선에서 뒤로도 별반 다르지 않는 나날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달라지겠지 하며 발매될 때마다 꾸준하게 보고는 있지만 솔직히 지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