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재림용사의 복수담 4권 리뷰 -복수자가 나아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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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등 위키백과엔 이 작품에 대한 카테고리가 없어서 저 분홍머리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겠군요. 다짜고짜 애니메이션 한 장면처럼 길모퉁이에서 주인공과 박치기 후 '나는 재앙을 불러오는 존재'라며 으름장을 놓아요. 그러곤 성도(도시)를 지금 당장 떠나라고 하는데요. 느닷없는 지금의 만남이 우연이라고 치기엔 뭔가 석연찮고 노린 거 같은데 4권에서는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군요. 다만 후반부에서 또 다른 복수자를 자처하는데 성격이 엘피와 판박이인 걸 보면 다른 시공에서 온 주인공과 엘피의 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가설을 내리냐면 주인공도 첫 번째 생에서 죽고 30년 뒤에 원래의 모습 그대로 다시 나타났거든요.
아무튼 디오니스인지 디오스 냉장고인지를 상대로 주인공은 각성을 이룬 끝에 복수를 끝내긴 했지만 류자스의 난입으로 죽을 동 살 둥 도망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지금은 실력이 안 되어 류자스를 죽일 수 없는지라 다른 복수자를 찾아 성도(교회 도시)에 왔습니다. 여기에 복수 대상자 3명이 있었고 이들을 어떻게 죽일까 연구를 해 가죠. 그런데 그중 두 명이 회개하여 고아원을 열어 고아들을 극진히 보살피고 있었고 세간의 평판도 대단히 좋아서 주인공으로써는 난감한 상황에 몰려 가요. 자, 여기서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과거를 반성하고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까지 죽일 정도로 너는 썩었느냐 하는...
하지만 주인공은 첫 번째 생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까먹고 있지 않았습니다. 1권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세상은 순진한 사람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걸, 똑같이 두 번이나 당하면 이건 주인공 자격이 없는 것이겠죠. 그래도 일말의 기대는 있었지만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걸 주인공은 또다시 알아버려요. 회개하여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던 두 명의 연금술사에 의해 고아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미사카 시스터즈'발동 계획, 그리고 성도를 지키는 성당기사단과의 유착 관계 등 이 세계는 선한 사람들을 가시밭길로 인도하는 그런 추악한 세계라는 것마냥 고아들을 희생 시켜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아포칼립스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어마금 히로인 체세포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미사카 동생'들이 이 작품에 등장한다면 그에 해당될 주인공 '이오리'의 클론 두 개체, '아마츠'와 '오르가'는 주인공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게 되죠. 고아들을 지키려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도와 달라는 외침을 외면하지 않은 채 힘도 없으면서 악에 맞서가는 진정한 용사 아마츠, 그런 용사를 반푼이 취급에 힘이 곧 정의라는 것마냥 약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자칫 주인공 이오리가 복수에 먹힌다면 이러지 않을까 하는 표본으로 자란 '오르가'를 대척점으로 내세워 주인공 이오리에게 무엇이 옳은지를 보라고 합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것이 아닌 처음에 다짐했던 마음을 잊지 말자는 가르침이 있지 않을까 했군요.
성도에서의 마지막 세 번째 복수 대상자는 그야말로 쓰레기의 표본으로 등장합니다. 세상은 날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주인공이 마음 놓고 걱정 없이 죽일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의 등장은 자칫 복수라는 진행될수록 무미건조해지는 이야기에 스파이스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나설 자리는 없군요. 쓰레기를 상대로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가 이렇게 활약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처절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이것 또한 주인공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힘이 없다 하여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 선량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사라는 것을...
이번엔 주인공 이오리가 나설 자리는 그리 많지가 않았군요. 용사를 버리고 복수자가 되어 사도의 길을 갈려는 주인공에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적이 아님을, 진정한 용사란 무엇인지 엑스트라를 통해서 배우라는 것마냥 주인공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용사의 마음가짐을 버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날 죽인 놈들은 용서 못하는 곧은 성격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거기에 선량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 구할 수 있으면 구한다는 신념, 사실 낯간지러운 이야기이긴 한데 소년+영웅물에서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맺으며, 엘피와 주거니 받거니 장난치는 장면에서는 어딘가 흐뭇함이 묻어납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주인공 보고 머리를 말려 달라거나 그걸 거부하지 않고 말려주는 주인공 하며, 잘난 척 거드름 피우는 엘피의 머리카락을 태워버린다거나, 먹보처럼 항상 먹을 것을 들고 다니는 엘피를 바라보며 식겁하면서도 어울려주는 센스, 같은 방을 써도 덮치지 않는 재미없는 일상생활에 약간은 심술도 부려봅니다. 하지만 그걸 비웃듯 복수 대상자들이 벌이는 추악한 짓거리들은 이 작품의 장르가 무엇인지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걸 단죄하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재주가 있다는 걸 느끼기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