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7권 리뷰
암행어사 출두요~ 이 대사를 안 다면 아재 중 아재일 것입니다. 한때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사극이죠. 암행어사가 전국 팔도를 돌아 다니며 악행을 저지르는 판관오리(?)들을 잡아다 문책하고 다녔던걸 드라마화한 것인데요. 그걸 이 작품에 빗대어 본다면 수행이라는 목적으로 온 대륙을 제집 드나들듯이 싸돌아다니는 마일 일행이 딱 그런 짝입니다. 힘이 있다고 과시하지 않고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 그녀들은 법도에 어긋난 짓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을 찾아 일벌백계해버리죠. 요컨대 그런자들을 찾아서 정의의 심판을 내린다는 마법소녀물 같은 이야기랄까요.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중2병을 볼 수가 있어요. 드래곤 볼을 흉내 낸다던지 마법소녀를 흉내 낸다던지, 작가도 후기에서 중2병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도 했죠.
이번 이야기는 어떤 괴한들에게 납치된 자신들이 머무는 여인숙 간판 아이돌(마일 일행 한정)인 수인 파릴의 탈환과 마일이 이세계에 왜 전생하게 되었는지 하는 복선과 대놓고 암행어사 찍기입니다. 사실 마일 일행을 막을 자는 없어요. 주인공이 무적이다. 사실 이것만 놓고 보면 위기감 없이 주인공(혹은 일행 포함)이 무쌍을 찍는 이야기 따위 뭐가 재미있나 할 수준이죠. 하지만 이 작품 자체가 그렇게 고찰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일반적인 상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중2병을 언급했듯이 흥미 위주로 전개될 뿐이죠. 근데 반대로 말하자면 무쌍을 찍는 먼치킨 주인공이라도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팍팍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뭔 말이냐면 작고 귀여운 여자 아이들만 모인 파티가 상식에 어긋난 힘과 능력을 보여준다. 현실 같으면 잡혀서 해부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죠. 다른 출판사 작품이지만 '즉사 치트(제목 엄청 길어서 생략)'라는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 어릴 때 받았던 취급이 사실 꽤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어요. 세상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그런 걸 알고 있는 마일은 자신과 일행의 힘을 과시하지 않고 언제나 숨기기에 급급하죠. 사실 이런 몸사림은 가식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가련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 모습은 헐크라는, 좀 더 비꼬면 초보존에 노는 고렙 유저 같은 거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일과 그녀의 일행은 악의적으로 타인에게 다가가 본 모습을 숨기고 방심한 틈을 찔러 이익을 취하거나 즐거움을 찾는 변태가 아니라는 것에서 지탄은 할 수 없습니다. 그녀들이 악의적으로 다가가 타인을 해치는 경우는 상대가 도적이나 범죄자일 뿐임으로 딱히 이런 부분으로 뭐라할 건 없죠. 상대는 다 자업자득이니까요. 그런 이야기가 이 작품에 녹아 있습니다. 여튼 마일은 납치된 파릴을 되찾으면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세계의 멸망에 대해 알아가게 돼요. 사실 이미 그녀는 전생하면서 이세계는 신들조차 포기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이 작품에서 제일 커다란 복선이었군요.
그렇담 신들조차 포기하게 한 그 원인은 무언가. '안 가르쳐주지~' 만화적 비유로 표현하자면 미끄덩인 상황이 벌어져요. 어쨌건 그 원인 일부가 조금 밝혀지긴 하지만 이건 스포일러니까 패스, 일단은 그 멸망의 원인과 마일이 이세계로 전생이라는 인과관계가 조금식 밝혀진다고 할까요. 작가가 길게 끌고 갈 마음은 없는 듯, 필자 나름대로 유추해보자면 마일 보고 용사가 되어라.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파릴을 구출하고 암행어사로 넘어갑니다. 비밀 의뢰를 받고 도적 소탕전에 뛰어들죠. 모든 건 길드 평판 업그레이드를 위해, 도적들 상대하면 힘을 아낄 필요가 없는 그녀들이 질 요소는 없어요. 근데 이거 스포일러이려나?
그리고 수행을 위해 다시 길을 떠나는 마일 일행. 거기에 끼이고 싶지만 자신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어느 귀족 소녀의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하게 흐릅니다. 이 부분은 마일 일행의 미래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는데요. 자작가를 이어받은 마일, 백작가의 막내딸로 태어난 메비스는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 영지를 이어받거나 시집을 가야 되는 운명이죠. 나머지 두 명도 나름대로 미래가 정해져 있고, 그것을 알고 있기에 하루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매일을 기운차게 살아가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럴 일은 없지만 누구 하나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보다 더 우중충하게 변하는 작품을 찾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도 있었군요.
맺으며, 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버려서 맺음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군요. 7권을 끝으로 하차하려 했는데 8권이 또 흥미진진해져서 구매할까 말까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뭐 진도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느낌이고 주인공이 먼치킨이면서 같은 출판사 작품 여느 작품과 다르게 완급 조절을 잘하고 있기도 해서 더욱 고민이 된다고 할까요. 뭐 내키면 나도 모르게 구입하곤 하니까 정신 차리고 보면 구입해서 읽기 위해 넣어놓는 박스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장은? 변색과 습기 때문에 본 거 안 본거 나눠서 박스에 바로 밀봉 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