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유녀전기 7권 리뷰 -희망고문-
타냐는 올해 14살이 되었습니다. 9살부터 시작한 군 생활은 곧바로 이웃 나라들과의 전쟁으로 여자다운 생활을 보내지도 못하고 5년이나 전장을 누벼야 되었군요. 특출난 마력과 이전 생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병적으로 집착하는 노후 생활 보장을 걱정하여 가는 곳마다 승전보를 울리며 제국의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줬는데요.
제국(독일)을 둘러싼 나라들과 전정에서 연승을 얻어내고 지금은 해를 넘기며 연방(소련)과 전쟁 중입니다. 2차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도 연방을 상대하는 동부전선은 빈말로도 제국에 좋게 흘러가진 않고 있었는데요. 혹독한 겨울을 지나 진창으로 변하는 봄을 맞이하고 누적된 출혈로 보급은 파탄 직전, 극심한 인적 소모로 젊은이 고갈 등은 제국을 빈사 상태로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국과 연방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는 중이고 지금은 제국이 조금식 밀리고 있습니다.
베테랑의 소모로 초짜와 늙은이로 채워진 전선은 별다른 저항도 못해보고 후퇴를 지속 중인 제국, 이런 상황에서 아군 최후미에 서서 후퇴를 돕기도 하고 집결지에서 적의 포격을 맞아 아군 사령부가 날아가는 바람에 전선이 화해될뻔한 걸 간신히 유지시키는 등 타냐의 고생은 이루말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보급도 원할하지 않아 직속상관으로 온 레르겐 대령에게 양말 좀 달라고 할 지경, 사실 14살이면 필요해지는 것도 많을텐데 이 작품은 마니악한 요소(1)가 없다보니 애둘러 양말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선 관찰과 제국군 운용 상태 등을 보러 동맹국에서 온 관전무관은 시가전에서 윤리적 운운에 전시법을 들먹이며 한시가 급한 명령을 내리려야 했던 타냐를 붙잡는 통에 화딱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급신 거려야 되는 모습에서 은근히 통쾌했군요. 하지만 타냐는 워낙 소시오패스 같은 성격이다 보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노후대책으로 삼는 것에서 혀를 내두르게도 합니다. 요컨대 자기는 싫다고 했음에도 억지로 맡긴 상부에게 빚을 지게 했다나요.
어쨌건 아군의 오폭을 맞아 죽을 뻔도 하고, 후퇴를 거듭하면서도 쫓아오는 연방군을 격퇴하며 여전히 아니 갈수록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는 것처럼 밀리터리계 먼치킨으로서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합니다. 이심전심으로 척하면 탁한다고 손발이 척척 맞는 부하들과 사이도 좋아 전선에서 뒤통수 맞는 일도 없고요. 하지만 길어지는 전쟁은 자원을 소모 시키지만 진보를 이루는 것도 있다는 것처럼 적인 연방은 그동안 물량공세에서 질적 향상을 보이며 무적의 타냐의 부대를 조금식 궁지로 몰아갑니다.
평범한 술식으로는 이제 뚫지 못하는 적 전차, 마도사전에서는 아직 제국에 상대도 되지 않지만 머지않아 질적 향상을 보일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 밀리던 전선을 추수려 대규모 반격전으로 포위 섬멸에 성공하며 제국은 숨통을 열었지만 인적 자원 고갈과 파탄 직전인 보급은 제국으로 하여금 선택 아닌 선택을 강요합니다. 이대로 자멸할 것인가 연방과 정전을 맺을 것인가, 하지만 2차 대전 때 폭주하는 독일처럼 제국은 계속 승리를 갈망하며 군과 나라를 젊은이들을 사지로 떠밀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도 타냐의 보신 주의는 여전합니다. 미꾸라지처럼 자기만 살자고 하는 게 아닌 어떻게 하면 상층부에 잘 보여서 안정된 노후를 얻어낼까 고민하며 무리한 명령도 완수하는 등 죽을 둥 살 둥 노력을 하는 게 눈물겹다고 할까요. 물론 워낙 먼치킨이라서 타냐와 그녀의 부대를 상대할만한 적은 없지만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보신 주의를 설파하는 캐릭터도 없지 싶군요. 당연히 입 밖으로는 내놓지 않고요. 그녀는 삐끗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절벽을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타냐의 성격을 알아챈 일부 상관은 그녀를 괴물 취급 중이죠. 절벽에 매달려 있음에도 일은 완벽하게 해내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것이 그녀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타냐는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능한 부하를 놀릴 상관은 없고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판인 최악의 상황인지라 유능하게 하면 할수록 발은 더욱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적을 맞아 존재 X와 아델하이트라는 매드 사이언티스의 합작품인 엘레니움 95식 연산 보주를 쓰다가 정신 오염이 되어 맛이 가는 등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도 그만둘 생각은 추호다 없는 어떻게 보면 이 작품에서 제일 미친 존재는 타냐가 아닐까 했군요.
어쨌건 이제 전쟁이 끝나겠지 하며 전선 상황을 유추하는 등 미래에 대해 희망적 관측을 해가지만 제국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에서 타냐에게 희망고문을 합니다. 이제나저제나 전쟁이 끝나길 바라며 무리한 상층부의 부탁도 들어줬고 포위 섬멸전에서 일등공신으로 활약했고 하니 이제 노후는 문제없겠다는 타냐를 비웃듯 전선의 상황은 점점 타냐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타냐의 대척점으로 활약 중인 메어리 수는 가뭄에 단비 내리듯 오랜만에 발암적인 요소를 넣어줍니다.
- 1,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흔해빠진 양판소물에서 흔히 나오는 요소 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