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몬스터의 주인님 3권 리뷰 -같은 이세계물이라도 차별을 두려는 걸까-
법과 질서가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 제3탄입니다. 아직 사회라는 개념의 이해가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1천 명이나 이세계로 전이되었습니다. 그래도 문명인답게 어떻게든 질서를 잡고 살아가려 했지만 힘의 논리에 입각해 카스트가 정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까요. 카스트는 곧 힘의 질서가 되며, 제일 아래는 인간 취급을 못 받는 건 당연한 것이라는 양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곳. 그러던 어느 날 힘이 있는 자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봉다리 핫바지로 지내던 어중간한 놈들에 의해 쿠데타가 이어지고 질서는 붕괴해버립니다. 카스트 제일 아래에 있던 주인공 '마지마 타카히로'는 그렇게 죽을 운명이었죠. 가만히 있는 놈을 두들겨 패는 것도 모자라 죽이려 하니 여기가 지옥이요 기절했다 눈을 뜨니 슬라임이 나를 잡아먹고 있네.
아라크네 '거베라'와의 사투는 주인공 타카히로와 릴리 그리고 목각인형 로즈를 사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날 산장에서 모든 걸 잃고 허무만이 남아 살아도 산 게 아니었던 '카토 마나'의 개입으로 어떻게든 사태는 진정이 되었군요. 그리고 거베라는 그녀(카토)의 사실적인 묘사 한방에 나가떨어지고 실의에 빠진 채(필자의 각색이 조금 들었음) 세 번째인지 네 번째인지 주인공의 권속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하이 몬스터라는 든든한 아군을 맞이한 타카히로 일행은 다시 인간들 군대가 보였다는 북쪽으로 여정을 시작하는데요. 거베라와 더불어 여우 몬스터와 씨앗 몬스터도 권속으로 들이는 등 조금식이지만 전력을 늘여가게 되죠. 그리고 인간과 엘프로 이뤄진 기사단에 콜로니 붕괴 때 간신히 살아남은 학생들과 만나고, 그들과 합류해 이세계인들의 요새로 향하는데요.
여기서부터 환장 파티가 시작됩니다. 콜로니 붕괴 때 어중이떠중이만 살아남았고, 그럴 그릇도 되지 않는 학생들을 용사라 부추겨 마물을 같이 퇴치하자는 이세계 사람들, 이에 학생들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동조하기 시작하고요. 콜로니에서 서로 죽이는 아포칼립스를 연출했던 이들이, 그릇도 되지 않는 주제에 좋다고 떠드는 모습에 기가 차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주인공은 그런 놈들에게 몰매 맞고 죽을뻔하였죠. 주인공 타카히로는 용사가 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인간 불신에 빠져 권속들과 조용히 살아가기만 바랄 뿐이죠. 일단 이세계와 여타 정보를 얻기 위해 요새에 머물지만, 처음부터 그랬는데 나중이라고 달라질까, 어린 엘프 소녀를 겁탈하려는 학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점차 요새의 공기는 불온하게 퍼져 갑니다.
모든 인간들은 믿을 수 없다는 신념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기로 했던 주인공 타카히로, 아라크네 '거베라'와의 일전에서 절체절명의 순간 거베라의 앞을 가로막으며 싸움의 향방을 갈랐던 '카토 마나'의 존재로 인해 주인공이 안고 있었던 신념이 조금식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믿을 수 없다는 것에서 믿어볼까?로 조금은 마음을 열었지만, 마치 유일 신(神)을 믿는 중세 시대 종교처럼 마물은 인간의 적이라는 믿어 의심치 않는 이세계인들에게 주인공은 그들의 적이나 다름없었어요. 왜냐, 마물을 권속으로 부리고 있으니까요. 정령을 부리고 있는 엘프들조차 마물 편이라며 반역자라고 몰아붙이는 현실에서 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었죠. 이렇게 극단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이세계인들도 무턱대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마냥 마물과의 전투는 날로 격화일로였는데요.
그렇다면 주인공에게 남은 길은 무얼까. 그는 카토 덕분에 인간 불신에서 조금 벗어나기 시작했죠. 콜로니 붕괴 때 살아남은 친구를 만나면서 주인공은 인간들과 조금식 더 어울려갑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권속인 릴리는 주인을 바라보며 어떤 마음을 품을까. 언젠가 우리와 헤어지고 인간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릴리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그에게 전합니다. 인간들과 떨어져 모든 게 부족한 숲속에서 우리와 생활할 것인가, 다는 못 믿겠지만 그래도 주인공을 위하는 사람이 있는 한 인간세계도 나쁘지 않으니 이대로 인간들 세상으로 나갈 것인가. 여기서 주인공을 위하는 릴리의 내면을 비추는 장면들은 가히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무직전생'이라는 작품도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충실히 비추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지 않을까 싶군요. 필자가 말주변이 없어서 표현할 길이 없는데 애달픈 게 이런 건가 싶더라고요.
그리고 또 한 명, 진히로인(필자 주관적) '카토 마나'가 있습니다. 콜로니가 붕괴되고 어떻게 빠져나와 산장에 몸을 숨겼지만 뒤따라온 남학생들에게 몹쓸 짓을 당해야만 했죠. 사설이지만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들의 심리를 카토를 통해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할 수 있어요(비하 아닙니다.). 사람들 특히 남자들을 봤다 하면 실신해버릴 정도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절망에 먹혀 마음을 닫아버린 그녀, 오직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에게만 마음을 열었지만 그것도 곧 끝이라는 그녀, 카토는 목각인형 마물 '로즈'와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거베라와의 싸움에서 둘은 마음을 열었죠. 로즈가 주인인 타카히로를 바라보는 마음을 알아버린 카토는 진심으로 그녀(로즈)를 응원합니다. 하지만 로즈를 응원하면서 정작 자신의 행복은 잡지 않는 카토, 모든 걸 불태워 버리고 만지면 바스러질 거 같은 그녀의 내면들을 비추는 대목에선 정말 먹먹해지는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였군요.
세 가지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무지몽매하고, 자기만 알고,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학생들을 용사로 부추겨 마물과 싸우게 하려는 이세계인들, 주인공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릴리의 애틋한 마음, 그리고 카토 마나와 로즈의 애잔한 관계, 특히 세 번째 카토 마나와 로즈의 에피소드는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구간입니다. 카토 마나의 내면과 심리를 정말 리얼리티 있게 표현해놨어요. 그날 산장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마음이 망가지다 못해 그대로 사라져버릴 거 같은 심리 묘사는 릴리 에피소드와 더불어 혀를 내두르게 하죠. 오직 자신을 구원해준 단 한 사람 주인공을 향한 연심만으로 움직이고 그것이 없어졌을 때 그녀에게 있어서 남는 건 무엇일까 하는 철학적인 물음은 라노벨에서 다룰만한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였군요.
맺으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주변을 깎아깎아내리고 주인공을 치켜세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온통 나쁜 놈들 일색인 세상에서 상처받은 주인공이 마음의 문을 닫고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히로인과 만나고 자기를 따라주는 사람(여기선 권속)들과 맺어지는 것, 흔한 클리셰라 할 수 있지만 작가는 필력으로 모든 걸 말해줍니다. 필자의 저주스러운 필력이 이럴 때 통탄스러운데, 릴리와 카토와 로즈가 보여주는 심리와 내면은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몰입도가 상당했습니다. 사실 몬스터와 인간이 맺어지는 건 어떻게 보면 혐오스러운 점도 있는데요. 하지만 작가는 인종차별은 좋지 않다는 것마냥 인간의 마음으로 접근해서 그들도 알고 보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역설하는 게 아닐까 했군요. 점수를 주자면 일단 3권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