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용사님의 스승님 2권 리뷰 -용사가 나아가야할 길-
이 작품의 히로인도 다나카(1)의 히로인 에스텔처럼 서방님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1권은 마왕을 무찌르고 아직 경황이 없어서 서방님이 처한 현실을 아직 잘 몰랐다고 치지만 2권에서 부조리(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서방님을 보고도 어찌할 수 없는 히로인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답답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아니 어찌할 수 없는이 아니라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맞겠죠. 스승이라고 떠벌리고 사랑해 마지않는 서방님을 위한다면 용사라는 권력으로 그를 괴롭히는 귀족들을 찍어 눌러 그를 하대하지 않도록 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전에 그렇게 하면 윈이 싫어했을 거라는 독백인가 있긴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공작(귀족 계급, 왕족)인 아버지에게 부탁하여 그의 가치를 알리고 그에게 작위를 내리게 하고 수석 교사로서 곁에 두게 했더라면? 이것마저 하지 않는 그녀의 저의는 대체 무얼까. 그러면 적어도 남들이 대놓고 이지메를 하지 않았을 텐데, 그 증거로 윈이 용사의 스승이라고 알아버린 기사들은 그를 존경하기도 하고 최소한 위해를 가하려 하지 않고 있죠. 하지만 아직 많은 귀족과 기사들은 윈이 용사의 스승이라는 걸 몰라요. 그래서 여전히 평민 주제에라며 윈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중이죠. 이번에 국경지대에 출몰한 이웃나라 적군과 도적떼를 소탕하러 윈은 출정하는 기사들에 섞여 선발대로 가게 되는데요. 윈은 그 선발대 안에서도 정기사들에게 놀림과 시비를 받게 되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레티가 나서서 그가 처한 이 상황을 타개해주었다면 윈의 마음은 어땠을까. 고마워할까? 분명 윈은 좌절하고 레티를 멀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윈은 그런 캐릭터이거든요. 그 예로 결국 출정하는 그의 뒤를 따라와 전선에 서게 된 그녀에게 윈은 이런 말을 합니다. 용사의 힘이 인간에게 들이밀어진다면 너는 마왕이 될 것이라고, 그것이 악에 맞서는 정의라고 해도 언젠가 그 힘이 자신들(인간)에게도 들이밀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면. 자, 여기가 그녀의 분기점입니다.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면서 마음 아파할 것이냐. 세상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그의 곁에 있을 것이냐.
그녀(레티)의 아버지는 윈을 어디서 굴러먹던 뼈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그의 가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할 수 있죠. 그의 힘을 이용하면 집에서 겉돌고 있는 딸내미(레티)의 고삐를 잡을 수 있음에도, 도구라고 밖에 여기지 않는 딸을 이용해 권력을 보다 더 튼튼하게 할 수 있었음에도, 이것은 다른 귀족들이나 기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하죠. 하지만 모든 귀족들이 다 그런 건 아니라는 듯 그를 용사의 약점으로 이용하려는 귀족도 출연합니다. 선발대에서 윈이 속한 소대의 소대장을 맡고 있는 대머리 귀족은 윈을 이용해 용사로 하여금 전선에 서게 하려 꿍꿍이를 펼치죠. 서방님이 곤란을 겪고 있는데 여친인 네가 당연히 도와야 되는 게 아닐까?
황제에게조차 고개를 숙이지 않는 용사라는 권력을 이용한다면 분명 윈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윈은 영원히 성장하지 못할 것이고, 기사가 된다는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었을 겁니다. 왜?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성취한 게 아니니까. 아직 미숙한 용사 레티가 선택한 길은, 자신이 나설수록 윈의 입지는 더욱 줄어든다는 걸 모른 채 출정하는 그를 따라가겠다고 하는 그녀. 그리고 전장에서 만난 그가 내민 현실은 그녀를 한 단계 성장시켜 갑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해야 될게 무엇인지 비로소 알아 가죠. 그와 나란히 어깨를 같이 하려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조금식 알아 가면서 성장이라는 이야기는 지금부터라고 역설하기 시작합니다.
전란의 기운이 퍼집니다. 이미 나라는 썩을 대로 썩어서 망조가든지 오래고, 그걸 바로잡겠다고 분연히 일어난 선량한 기사들의 쿠데타가 무위로 돌아간 지금, 나라는 더욱 망조에 빠져 들어가요. 쿠데타에 편승해 정적을 없애고 왕녀를 이용해 왕좌를 탈취하려 했던 어느 귀족 아들내미(앞으로 흑막)에 의해 세상은 혼란에 빠져만 갑니다. 윈과 레티는 그 중심에 서게 되겠죠. 인간과의 전쟁에 용사를 이용하려는 귀족들과 용사(레티)로써 전장에 서지 않길 바라는 윈, 그의 곁에 있고 싶은 레티, 윈이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용사에 의해 세상이 멸망한다는 걸 모르는 무지몽매한 인간 군상들, 이야기는 점점 흥미롭게 흘러갑니다.
맺으며, 흥미롭게 흘러간다고는 했지만 카타르시스가 없어서 조금은 무료했군요. 다나카의 에스텔처럼 레티도 분탕질을 했더라면 조금은 후련했을 텐데, 하지만 하지 않는 게 정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뭐 자신이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레티에 의해 조금식 반격의 실마리를 잡아가는 것에서 향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에는 이가 아닌 뺀치로 이를 뽑아 버리면 참으로 시원하겠는데 말입니다. 리뷰가 두리뭉실해졌는데 3줄 요약식으로 요점을 써보자면 윈은 여전히 이지메를 당하고 있고, 레티는 그런 그를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윈의 목을 죄는 것뿐이라는 것, 그리고 둘은 전란의 소용돌이 휘말리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것. 재미? 흥미는 좀 있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카타르시스가 없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 1, 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