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미답소환:// 블러드 사인 2권 리뷰 -1권 증쇄 안 하고 2권 발매라니-

현석장군 2019. 4. 4. 21:55

이 작품의 설정에 관한 건 1권 리뷰 https://blog.naver.com/ssi29/220607395684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쓸려니 귀찮네요. 1권이 나오고 무려 3년 만에 2권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1권 증쇄는 없고요(다 절판). 누가 NT노벨 아니랄까 봐. 아무튼 어마금으로 유명한 카마치 카즈마의 또 다른 작품인데요. 내용적으로 보면 여느 라노벨과 비슷한 중2병이라는 가방을 둘러매고 설정엔 어딘가 구멍이 보이지만 필력으로 그걸 막아버리는 작가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하지만 능력을 너무 구사하여 독해력을 엄청 끌어올려버리는 바람에 초반에 나가떨어지는 단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1권에 이어 2권도 키워드는 '언니'가 되겠습니다. 동생을 위해서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언니의 눈물겨운 행동은 눈물샘을 자극하는데요. 1권에서 렌게와 히간의 자매가 그랬던 것처럼, 2권에서는 수년 전 살해당한 언니의 유령이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에 어그러짐이 발생한 '도서 위원(끝까지 본명 안 나옴)'이 언니라는 유령이 보내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그것으로 인해 언니가 얼마나 자신을 아끼는지 새삼 깨달아가는 휴먼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언니라는 유령이 자신의 삶을 방해하기 위해 나타나는 줄만 알았어요. 그래서 주인공 '쿄우스케'에게 성불 의뢰를 하죠. 하지만 그것이 세계를 지킨다는 인류 멸망급 사건으로 발전할 줄이야 지금은 알았겠습니까.

 

뭐, 아무튼 머리가 아프네요. 뭘 어떻게 리뷰를 써야 될지 감이 안 잡힙니다. 350페이지라는 라노벨치곤 약간 많은 페이지 수를 자랑하지만 그 안에 함축된 내용은 이보다 많은 분량을 자랑하거든요. 거기에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색깔이 극명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 허투루 쓸 수가 없어요. 또한 처음부터 결말이라는 스포일러를 안고 가기에 이보다 리뷰 쓰기 부적합한 작품도 없다고 자부하는군요. 당장에 표지모델인 학생회장(앞쪽 캐릭터)만 봐도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입니다. 그녀는 핵심까지는 아니지만 이야기의 실마리를 쥐고 있어서 그녀를 언급하면 자연스레 스포일러도 같이 까발려지는 부조리가 있어요.

 

그럼에도 약간 스포일러 하자면, 학생회장과 도서 위원의 관계를 들 수가 있는데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소환사와 빙의자가 주축이 됩니다. 소환사는 다른 세계에서 피조물을 불러내 빙의자 몸에 부착해서 적대자와 싸워요. 여기서 특이한 게 저렇게 글래머(이 단어도 이젠 성차별이려나)인 학생회장이 당연 진히로인이라 생각하겠죠. 그리고 소환사 주인공의 빙의자 되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가는 전형적인 이야기일 거라는 추측. 하지만 그렇게 생긴 히로인에게 속지 말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합니다.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라는 듯 어딘가 음침하고 음흉할 거 같은 도서 위원이 이야기 진행에 주축이 되어 히로인일 거 같은 여자를 밀어내 버리는 특징이 있어요.

 

그렇게 주인공과 도서 위원은 소환자와 빙의자라는 페어가 되어 세계를 자기 멋대로 주무르려는 악당과 맞서 가죠. 그 과정에서 수년 전에 죽었던 언니의 유령이 왜 지금 자기 앞에 나타났는지 조금식 알아가는 도서 위원의 마음의 변화가 참 애달프기 짝이 없어요. 거기에 자신은 이미 죽어 버렸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생을 시기하지 않고 진정한 축복을 내려 주려는 언니의 마음도 참 애달프게 합니다. 그 마음이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고 세계보다 개인을 선택하는 주인공의 갈등도 심도 있게 잘 표현 해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타인의 행복엔 발 벗고 나서면서 정작 자신의 행복은 등한시하는 주인공은 누가 구원해줄 것인가 하는 난제도 나타기도 하죠.

 

난제? 해답이 있기야 있어요. 그게 진성 얀데레 '하얀 여왕(1권 표지 모델)'이라는 것에서 주인공에겐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상황이라는 것이지만요. 이번에도 등장하여 주인공을 아주 못살게 구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의 인과를 비틀어버릴 정도로 일을 크게 벌이면서 주인공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맙니다. 무언가를 해결해줘도 보답받지 못하는 인생, 과거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이리도 착 달라붙어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이기도 하였군요. 참고로 하얀 여왕은 소한되는 피조물입니다. 피조물중 최상위 미답급으로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 세계가 멸망할 수 있는, 이 작품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죠.

 

맺으며, 괜히 미사카 시스터즈를 만들어낸 작가 아니랄까 봐 언니와 동생이라는 유대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1권에서 렌게와 히간의 자매의 유대가 도서 위원과 죽은 언니에게로 이어지는 것에서, 다른 내용을 다 떠나서 이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군요.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밖에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리얼충 폭발해라 일색인 초반 스토리는 좀 오글거려서 읽기 거북한 점도 있기도 하였군요. 하지만 그게 다 세계의 평화와 이어지는 사전 포석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고 나서 짜증은 좀 수그러들었긴 합니다.

아무튼 누가 어마금 작가 아니랄까 봐 히로인들은 참 많이 나오는데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정말 이보다 처절한 작품도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이 점(히로인)은 어마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작품에서는 잊혀진다는 소환자 특성에서 오는 부조리이지만요. 그럼에도 달릴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운명은 참 안타깝게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대해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5점 정도 주겠습니다. 초반 리얼충 폭발해라에서 점수가 깎였고, 설정에서 말로 때우는 부분이 많아 점수가 많이 깎였습니다. 독해력 요구하는 부분은 이런 점을 커버하기 위해 그렇게 한 건지 아님 필자의 머리가 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독자의 머리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