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두 번째 용사는 복수의 길을 웃으며 걷는다 1권 리뷰 -이 작품을 평가하기엔 뭔가 상당히 미묘하다-

현석장군 2018. 8. 25. 17:54

 

글이 깁니다. 스포도 좀 강해요. 싫으신 분은 뒤로 하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회복술사, 재림 용사와 더블어 복수물 3대장이 되겠습니다. 자잘한 스토리는 다르지만 공통된 사항은 용사로써 열심히 마왕을 타도하고 다녔더니 돌아오는 건 배신이라는 것이죠. 회복술사는 이용당한 끝에 비명횡사, 재림 용사는 마왕 타도라는 업적을 탐낸 동료에 의해 비명횡사, 그리고 이 작품은 '토사구팽'이 되겠군요. 사냥이 끝났으니 볼일이 없어진 사냥개는 잡아먹힐 운명이라는, 필자가 예전부터 간혹 언급해온 게 있는데요. 바로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또 다른 마왕이 될 뿐이다.라는 것입니다. 그야 그렇잖아요. 자신들은 어찌할 수 없는 마왕을 동료가 있었다곤 해도 무찔렀으니 말입니다. 이제 그 강대한 힘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게 되었으니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반란군이나 쿠데타에 가담하기라도 하면 뭐 왕국 입장에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가 할 일은?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처분하자. 우리나라 역사를 예로 들자면 이순신 장군을 들 수가 있습니다. 일본 수군을 상대로 승승장구한 끝에 시기를 받아 좌천되고 고생이란 고생은 많이 하셨잖아요. 용사란 이와 비슷하다 할 수 있어요. 민중의 지지를 받는 용사와 세금이나 거둘 줄 알았지 우리네 삶에 무관심한 왕과 비교해서 누구에게 기댈지는 자명하죠. 마왕을 타도하고 공주와 결혼해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산다.는 사실 허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힘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은요.


이 작품의 주인공 '카이토'는 이세계로 소환되어 마왕을 타도해 달라는 주문을 받아 나름대로 열심히 싸워 이기고 개선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동료였던 성녀에 의해 새로운 마왕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과거 동료였던 자들과 세상 사람들에게서 쫓기게 돼요. 어찌어찌 도망 다니며 자신을 소환한 왕녀를 만난 그는 이제야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를 하였으나, 세상 모든 사람이 적이라도 왕녀만큼은 내 편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그녀도 원흉 중 하나일 때의 좌절감이란... 사실 여기서 넓게 보면 토사구팽이긴 한데 성녀와 왕녀가 안고 있던 개인 문제가 더 크다 할 수 있어요.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패스할게요.


그렇게 생을 마감한 주인공은 갑자기 여신에 의해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합니다. 이 부분 역시 다른 복수물 작품과 유사하게 흘러 가요. 카이토는 눈을 떠보니 과거 자신이 소환되는 순간으로 돌아가 있었죠. 첫 번째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서 두 번째 생을 시작해요. 그리고 눈앞에 원수 왕녀가 있고요. 레벨이 리셋되었지만 경험이라는 게 있어서 자신을 소환한 왕녀를 두들겨 패고 그는 도주극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레벨 리셋과 심검(스킬이라는 개념은 없고 심검을 꺼내 싸우는 형식)을 쓸 수 없어서 아직은 대뜸 복수로 나서지는 못해요. 여기에 여신으로부터 디버프 비슷한 걸 받아서 많이 힘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같이 싸울 동료를 찾게 되죠.


그게 히로인 토끼족 '미나리스'가 되겠는데요. 그녀는 인간족 만만세 아인족 나가 죽어가 모토인 나라에서 엄마와 수인이라는 걸 숨긴 채 살아가다 친구의 배신으로 들통나버려요. 당연한 수순으로 수인을 벌레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두들겨 맞고, 엄마와 자신을 편 들어줄 줄 알았던 아버지에겐 버림받고, 결국 노예로 팔려 가는 신세에 놓이게 되죠. 엄마는 노예로 팔려가던 중 노예상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객사하고 말아요. 이쯤 되면 히로인 미나리스는 이제까지 히로인계 통틀어 가장 불쌍하고 비운의 아이콘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복수의 칼날만 갈아가요.


이후 어찌할 수 없는 나날에서 주인공 카이토를 만난 그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해요. "너는 누구에게 복수하고 싶어?"라는 주인공의 말에 그녀는 자신이 품고 있던 복수의 불꽃을 다시금 지피기 시작하죠. 약속을 배신했던 친구,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버지, 자신들을 두들겨 팼던 마을 사람들, 그전에 엄마를 객사로 몬 노예상과 노예들부터 죽이자라며 서슬 퍼렇게 나대는 미나리스는 어딘가 망가진 모습을 보입니다. 그야 위의 상황을 겪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주인공의 권유를 받아들여 복수하는데 있어서 공범자가 되기로 한 미나리스, 믿었던 친구와 아버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서 받은 배신이라는 아픔은 엉뚱하게도 그녀를 주인공을 향한 얀데레로 각성 시키기 시작합니다.


1권은 굵게 이런 이야기만 들어가 있습니다. 배신과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안고 있죠. 세상 믿을 놈 하나 없는 곳에서 만난 동료,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때론 기대가며 복수를 꿈꿔가죠. 아직은 렙업이 선결과제라서 복수 다운 복수는 하지 않습니다. 이세계물이 다 그렇듯 스킬을 얻고, 그게 뭔지 성명하고, 굳이 화폐 가치까지 설명하고, 나아가 스킬창까지 켜두고 설명을 하는 친절을 베풀어 줍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몰입이 되지 않아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330페이지 중 절반가량이 스킬과 주무기인 심검(신검이 아님) 관련 설명이 들어가 있어요. 좀 잊을만하면 '여기서 설명하지' 같은 뉘앙스로 알고 싶지도 않은 걸 굳이 알려주곤 합니다.


맥이 빠진다는 건 이런 거다.라는 걸 몸소 보여준다고 할까요. 물론 전혀 없으면 어떻게 강한데? 같은 의문점이 생길 수 있긴한데, 굳이 겜판소 같이 스킬과 레벨 고찰을 심도 있게 할 필요가 있나 싶더군요. 처음에 몰아서 넣어 놓으면 중간부터라도 감정이입하며 읽을 수 있겠는데 중간중간 요소요소에서 나와요. 짜증을 넘어서 당황스러워요. 그리고 마왕 관련해서 회상하는 장면이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초장에 그럴 거 같은 복선을 띄우긴 했지만 중반 이후 갑자기 마왕은 좋은 여자였어, 그녀가 있었기에 잿빛 이세계에서 한줄기 햇빛과도 같았어, 그녀를 죽이다니 나 상처받았어요. 같은 무슨 정신병자 같은 회상을 하니 어리둥절하게만 합니다.


주인공은 후반부에 가면 거의 마왕 앓이가 돼요. 그녀가 있었기에 무차별 복수귀가 되지 않았니 같은, 아니 갑자기 접점을 보여주지도 않고 좋은 마왕이었고 사모하고 있었어요. 같은 회상 장면을 넣어놔도 말이죠. 2~3권에서 본격적으로 마왕에 대해 나오지 싶긴 한데 순서가 틀렸잖아요. 인간의 적은 인간이고 인간의 적이라 여겼던 마왕이 실은 인간의 친구였다는 가르침을 내포하려는지는 모르겠는데 서두는 잘라 버리고 본론부터 들어가 버리면 아! 그러세요?라고 해야 될까요? 그리고 히로인 미나리스도 그래요. 아니 주인공 만나기 직전까지 먹지도 못해 눈도 거의 안 보이고 다 죽어가던 여자가 포션 좀 마셨다고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호랑이 기운 뿜뿜은 좀 아니잖아요.


주인공이나 히로인 미나리스는 사람이 좋아 남을 의심하지 않았다가 사기당한 사람 분류랄까요. 분명 사기 친 놈이 나쁘긴 한데 사실 당하는 쪽도 조금은 의심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지 않나 싶은 게 복수물의 공통된 사항이죠. 뭐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픽션에서 이런 말해봐야 현실과 이상을 구분 못하는 바보라는 소리를 듣겠지만요. 작가나 편집부의 합작이니 왜 이렇게 흘러가게 만드느냐고 이들에게 트집을 잡는 게 옳겠죠. 결국은 이런 작품류는 순박한 주인공과 히로인을 밟아서 자신들이 유리하게 살고 싶어 하는 주변 벌레들을 타도하는 재미를 보여 주려는 것 그 이상은 아닐 것입니다.


맺으며, 주인공이 간신이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을 뿐 등장인물 대부분이 제정신이 아닌 게 흥미로워요. 특히 왕녀의 심각한 순혈주의는 비이상적이죠. 이것이 주인공을 옭아매는 주된 이유이긴한데, 히로인 미나리스는 친구와 아버지의 배신으로 정신이 망가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배출구로 얀데레가 되어 가는 모습은 섬뜩할 정도죠. 트라우마를 안고 있음에도 표출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주인공에게 모든 걸 쏟아붓고 있어서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서글프게 다가옵니다. 그 이외의 인물은... 워낙 스킬과 심검 설명에 치중하다 보니 다른 등장인물은 거의 묻히다시피하는데 왕녀와 도찐개찐 이랄까요. 

위 언급과 다르게 현실적으로 이 작품을 평가하자면, 좀 기대하고 읽었는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4점 내지는 후하게 줘도 5점 그 이상은 힘들어 보였습니다. 주인공이나 미나리스가 복수하려는 모습들은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요. 주인공은 절대적으로 강하고 적은 약하다 같은 진부한 클리셰라든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킬과 심검 설명이 너무 심해요. 얼마나 심하냐면 몰입도를 절대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하면 뜻이 전해지려나요. 그리고 개연성이 많이 부족해 보였는데요. 첫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죽이려는 왕녀와 정예 기사들이 너무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강하면 주인공을 소환할 필요 없이 늬들끼리 마왕을 무찔러도 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또한 다른 복수물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미래의 죄를 과거에서 벌하는 것은 문제 있어 보였습니다. 보다 극적으로 이끌기 위해 회복술사처럼 어느 정도 본색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복수를 단행하는 건 어떨까 싶었습니다. 왕녀가 골수 순혈주의자로 밝혀졌을 땐 다소 개연성에 부합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미나리스의 복수가 더 개연성이 많았죠. 그녀는 처음부터 배신 당하고 복수를 꿈꾸니까요. 주인공은 두 번째 생에서는 아직 배신을 당하지 않았죠. 왕녀는 그렇다 치더라도 비교적 죄가 덜한 다른 복수 대상자들은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 그런데 여신의 포지션은 뭘까 싶더군요. 주인공을 소환한 건 왕녀인데 어째서 여신이 개입해서 두 번째 생을 부여하고 스킬을 내주는 걸까... 여러모로 이 작품은 구멍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