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고블린 슬레이어 코믹 2권 감상
그냥 싫으면 왔던 길 되돌아가면 될 것을 괜히 고집 피웠다가 똥물 뒤집어쓰고 온갖 고초를 겪게 되는 엘프 궁수의 첫 출연입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다니면 여자로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되죠. 이미 여신관은 달관하였고요. 이번엔 엘프 궁수가 그 전철을 밟게 돼요. 만인 평등하게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고 남자라면 더 시켜 먹는,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고,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게 그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고블린은 오는 것도 막고 가는 것도 막아요. 그가 같은 동족보다 얼마나 고블린 사랑에 빠져 있냐면요. 엘프 궁수가 마신이 부활해서 세계가 위기이니 이참에 영웅놀이 좀 하자 했더니 돌아오는 건 그건 먹는 건가? 이러는 것에서 말 다했죠. 빠직, 이마에 핏대 세운 엘프 궁수는 이참에 고블린 사냥에 따라나서요.
그리고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는 동족을 보게 되죠. 그래서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은 알게 돼요. 그깟 고블린이라고 했던 그녀에게 있어서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무얼 보았을까. 누군가에겐 그까짓이라고 했던 몬스터에게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고통에서 해방 시켜주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미숙함을 알게 되었을까요. 고블린 슬레이어는 결코 배려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려란 강요가 아니라 타인이 가지 않는 길에서 비롯된다는걸,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알게 되죠. 여기서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세간의 고블린의 인식이 그래요. 초보 모험가라면 쉽게 물릴 칠 수 있고, 농민도 두어명이서 농기구로 쫓아낼 수 있는 허접쓰레기 같은 몬스터가 고블린이라는 종족이죠.
그래서 고블린의 퇴치 퀘스트는 언제나 외면을 받고 있어요.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이런 것입니다. 그 길을 가는 것이 고블린 슬레이어이고요. 분명 이런 일에도 생명을 건지고 구원받는 사람이 있음에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그래서 접수원 누님은 언제나 고블린 슬레이어를 눈으로 좇으며 그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제일 먼저 처리해주기도 하죠. 그로 인해 구원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에, 여기서 보다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본 게 여신관이 되겠고요. 여신관은 이번에도 여전히 쌀쌀맞기 그지없는 그에게서 이 길이 과연 자신에게 맞는지 갈등을 내비칩니다. 자신이 모시는 지모신의 교리인 생명존중에 반하는 그를 따라 이대로 계속 가야 될 것인가. 그걸 정하는 것은 자신...
맺으며, 분명 엘프 궁수의 에피소드인데 여신관이 많이 활약합니다. 죽을 둥 살 둥, 그와 함께 있으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죠.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기도 하고 때론 개똥밭에 뒹굴어야 되는 모순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여튼 은등급 몇 명이 붙어도 이길지 말지 의심스러운 오우거를 만나 네놈은 뭐냐?라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단연 압권인 에피소드였습니다. 분명 엘프 궁수 에피소드였는데 어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