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리뷰

[스포주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3권 리뷰 -형태를 찾아가는 각자의 길-

현석장군 2019. 5. 2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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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좀 깁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홀로서기 최종장입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의 무관심 속에 언니의 등을 바라보며 커왔고, 커서는 하치만의 등으로 갈아탄 이후에도 겉으론 도도한 척, 껍질 안쪽은 언제나 급류에 떠내려가는 나뭇가지처럼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삶만을 살아왔던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를 쫓아가고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에서 벗어나 자기 발로 홀로서기 하고자 합니다. 그녀가 바라는 이상향은 그렇게 홀로서기에 성공한 자신을 하치만과 유이가 바라봐 주면 그것으로 족한, 이 시점(명확하게는 12권부터인 듯)에서 유키노는 둘과의 관계를 청산하고자 마음을 먹은 게 아닐까 했군요.

 

공동의존에서 언급되는 심약한 마음을 떠나 유키노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말하지 않는 아픔'이랄까요. 놀이공원에서 하치만과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지 못하는 아픔, 홀로서기 과정에서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자신을 도와주러 온 하치만을 바라보며 들뜨고 기쁜 표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픔,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아 버렸음에도 유이도 같은 생각일 거라는 마음에 결코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 내놓지 않는 아픔. 프롬(1)을 준비하면서 유이가 하치만을 돕는다고 알아 버렸을 때 유키노는 자신의 마음을 더욱 굳히지 않았을까. 정말 이런 타입의 히로인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죠.

 

저들과 같이 있으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또 의존해버릴 테니까. 유키노는 그래서 '승부에서 이기면 이긴 쪽이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리라. 유키노의 홀로서기에 맞서 자신도 프롬을 개최하겠다고 나서는 하치만, 또다시 그만의 리그가 시작됩니다. 그의 도움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는 무사히 프롬을 개최할 수 있을까. 여기서 승리한다면 분명 그녀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성격에서 벗어나 격류를 거슬러 올라간 연어가 무사히 산란지에 안착하는 것처럼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을 극복하고 무사히 창공을 날아오를 것이라고. 하지만 그럴 때 바라봐 주는 이는 있어도 곁에 아무도 없다면?

 

 

그리고 여기 공동의존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또 한 사람. 유이가하마 유이, 그녀는 차에 치일뻔한 애완견을 구해준 것에 빌미 삼아 그(하치만)에게 접근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작중에서는 부정한 거 같긴 합니다만. 이것은 궁중 속의 고독이었던 그녀가 외톨이인 하치만과 친해지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있었고(필자의 유추), 마침 봉사부를 찾았던 그녀가 거기에 있던 하치만과 조우했던 것이 그녀로써는 행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근데 얘(하치만)가 은근히 의지(의존) 해오니 문제였던 것입니다. 의지(의존)라고 해봐야 의견을 듣거나 선택지에서 도움을 받는 정도였지만 그게 참 기뻤다는 게 유이의 속마음.

 

마치 포용하는 어머니처럼 포근한 인상을 풍겨주니 하치만(얘도 은근히 집에서 따 당하는 일 많았음)은 기대지 않을 수 없었죠. 마치 유키노가 부모의 정을 하치만에게서 찾듯이요. 근데 유이는 그걸 이성으로서 호감으로 승격해버리니, 이야기는 상당히 시리어스하게 흘러갑니다. 청춘 드라마에서 무슨 시리어스라고 하실 텐데, 유이는 봉사부가 이대로 유지되는 걸 원하죠. 그럼에도 하치만을 유키노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interlude에서 자신은 나쁜 아이라고 독백하기도 하죠. 참고로 빼앗긴다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이번에 프롬 관련으로 대화중이던 유키노와 하치만의 사이에 느닷없이 난입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군요.

 

셋이서 같이 있다가 난입이 아닌, 분명 온다 간다는 내레이션도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프롬 관련으로 하치만을 도우기로 했다며 둘의 사이를 갈라놓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건데요. 이 장면은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치만과 유키노의 분위기는 꽤 좋았어요. 하치만이 늘 먹던 커피를 어쩐 일인지 유키노가 자판기에서 구입해서 품속에 보관한다던지. 그런 일이 있은 직후 유이의 난입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럼에도 다시 일하러 가는 유키노의 등을 감싸 안으며 '앞으로도 같이 지내자'라고 하는 유이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필자는 소름이군요.

 

유키노가 감추는 아픔이라면 유이는 들어내는 아픔이라고 할 수 있군요. 12권 때 유키노가 감춰놓은 사진을 찾아낸 이후, 하치만을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모습은 더욱 구구절절해지는데요. 그 엄격한 하루노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온몸이 아프다고 할 정도니까요. 분명 유키노도 같은 마음일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전진은 멈출 생각이 없죠. 그럼에도 '셋이서 앞으로도 같이 지내자.'라고 하는 그녀. 요컨대 그녀는 하치만과 이어지고 유키노와는 친구로 지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어떻게 보면 정말 매우 나쁜 애(순화하는 단어 찾느라 고생)라 할 수 있죠. 물론 그것이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마음 아파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그렇담 논란의 당사자인 하치만은? 14권에서 보자?

 

맺으며, 소원이란 무엇인가. 각자가 바라는 영원, 갑자기 '그대가 바라는 영원'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버렸습니다. 청춘 드라마의 한 획을 그어버린 작품이죠. 보면서 얼마나 울었던지(농담 아님). 아무튼 한쪽은 알을 깨는 아픔을 딛고 창공을 날아오르려는 새가 되고자 하고, 한쪽은 날지 않아도 되니 같이 지내자고 하면서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듯 하치만의 소매를 붙잡는 유이의 모습에서 가증을 느끼기도 했군요. 그래서 후반부에 언급되는 각자(유키노와 유이)의 소원은 무엇인가는 이미 답은 나와 버렸다 할 수 있습니다. 필자도 리뷰에서 언급하기도 했고, 다만 이런 작품은 독자의 유추를 배신하기도 하니까 일단 14권이 나와봐야 알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1. 1, 미국 고등학교, 대학에서 매년 개최하는 학생들에겐 매우 중요한 사교파티, 자세한건 검색 해보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