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이세계 고문공주 1권 짧은 감상 -용두사미?-

현석장군 2018. 12. 10. 21:42

 

책에서 피 냄새나는 걸로 유명한 B.A.D. 아야사토 케이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정발전부터 많은 호응을 얻은 작품인데요. 전작인 B.A.D.에서 보여준 작가 특유의 다크 판타지는 기존 라이트 노벨과의 장르를 달리하고 있죠. 이 작가의 특징은 매번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되고 결코 좋은 엔딩을 맞이하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 '이세계 고문공주' 역시 그러한 노선을 타고 있어요. 선혈이 낭자하고 신체 절단술이 예사로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역겹다거나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것이 이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죠.


주인공 세나 카이토는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자기 의지나 신의 개입으로 보내지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소환이 되고 그는 소환자의 시종이 되어 이세계를 살아가게 돼요. 그 소환자는 '고문공주'로 낙인찍혀 살아가고 있는 '엘리자베트'이고요. 그녀는 자신의 영지의 영민들을 학살한 전력이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으로 마력을 얻는, 그렇게 해서 최강의 마법사가 된 '엘리자베트'는 교회에 붙잡혀 사형 당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녀는 죽기 전에 선행하라는 교회의 마지막 자비에 기대어 14계급 악마와 그 계약자들을 토벌 중이었습니다. 카이토는 그런 그녀의 시종이 되어 피가 낭자하는 사선에 몸을 던지게 되죠. 말이 던진다이지 B.A.D.의 남주 오다기리처럼 매번 구르는 게 그의 일입니다. 이 작가는 특징이 참 여러 가지인데요. 그중에 하나가 남주를 정말로 험하게 굴린다는 것이군요. 이런 거죠. 드래곤 볼에서 손오공이 프리저나 셀과 싸우는 에피소드에서 크리링의 역할 같은 거랄까요.


그럼에도 도망갈 수도 없고 불사의 몸이 되어 죽을 수도 없고 참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게 돼요. 전생에서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끝에 죽임을 당하고 이세계로 넘어와서도 벌레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 가요.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던가요. 기동 인형, 클락워크 플래닛의 류즈 같은 인형을 손에 넣은 뒤론 그나마 조금은 편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참 눈물겹습니다. 다만 전생 때 옆집 개 이름을 기동 인형에 붙여주는 네이밍 센스는 좀 아니긴 하지만요.


어쨌건 주인공 카이토는 고문공주 엘리자베트의 시종이 되어 그녀가 왜 고문공주로 불리고 있는지, 그녀는 사실 무지막지한 냉혈한이라지만 내면은 단순하고 소심하고 깨지기 쉬운 그릇이라는 걸 알아 가요.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악마, 그걸 인생의 일부라 여겨 받아들이고 궁극적으로 사형 당하는 것조차 인생의 클라이맥스라 여겨 받아들이고 순응해 가려는 그녀의 진짜 모습을 간파하고 그녀의 곁을 지키려 하는 모습을 애틋하게 그려가고 있죠. 하지만 구르는 게 일이다 보니 빛을 바랍니다.


일단은 전작인 B.A.D.의 분위기를 계승하고 있어서 전작을 유심히 보셨다면 이 작품도 몰입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기동 인형 '히나'가 등장하는 이후로는 이야기가 상당히 무미건조해져요. 그래서 부제목으로 용두사미라 적어 봤는데 중반까진 피가 낭자하고 다크 판타지의 세계를 여과 없이 보여주지만 중반 이후로는 핑크빛이 도는, 윗물은 뜨거운 반면에 아랫물은 차가운 물 같은 이질감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트가 왜 고문공주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풀이하는 구간에 접어들면 주인공 카이토 못지않은 그녀도 참 기구한 인생을 살아오고 있었구나를 알게 되면서 마음을 착잡하게 합니다. 그녀는 나약한 자신을 버리고 화려한 정미일 때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어요. 이것은 강하면서도 부드럽다 할 수 있어요. 그런 그녀의 이면엔 작은 바람에도 부러져버릴 거 같은 심약한 소녀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죠. 주인공 카이토는 그걸 보게 되면서 같이 걸어가고자 하고요.


맺으며, 글이 다소 두리뭉실 두서가 없군요. 요즘 피곤하기도 하고 슬럼프이다 보니쓰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군요. 리뷰를 일주일에 두 권은 반드시 쓰자고 다짐은 하고 있지만 이러다 일주일에 한 권 쓰는 것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건 B.A.D.를 흥미롭게 본 필자로써는 이 작품도 반갑긴 한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다크 판타지로 밀고 갈 거면 그대로 밀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히나라는 핑크빛을 가미함으로써 작중 분위기가 많이 죽습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