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재와 환상의 그림갈 12권 리뷰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오긴 오나?-

현석장군 2018. 8. 23. 18:33

 

그림갈(원더 홀)-> 더스크 헬름-> 다룽갈-> 다시 그림갈로 넘어오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던 하루히로 파티는 고향(?)인 오르타나로 돌아가기 위해 오늘도 남쪽으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란타라고 불리는 똥 덩어리가 배신 때리고 메리가 사망했다가 뭔가와 섞이며 살아나는 등 이전과 마찬가지로 파란만장한 모험을 했더랬죠. 그리고 지금은 동쪽 바닷가에 왔습니다. 해변가로 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조금은 덜 고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오르타나와 교역하는 도시에 들리면 보다 빠르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넘쳤던 이들, 그런데 이런 그들을 비웃듯 일단의 해적들이 가로막고 서는데요.


가짜 수염을 달고 자신을 KMO(1)라 자칭하는 해적 소녀 '모모히나'와의 만남은 이들에게 있어서 희망이 될까 불행이 될까. 다짜고짜 하루히로에게 1:1 대결을 걸며 문답 무용으로 덤벼오는 그녀에 맞서 그동안 나도 산전수전 다 겪었단 말이지 같은 분위기로 덤볐던 하루히로의 결말은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초식남이자 소심하고 덤으로 생각이 너무 많은 그는 사실 좋아서 파티의 리더를 맡은 게 아니었죠. 분위기랄까요. 마나토가 죽고 그렇지 않아도 찌끄레기만 모인 파티인데 다들 이대로는 인생 시궁창 일직선일 거 같아 마지못해 리더를 맡은 것뿐이었죠. 그런 마음은 모른 채 다들 하루히로만 쳐다보고 있었으니 마음고생이 참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대(大)자로 뻗게 되고 졸지에 파티는 해적 나부랭이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이 파티엔 여자만 4명이나 돼요. 사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이 작품이 최소 15금 이상이었다면 참으로 끔찍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그야 해적이란 만화 원X스 덕분에 이미지 세탁을 하였다지만 근본적이고 본질은 약탈이니까요. 하지만 작가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게 이들에게 무엇보다 다행히 아니었나 합니다. 무늬만 해적이고 하는 짓은 늑향에서 나오는 교역과 비슷한 이미지만 뿌리고 있어요. 해적 나부랭이가 되어 말단으로써 피와 땀을 쪽쪽 빨릴 일만 남았나 했더니 해적 본거지에 들린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용(드래곤) 세 마리였으니...


참으로 팔자 한번 기구하기 짝이 없어요. 해적 본거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용들을 바라보며 모모히나는 누가 그들(용)의 기분을 건드렸느냐 하는 조사 특명을 하루히로 파티에게 내립니다. 그동안 오크, 불사자(언데드)니 궈렐라(고릴라)등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존재와 싸우며 죽도록 고생하고 사선을 넘어오면서 죽음에 대해 이골이 났다지만 용을 상대하라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죠. 이번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하루히로는 탐정이 되어 공존 내지는 서로 모른 채 지내던 인간과 용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조사하는 것인데요. 결과적으로 보면 인간의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리멸렬한 이야기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게 아니라는 서술하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어두침침 회색빛 일색이었던 이전의 이야기를 탈피해 이들에게 조금은 보상을 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에게 따스한 햇빛 아래에서 차가운 바다에서 뛰노니는 그들의 모습은 힐링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것은 또 하나의 복선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지금이라는 순간을 소중히 같은? 해적 나부랭이가 되었다지만 다행히도 죽도록 부려먹히는 나날도 아니었고, 하지만 용을 상대해야 되는 부담감은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은 이야기 속에서 이들에게 찾아오는 또 하나의 이별...


그것은 덤덤하게 찾아왔습니다. 작가 주몬지 아오식 이별이랄까요. 줄곧 그래 왔습니다. 마나토도 그렇고 모구조에 이어 초코까지...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이별, 하지만 괴로운 이별은 아니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그런 이별입니다. 그녀 스스로 정한 일이기에. 그리고 파티의 성장을 바라는 것이기에 모두 받아들이고 마는, 항상 4차원적인 모습으로 포인트를 잘못 잡아 웃음을 자아냈던 그녀는 누구보다 다정하였죠. 어쩌면 파티가 붕괴하지 않은 것은 그녀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먹먹하게 다가왔군요. 참고로 이번 에피소드 신캐릭터 모모히나는 아닙니다.


맺으며, 누구와 이별하는지는 이번 에피소드 핵심 스포일러라 언급하긴 힘들고 13권(정발 된다면)에서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튼 사실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어 있어요. 하나는 하루히로와 메리의 관계가 되겠군요. 그동안 서로 의식하면서도 여건 때문인지 다가가지 못했던 마음이 조금식 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그 마음을 말로 내뱉으면 만수위인 댐이 붕괴하듯 단숨에 하류를 향해 달려 가지 싶은데 초식남이 그럴 배짱이 있나 모르겠군요. 한동안&여전히 고생 좀 하겠죠. 그리고 또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갑자기 찾아온 이별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작가가 등장인물 리타이어 시킬 때는 망설임이 없어요. 각자 마음을 표현할 때는 그런가? 그럴지도 그럴 거야 등등 온갖 표현력으로 애간장 태우더니 쩝, 어쨌건 이번 에피소드는 2005년작 킹콩을 보고 읽으면 감정 이입에 도움이 될 겁니다. 작중 하루히로 파티가 겪어 가는 장면 분위기가 딱 그래요. 뭔지 모를 기다란 생물이라던지 갑각류라든지... 작가가 이런 분야에서 표현력이 뛰어나더군요. 그리고 4차원적인 캐릭터를 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성단죄 도로시때도 그랬는데 이번 중2병 + 커뮤니 장애를 앓고 있는 모모히나의 임팩트는 대단한데요. 약관 15세에 k&k 해적 상회 사장이자 쿵푸 마스터에 마법사를 겸직하는 그녀와 사하긴은 그야말로 판타지스러운 장면이 아닐까 했습니다.

  


 

  1. 1, K - 쿵푸
    M - 마법사
    O -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