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코믹) 리뷰&감상

[스포주의] 도우미 여우 센코 씨 1권 리뷰

현석장군 2019. 2. 24. 13:23

 

이 작품을 접하고 딱 생각난 게 우리나라 민화에 나오는 우렁각시였군요. 땅을 일구고 살아가는 농촌 총각의 집에 들어가 밥을 해줬던 각시의 이야기, 하지만 우렁각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나 결말을 비추어볼 때 이 작품에 빗대기엔 무리가 있는 이야기인 것이 사실이죠. 아직은 1권이라서 만남과 인연을 그려가고 있을 뿐이고 주인공과 센코에 관련해서 조금식 복선을 투하하고는 있지만, 설마 남주가 새가 되거나 그러진 않을 것입니다. 문명, 아마도, 샐러리맨 '나카노'는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이 부분에서 우렁각시의 농촌 총각을 떠올리게 하죠.


땅을 일궈도 별다른 소득이 없고 그저 하루 연명하기 바쁜 나날을 보내는 농촌 사람과 일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굶어 죽을 수밖에 없고 그 일이라는 것도 몸을 혹사 하는 회사 생활이라는 것에서 주인공 '나카노'는 농촌 총각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농촌이나 도시나 하루 벌어먹기 살기 바쁜 나날에서 삶의 목적과 행복이 동떨어진 생활은 사람을 우중충해질 수밖에 없게 만들죠. 센코는 이런 우중충한 마음이 세상을 망친다는 결론에 따라 '나카노'를 찾아 우렁각시가 되기로 합니다. 남의 집에 멋대로 쳐들어가서 요리를 하고 퇴근하는 남자에게 '오서 오시게~' 무단 침입도 유분수지...


나카노의 우중충한 마음과 기분을 전환해주기 위해 센코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동물 귀와 동물 꼬리를 까진 여자애의 방문은 나카노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될까 아니면 범죄자로 낙인찍혀 교도소를 갈까. 집안일을 해주고 꼬리를 만지게 해주는 등 그의 응석을 받아주는 센코에게 떨어지는 이익은 무얼까. 800년이나 살아온 여우신으로서 하계의 인간을 돕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걸까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게 합니다. 떠도는 말로는 센코가 나카노 집에 온건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이번 1권에서도 그와 관련된 복선이 조금 나온 거 보면, 인연이라는 건 생각보다 질기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아무튼 동물 귀와 동물 꼬리를 자긴 여자애를 히로인으로한 작품은 잘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죠. 대부분이 남자를 메인으로 한 히로인 역으로 나올 뿐, 그래서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도 꽤 큽니다.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실제로 작중에는 나카노가 센코의 꼬리 홀릭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모습도 보이죠. 귀를 만질 땐 세상 다 얻은 모습이고요. 센코는 그럴 때마다 움찔움찔, 개나 고양이도 주인이 그렇게 만진다면 말은 못해도 센코와 똑같은 감정을 느낄까 하는 소소한 생각도 가지게 합니다. 물론 센코를 반려동물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요.


어쨌거나 그런 이야기입니다. 나카노의 집에 들어앉아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고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밥을 짓고, 어떻게 보면 현모양처의 모습이라서 지금의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에겐 불편하게 보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죠. 아무튼 이야기를 돌려서 필자가 궁금해지는 건 과연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입니다. 센코의 경우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이 가진 유한이라는 시간을 알고 있으니 나카노와 이별하게 된다고 해도 그렇게 감정적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나카노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요. 과연 정상적인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옆집 학생과?


맺으며, 리뷰를 쓰다 보면질문받는 게 재미있나인데요. 웬만해서는 재미있나 하는 질문엔 답변하지 않습니다. 느끼는 감정이라는 게 사람마다 틀리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10점 만점에 7점 정도를 주겠습니다. 동물 귀와 꼬리라는 주제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7점 대부분을 할애했군요. 사실 사회를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기다려 주는 집, 누군가가 맞이해준다는 건 참으로 근사하고 가슴 먹먹해지는 것이지만 실상은 이것도 오래되다 보면 평범해지는 것이기에... 그래서 이 작품의 미래가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후반에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