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프란과 주인공은 신급 대장장이의 부탁인지 의뢰인지 뭔지를 받아 마법 학원에서 선생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쪼그마한 애가 선생 한다고 뭔가 깔보는 학생들에 의해 트러블 일어날까 했습니다만, 이미 프란의 소문(진화)이 널리 퍼져 있는 상태라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바보는 없군요. 오늘은 학생들을 대리고 야외학습에 나섭니다. 웬일인지 학원장인 '위날렌(엘프)'도 동석했습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인물이 둘 붙습니다. 프란에게 있어서 거의 친할머니나 다름없었던 '키아라'를 사망에 이르게 했던 '제로스리드'와 프란이 속한 흑묘족의 조상 '뮤렐리아'가 그토록 아끼고 보호하고자 했던 '로미오'라는 소년이 어째서인지 학원장 위날렌에게 구속되어 있었습니다. 뮤렐리아는 그 옛날 신(神)의 노여움을 사 흑묘족들의 진화를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 장본인이죠. '로미오'는 그 뮤렐리아가 사랑했던 남자의 자식(해당 에피소드 본지 오래되어 가물가물)으로, 현재의 로미오는 그 남자의 후손격(아마도)입니다.

이 둘이 어째서 학원장의 손에 들어가 있는가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 됩니다. 프란의 입장에서는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제로스리드를 처치하고 싶지만 학원장의 방해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아마 십여 권 전이지 싶은데, 그때 프란과 주인공이 사생결단을 내며 싸웠던 '제라이세'가 다시 등장하여 2차전을 치르려 합니다. 시작부터 이야기가 농밀하게 전개되는데, 초반부 시작은 야외 학습 장소로 정했던 커다란 호수의 이상 현상입니다. 호수를 지키는 가디언들에게 이변이 일어나 지나가는 상단을 공격하며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었죠. 프란과 주인공은 호수를 조사하면서 무언가가 호수에 봉인되어 있다는 걸 알아 가게 되고, 학원장이 왜 야외학습에 따라왔는지, 제로스리드와 로미오를 왜 구속하고 있었는지 조금씩 밝혀지죠. 이야기가 방대해서 어느 부분을 차출해 리뷰에 언급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그 옛날 대륙을 궤멸 시킬 뻔했던 대마수가 호수에 봉인되어 있고, 학원장 위날렌은 로미오를 재물로 삼아 무언갈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15권 진행 방식은 롤플레잉 게임처럼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마을과 주변을 탐색, 조사하는 형식으로 해서 궁극적으로 보스급 마물과 싸운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마수를 "봉인" 하기 위해 인신공양 같은 헌신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그 인신공양된 이를 잊지 못해 수많은 세월을 슬픔 속에서 살아온 어느 인물을 그립니다. 그 인물은 위날렌이죠. 그리고 이제 그만 그 슬픔에서 해방 시켜주고 싶은 이가 있습니다. 만나지 못하더라도 저 호수 아래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아 가려는 위날렌과 그 슬픔에서 해방 시켜주고 싶은 이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상황에서 프란과 주인공이 해야 될 일은? 결국 이들이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하는 시추에이션입니다. 애틋한 마음을 알았으니 만나게 해줘야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대마수가 부활하는데? 약간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럼 내가 해결해 줄까?(약간 각색함)라며 '제라이세'가 난입하여 깐죽 거리고 봉인을 불안정한 상태로 풀려고 하는 통에 상황은 많이 꼬여만 가죠.

이번 15권은 그동안 악연이었던 등장인물들과 관계를 청산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미치광이 과학자 제라이세를 그냥 둘 수는 없고, 원수 제로스리드와도 결판을 내야만 하죠. 하지만 로미오의 보호자 역할을 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보며 프란은 망설이게 됩니다. 더욱이 대마수와 결전을 치르기 전, 자신은 어떻게 되든 로미오를 고아원(아마도 아만다가 운영하는 곳인 듯)에 맡겨 달라는 그의 말에 프란은 독기가 완전히 빠져 버립니다. 이번 15권에서는 위날렌이 로미오를 재물로 삼아 무언갈하려는 이유 등 인간적인 면이 상당히 부각됩니다. 하지만 제라이세와 대마수로 인해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아 가고, 프란과 주인공으로 하여금 대마수 부활이라는 파국을 피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같은 물음을 던집니다. 사실 선택지는 없습니다. 무엇을 선택해도 파국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죠. 그래서 프란과 주인공(울시 포함)은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합니다. 그에 못지않게 처절한 싸움이 벌어지죠.

맺으며: 점점 인간의 감정을 잃어가는 주인공과 변해가는 주인공을 보며 슬퍼하는 프란이 위기를 넘겨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이야기와 시공 마법으로 평행세계를 연결하여 유대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까지 언급하면 리뷰가 한없이 길어져서 뺐습니다. 이번 15권은 작가가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고 이실직고한 그대로 이야기가 타이트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상하로 나눠서 내놔도 될 이야기를 한 권에 다 넣어 놨으니 여유가 없고, 그러다 보니 읽는데 많이 지치게 되더군요. 유대를 위해서라지만 평행세계에 있는 프란과 주인공이 어쩌고저쩌고, 대마수를 봉인하기 위해 누굴 인신공양 했는지, 그 봉인 관련으로 마음이 흐트러진 위날렌의 현 상황에 로미오와 제로스리드를 끼얹고, 제라이세가 난입하여 깐족 거리니 눈 돌아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더라고요. 거기에 이야기 진행 방식이 뭔가 수수께끼를 내놓고 "알고 싶나? 하지만 안 알려줌"식으로 독자 가지고 노는 듯한 진행은 도서를 찢어버릴까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군요. 아무튼 리뷰는 도서 절반도 언급 못 했습니다. 무얼 하나 언급하면 그게 곧 중요 스포일러라서 이거 빼고 하니 두루뭉술해졌군요. 언급할 수 있는 건 이세계 전생 먼치킨답지 않게 참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유대란 무엇인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슬픔을 참 잘 표현하고 있죠. 다만 이야기를 너무 농밀하게 넣어놔서 음미하며 읽기엔 부담 된다는 것이지만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황후의 고향 서도에서 1년 만에 도성(수도)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딜 가나 정치권력이란 머리가 아픈 법이었습니다. 마오마오와 진시 사이도 머리가 아픕니다. 계속 신경 쓰이는 놈 포지션이었던 진시는 마오마오에게 자신의 마음을 줄기차게 들이밀었고, 마오마오는 결국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처럼 진시의 키스를 피하지 않게 되었을 정도로 마음을 열었습니다. 독자들은 생각하겠죠. 이것들이 초등학생만 한 자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뭘 꽁냥꽁냥 거리는 거냐고. 이제 이대로 신데렐라처럼 왕자와 이어져 행복한 나날을 보낼 일만 남았네? 그렇지가 않습니다. 본 작품은 러브 코미디가 아닐뿐더러 신데렐라 같은 동화도 아닙니다. 티비 드라마는 더욱 아닙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의 왕의 동생, 전하와 의녀 정도의 사이이고, 이 작품에서 마오마오는 양반의 서자로서 원래는 숨기거나 어릴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야만 되는 입장이죠. 이번 13권에서는 이런 관계를 참으로 리얼하게 표현합니다.

서도에서 진시를 둘러싼 큰 소동이 있은 후여서 그런지, 아님 슬슬 엔딩에 다가가서 그런지 이번 초반은 쉬어가는 에피소드 성격입니다. 마오마오 주변 사람들의 시각으로 진행되며, 그들의 삶을 풀어 놓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정치 관련으로 싸워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서민들의 삶은 그래도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하지만 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살인사건을 접하는 건 좀. 이 작품도 추리 성격을 띠고 있다 보니 주인공 격인 마오마오가 가는 곳은 늘 사건이 따라다니죠. 이번엔 곧 죽어도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 '라칸' 아저씨의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가자미눈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뼛속까지 의학에 목숨을 거는 마오마오는 시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라칸'과 마주하게 되지만 먹을 것으로 길들여 떨어트리는 장면은 한편의 코미디가 됩니다. 중후반 일상 이야기가 끝이 나고 고대하던 진시와 마오마오와의 관계가 드디어 한 발짝 더 전진합니다.

대망의 진시와 마오마오와의 관계. 사실 마오마오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으며, 진시의 진짜 정체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음은 가도 줄 수는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정치 세력의 판도가 바뀌어버릴 수 있거든요. 그녀는 평민으로 살고 있지만 아버지가 태위라는 지금의 국방장관급 되는 인물이니 핏줄로는 모자람이 없으나 엄마가 기생이었다는 점, 유곽(창관)에서 자랐던 점등으로 인해 정치판에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것이고, 만약 진시의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가 최대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여느 동화라면 경사 났네로 끝나겠죠. 하지만 본 작품은 우리나라로 빗대보면 조선시대 정치판을 현실적으로 풀어 내고 있습니다. 진시는 표면적으로 왕의 동생으로 되어 있으나 진실은 좀 더 근원적인.. 진시 본인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핵심 스포일러라 언급은 못하지만, 그래서 진시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마오마오가 갈등하고 고뇌하고 결단을 내려가는 장면들이 굉장히 안타깝게 다가오죠.

왜 안타깝냐면, 차기 황위 자리를 놓고 정치권이 요동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황후는 이국(요즘으로 치면 중앙 아시아나 유럽쯤 됨)의 출신으로 왕자를 낳았으나 그 외모가 서양에 가깝다 보니 황위를 잇는 것에 신하들의 반발이 심하며, 상급 비인 리화가 낳은 왕자를 추대해야 한다는 둥, 나아가 황위 계승권을 가진 먼 친척들을 찾아 물밑 경쟁이 심화되고 있죠. 그런데 여기서 진시의 진짜 정체가 들통나고 마오마오가 진시의 아이를 낳았다면? 새로운 세력이 되어 뭐 그냥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죠. 결국 마오마오의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진시+마오마오의 자식은 이 둘의 마음과 상관없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사이좋게 지내왔던 황후와 리화 비 하고 황위 계승권 문제로 적대 관계가 될 테니까요. 그 싸움에서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죽어 나갈지. 진시는 야밤에 마오마오를 부릅니다. 마오마오는 일단 높으신 분(진시)이 야밤에 여자인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높으신 분(일단 진시는 왕의 동생이니)이 야밤에 여자를 부른다는 것은 수청을 들라는 것이고, 마오마오는 각오를 다지죠. 이제 서로 고백하고 맺어지는 일만 남았네?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진시에게 가기 전에 마오마오는 진시의 친엄마를 만납니다. 그 자리에서 마오마오는 진시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밝히죠. 하지만 자신은 장밋빛 인생보다는 전쟁을 피하는 길을, 아이를 가지게 된다고 해도 절대 낳지 않는 길을 선택합니다. 마오마오는 결국 진시의 마음을 받아주는 동시에 솔직한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하죠. 정말 순애물이었다면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이 아닐까 했군요. 그런데 진시는 그것도 모르고... 마오마오가 얼마만큼의 각오를 다졌는지 안기 직전에야 알게 됩니다. 자신이 바랐던 사랑은 이런 것이었나? 그저 여자를 안는다고 해서 여자의 마음을 얻는다고 생각했나. 마오마오가 얼마만큼의 각오로 수청을 들려 했는지. 자,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진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같은 과제가 던져집니다.

맺으며: 엔딩은 어떻게 끝이 날까 하는 복선이 좀 나왔습니다. 마오마오는 바람(윈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약초와 약이 있다면 어디든 가려 하죠. 만약 진시에게 마음이 있지 않았다면 서도에서 도성으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해서 서쪽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까. 진시의 친엄마와의 대화에서 비슷하게 언급되는데, 참 먹먹하게 하더군요. 하지만 진시에게 마음을 열고 도성으로 돌아와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걸 알아 갑니다. 벌써부터 차기 황위 자리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잠들기 전, 문득 라칸(아버지)의 집무실에서 죽은 사람이 궁에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알게 되었죠. 진시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하는 장면은 그녀가 파국을 피하기 위해 얼마만큼 마음을 크게 먹었는지 알게 해줌과 동시에 서글픈 감정을 들게 해줍니다. 결국 진시도 앞 날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정치권은 이들의 마음과 행동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복선도 나왔겠다, 둘이서 머나먼 길을 떠나는 것이죠, 일명 야반도주라고도 하는데, 티격태격하며 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맺음 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작중 언급은 없습니다만. 던전 시스템이 주인공에게 무언갈 시키기 위해 디메리트는 소거하고 메리트만 잔뜩 있는 시스템을 부여함으로써 주인공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고, 이탈 시키지 않으려 한다로 접근한다면 위기감 없이 무쌍을 찍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아직 E급일때 2중 던전에서 죽을뻔한 이후 던전의 무서움을 알아버린 주인공에게 필요한 건? 힘이었죠. 그래서 한번 각성하면 능력치가 고정되어 버리는 헌터 세계에서 던전 시스템은 성장이라는 미끼를 던지고, 도망치지 못하게 일일 퀘스트를 부여하여 종속 시키고, 성장하면서 체감이 되도록 힘을 갖게 함으로서 중독되게 한다. 작가 후기가 없어서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느낌이 그렇더라고요. 악마의 성 입구를 지키던 케르베로스에게 죽을 뻔은 하였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위기에 빠지는 일 없이 이제 한국에서만큼은 누구도 상대되지 못할 정도로 성장하였죠. 그래서 던전에 들어간다 -> 몬스터를 처치해 레벨 업을 한다 -> 스텟을 받아 성장한다를 반복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4권쯤 오니까 조금은 식상하게 되는군요. 식상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건 마치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성장시킨 캐릭터가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는 중독성 같은 그런 게 있다고 할까요. 사실 단순한 면이 있어서 빨리빨리 읽히는 것도 한몫합니다.

이번 4권에서는 100층짜리 악마의 성을 클리어해서 받은 보상으로 엄마의 병을 낫게 하고, 일본 헌터들과 연합하여 제주도를 탈환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한번 발병하면 절대 고칠 수 없다는 수면병을 낫게 하고 4년 만에 엄마와 마주한 장면은 제법 뭉클하게 합니다. 제주도 탈환 에피소드는 혐일이라고 일본에서 악플 달던데, 일본 우익들 작품들에서도 우리나라 표현한 것들 보면 딱히 누가 잘했네 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튼 던전 게이트가 열리고 10년, 제주도가 개미들에게 함락된 지 8년 만에 무늬만 한일 연합팀은 제주도 탈환에 성공하였습니다. 이거 중대 스포일러 아닌가 싶지만, 그 정도로 비중 있는 에피소드는 아닙니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경험치 벌이에 지나지 않는 통과 지점일 뿐이죠.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20대 중반이 되어도 아직 여친 하나 없는 주인공이 불쌍하다는 것이고, 제주도 탈환을 거치면서 그 이전부터 주인공에게서 좋은 향기 난다던 그 히로인과 연이 맺어지나 이게 더 중대 스포일러가 되겠죠. 히로인은 팀에 합류하여 개미 여왕 잡으러 갔다가 핀치에 빠지거든요.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타나는 건 누구? 근데 영화 스피드에 보면 액션씬 찍다가 만난 인연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던데 어찌 될는지. 이 작품에서 이런 설정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아서 조금은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맺으며: 제주도 탈환하면서 주인공은 이제 국제적 관심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죠. 사실 이런 이야기는 한창 꿈 많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꾸게 해주는 좋은 소재가 아닐까 합니다. 인생 성공 가도를 달리고, 스카우트 제의는 쿨하게 거절하고, 하렘에는 관심이 없는, 중2병식 폼을 잡게도 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주인공은 그런 나이를 지났다는 것이고요. 아는 동생과 길드(회사)를 차리고, 길드명을 무엇으로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현실에서 불경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대리 만족도 느끼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제주도를 탈환하면서 이야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전에 나왔던 주인공 아버지에 대한 복선, 던전이 다른 세계와 이어졌다는 걸 이번에 밝혀진 걸로 보면 사실 아버지는 다른 세계 사람이고, 다른 세계에서 뭔가의 트러블로 인해 이쪽 세계에 던전이 생기지 않았나 싶은 느낌을 들게 합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주인공을 플레이어로 선택하고 육성 시킨다 같은? 뭐 8권까지 다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필자도 차츰 알아가면 되겠죠. 마지막으로 작가가 일을 크게 벌이는 걸 좀 주저한다고 해야 하나, 예로 주인공 엄마를 치료한 치료제는 전 세계가 원하는 것이고, 당연히 치료제의 존재가 밝혀지면 큰 소동이 일어날 테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확장될 텐데 컷트 시켜버리는 건 못내 아쉬웠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고블린 슬레이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D&D 느낌이 많이 나고, 진행 방식은 고블린 슬레이어와 비슷합니다. 얕잡아 보고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모험가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시체 회수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던전에서 죽은 모험가를 시체 주머니에 담아 신전에 갖다주면 수녀가 신(神)에게 기도를 올려 부활 시켜주죠. 하지만 매번 부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신(神)에게 얼마만큼의 공양(제물)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조금은 어안이 벙벙해지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기부를 많이 하라는 뜻이죠. 주인공은 시체를 회수해 주고 부활에 성공하면 당사자에게서 수수료를 받습니다. 이 부분이 고블린 슬레이어와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죠. 고블린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다고 그걸 없애고 의기양양하냐를 이 작품에 빗댄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시체 회수로 돈을 번다며 사람들은 그를 구더기에 비유합니다.

이야기는 아무도 공략하지 않은 [미궁]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됩니다. 이것은 후에 어떤 복선의 시작이기도 하죠. 주인공은 누구인가 하는. 주인공은 기억이 없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시체 회수꾼을 하고 있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상황이었죠. 지금은 여러 모험가들을 알고 있고, 뻔질나게 신전에 드나들다 보니 수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기억 찾기도 병행됩니다. 내가 왜 미공략 던전에 엎어져 있었나. 이후 작은 모험가를 만나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긴 합니다만. 주인공은 수녀의 기도로 부활에 성공했죠. 수녀는 왜 그를 부활 시켜주었나. 부활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수녀가 부담했다는 것에 의문점이 남습니다. 주인공은 오늘도 던전에 들어갑니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고블린을 없애러 간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시체를 찾아다니죠. 기억이 없어도 일단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그 끝은 의외로 싱겁게 찾아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바스타드'는 칼의 일종입니다. '블레이드'는 칼날을 의미하죠. 주인공은 던전에서 전멸한 모험가 무리를 만납니다. 아니 아직 한 명이 살아 있으니 전멸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시산혈해 산(山)에서 홀로 커다란 칼을 휘두르며 간신히 살아 있는 작은 모험가를 보게 되죠. 자, 혹시 도서를 보시게 되면 여기서부터 정말 집중하면서 읽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블레이드&바스타드'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니까요. 작은 모험가는 사슬에 목이 묶여 있는 노예였습니다. 그 사슬의 끝은 죽은 모험가의 손에 잡혀 있었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작은 모험가를 주인공은 도와줍니다. 여느 이야기였다면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흔한 이야기였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작을 알리는 종입니다. 작은 모험가는 금세 주인공을 따르게 되죠. 이때부터 둘은 같이 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작은 모험가는 노예였고, 주인이 따로 있었습니다. 던전에서 작은 모험가를 찾으러 온 무리들이 주인공을 덮치게 되죠. 그리고 이야기는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작은 모험기의 이름은 '가비지'. 빨간 머리에 빼빼 마른 몸. 신전의 수녀에 의해 작은 모험가는 여자애로 판명되죠. 인간의 말은 못 합니다. 첫인상은 개와 같다던 주인공의 말처럼 그녀의 대사는 arf(멍멍), whine(낑낑), yap(짖는다), 기분 좋으면 bow 하기도 하고, 던전에서 sinfe(킁킁) 거리기도 합니다. 즉, 그녀의 대사는 개가 내는 의성어를 영어식으로 발음만 할 뿐이죠.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는데 주인공이 하는 말은 다 알아듣는 듯합니다. 큰 칼을 짊어지고 전위에 서서 종횡무진을 활약을 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하는 일이 다소 수월해집니다. 그런데 그녀를 회수하러 온 노예 주인을 격퇴했더니 이번에는 그녀의 출신을 둘러싸고 누군가가 '그녀'를 습격해 옵니다. 여기서 '바스타드'의 의미가 무엇인지 드러나죠. 바스타드는 그녀를 뜻하는 것으로, 태어나선 안 될 존재였습니다. 그렇다면 블레이드의 의미는 바스타드의 칼날이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주인공은 쫑쫑 거리며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그녀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게 될까.

이 작품에서 고블린은 인간입니다. 주점 뒤편에서 신입 모험가들을 꼬드겨 뜯어먹고, 때론 죽이기까지 하는 모험가들. 신입을 사냥하여 던전에서 고기 방패로 내몰고, 보물 상자 따는데 전문 지식 없는 그들을 시켜 죽으면 아무렇게나 발로 차서 내다 버리는 악행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죠. 그럼에도 시골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기 위해 고기 방패로 내몰려도 꿋꿋하게 헤쳐나가던 어떤 소녀의 비명횡사. 그 소녀를 길가 돌멩이처럼 차서 날려 버리는 모험가들. 돈이 있으면 죽은 소녀도 부활이 가능하나, 모험가들은 신입을 납치하는 게 더 싸다고 생각 중이죠. 그런 지옥도에 내몰려 주인공을 습격했다가 죽을뻔했던 '라라자'라는 소년은 진짜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변덕인지 주인공에게 거둬지게 되거든요. 그리고 가비지랑 티격태격하는 게 이 작품의 유일한 훈훈한 장면이죠. 이로써 3인 파티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이전까진 느끼지 못했던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맺으며: 처음엔 맹견 같던 가비지가 arf(멍멍) 거리며 언제나 주인공 뒤를 쫄쫄 따라다니는 게 귀엽습니다. 신전의 수녀에게 쓰다듬 받는 건 거부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쓰다듬하면 싫어하는 모습에서 취향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아가게 하죠. 주인공은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무뚝뚝하고 차가우면서 정(情)이 많은 사람으로 표현됩니다. 가비지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마구간에서 자는 라라자에게 간이침대도 만들어 주죠. 신전의 수녀는 그런 그에게 마음이 많이 가 있습니다. 참고로 수녀는 엘프입니다. 주인공 파티에 합류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은 나와 있습니다. 아무튼 보물 상자 여는 것에도 목숨을 걸어야 하고, 같은 인간이라도 믿을 사람은 몇 없는, 그런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그립니다. 부활에 실패하면 재가 되어 영영 죽어버리는 세계에서 부와 명예를 위해 던전이라는 환상을 쫓는 모험가들. 일단 1권 한정이지만 고블린 슬레이어와는 다르게 하렘을 빼고, 라이트 노벨이라는 느낌을 없애고, 전통 판타지처럼 삶과 죽음이라는 리얼리티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바스타드'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블레이드는 주인공이겠구나 하는 느낌을 들게 하는 장면은 제법 소름 돋게 해주었군요.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못 쓰지만 신화 관련으로 고블린 슬레이어 세계관에 빗대면 주인공과 가비지는 신들의 주사위 판에 올려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세계 먼치킨이지만 죽도록 일하기 싫어하는 니트의 이야기입니다. 현실 지구에서 사축으로 쪽쪽 빨리다 비명횡사한 후 눈을 떠보니 이세계였고, 마왕이 되어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침대를 끔찍이 사랑하고, 잠(슬립)은 최고의 특기이며, 나태는 나의 본성. 언제부터 이래왔는지 기억은 까마득하고,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최고의 니트는 어째선지 19명이 있다는 마왕 서열 제3위(5위였는데 3위로 올라섬)가 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이세계물 하면 용사가 되거나 그에 준하는 선(善)에서 시작하는 반면에 본 작품은 마왕이라는 악(惡)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고 인간들을 몰살하러 다니는 호러틱한 건 아니고 사람이 어디까지 나태해질 수 있는지 실험적인 작품이 아닐까 하는데요. 침대에서 일어나는 법이 없으며, 전속 메이드가 밥을 떠서 주인공의 입에 넣어주는 아주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만약 19금이었다면 대소변도 받아주는 장면도 있었을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분위기를 보이죠.

비탄의 망령을 집필하고 있는 츠케카게 작가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웹에서 연재 중이고 7~8년쯤 된 걸로 보이는데 아마 비탄의 망령과 교차 연재 중이 아닐까 싶군요. 아무튼 본 작품의 주인공은 비탄의 망령의 주인공이 그토록 바랐던 나태한 삶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탄의 망령에서 동료에 해당하는 메이드는 주인공을 끔찍이 보살피고, 부마스터역인 '리제'는 나태한 주인공을 침대에서 끌어내려 일 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죠. 하지만 나태 하나로 지금껏 먹고 살아온 주인공은 '리제'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아 언제나 그녀의 위장을 구멍 냅니다. 주인공 상관에 해당하는 대마왕의 명령조차 듣지 않으니 결국 힘으로 해결하려고 침대를 불사르고 메이드를 농담이 아닌 진짜 물리적으로 화형 시켜도 꿈쩍을 안 하니 미치고 졸도합니다. 사실 주인공은 원해서 마왕이 된 것이 아닌 데다, 현실에서 사축으로 쪽쪽 빨리다 죽었으니 이세계에 와서까지 일하기 싫다는 글러먹은 사상을 가지고 있죠.

본 작품은 원죄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바라는 욕망이 곧 능력이 되고 스킬이 됩니다. 욕망이 강할수록, 충실해질수록 힘은 더욱 커집니다. 이 뜻은 주인공이 나태해지면 해질수록 강해진다는 의미이죠. 비단 주인공만이 아닌, 모든 원죄에 해당하며, 결국 오래 산 악마(주인공은 마족)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담 주인공은 이세계에 와서 몇 년이나 살았나. 이게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죠. 그리고 주인공이 마왕 서열 3위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근데 돌려 말하면 근본이 나태한 주인공은 노력해서 강해졌다기보다 욕망에 충실해서 강해졌다는 실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얼마나 나태하냐면, 마족은 서로가 죽이는 혼돈의 카오스 상태고, 원죄 중 폭식이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마왕도 있다는 뜻이죠. 욕망에 충실할수록 강해지는 원리에 따라 폭식의 마왕은 인간들이 아닌 동족을 잡아먹기 시작했고, 주인공의 영지까지 쳐들어와 부하들을 잡아먹고 있는데도 구해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대마왕이 파견한 '리제(메이드와 메인 히로인 자리 두고 다투는 중)'는 주인공으로 인해 위장병을 달고 사는 게 개그 포인트입니다. 나태의 본질을 깨닫기보다(깨닫지만 애써 외면) 대마왕의 명령을 우선시해서 주인공을 닦달하지만 주인공은 어디서 개가 짖나 식으로 무시, 메이드는 보란 듯이 주인공이 나태의 수렁에 빠지도록 보살피고 있는 것도 눈에 가시인데, 아기 새에게 먹이 먹이듯 밥을 떠서 침대에 자빠져있는 주인공 입에 넣어주는 장면은 그녀(리제)에게 있어서 가히 압권이죠. 이런 장면이 계속되자 뭔가 끊어지면 안 될게 끊어진 '리제'의 화염 공격으로 침대는 불타고 메이드는 숯덩이(농담 아니고 진짜 물리적으로)가 되어 버리는 아수라장이 펼쳐지는 게 그로테스크 합니다. 하지만 질이 안 좋은 건, 비탄의 망령에서는 무늬만 강했던 것과는 반대로 본 작품의 주인공은 진짜 강하다는 것이고, '리제'의 불같은 분노(리제의 원죄는 분노)는 주인공 발치에도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진지한 장면을 연출한다기 보다 어딘가 몇십 년 같이 지낸 부부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게 흥미롭죠.

맺으며: 일단 1권 기준으로 장르는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폭식의 마왕이 동족을 잡아먹는 장면들은 좀 그로테스크 했습니다만. 그 외에는 일하기 싫어하는 주인공과 일 시키려고 하는 리제의 눈치 싸움에 메이드는 주인공 편들어서 리제를 무시하고 그걸 또 열받아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참고로 주인공과 리제가 투닥거리는 러브 코미디 같은 이야는 아닙니다. 주인공은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하고 있죠. 이 부분은 약간 발암이지만 동시에 나태를 충실히 표현하고 있기도 해서 좀 오묘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언제나 열받아 하는 건 리제 혼자. 원죄에 관한 내용들은 허투루 넘기는 것이 없는 꼼꼼한 설정들이 작가가 준비를 많이 한 듯하더군요. 가령 물이 불을 이길 수 없듯이 상성의 문제 같은 것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진행 방식은 나태해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주인공보다는 리제 등 주변 사람들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다른 사람의 시야에서 재촬영하듯 구성하기도 해서 약간 지리멸렬한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세계 전생이지만 전생물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었군요.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신에게서 가호는 받았지만, 여느 이세계 먼치킨처럼 단번에 무쌍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마왕을 넘어서는 최강의 언데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길은 험난할 것이라고 사신은 예고하였었죠. 여주는 전투에 대한 경험 부족과 너무나 강한 상대, 그걸 뛰어넘기 위한 마력 부족으로 인해 복수는 고사하고 막 깨어난 새끼 새처럼 쫓기듯 또다시 왕도를 벗어나야 했습니다. 다시 왕도로 쳐들어가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였으나, 불행히도 처음부터 언데드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여주는 인간일 때의 마음과 감정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것이 화근이 됩니다. 이 작품에는 복수에 필요 없는 요소가 세 개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인간일 때의 감정을 버리지 못한 것. 두 번째로는 지방 어느 백작가에서 그들을 호위하는 모험가들을 만나고 꼬맹이 여모험가에 빙의해버린 것. 세 번째가 백작가 영애 '캐서린'과 유대를 쌓아버린 것. 그래서 여주는 냉혹한 복수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세상엔 아직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 버렸거든요.

모험가들은 비록 빙의체라곤 해도 여주를 따뜻하게 대해준 것, '캐서린'과 밤마다 책을 읽으며 인간일 때의 기쁨을, 모험가들은 자신의 동료에게 여주가 빙의 되었다는 걸 알고 나서도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여주를 구원하려 했다는 것.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사신에게서 가호를 받았을 때부터. 구원의 손길을 잡았다면 분명 양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으나 여주는 어둠의 길을 선택했죠. 그래서 구원의 끝에 남은 건 허무한 감정, 하지만 이 한 달 남짓한 생활은 그녀에게서 인간이 가져야 할 마음을 버리지 못하게 했던 것은 분명했습니다. 자신을 이 꼴로 만든 현재의 왕(여주 삼촌)과 그 추종자들 포함, 단두대로 향하던 자신에게 매도의 말을 퍼부은 사람들 모두 그래서 모든 인간은 죽어 마땅하기에 지방 소도시를 궤멸 시키고 시민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왕도로 진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언데드가 된 후에도 따뜻하게 대해준 '캐서린'과 재회하면서 여주는 사람을 죽이는 데 브레이크가 걸리고 맙니다.

복수물에서 필요 없는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신중해지고, 그로 인해 이야기가 길어지고 매끄럽지 못하게 됩니다. 왕도에 단숨에 쳐들어가 모든 걸 불태워버리는 것보다 어떻게 쳐들어 갈지에 대한 전략을 짜고 꾀를 내어 적들끼리 이간질 시켜 싸움 붙이게 하는 등 복수물이라기보단 전략 공성전 같은 느낌이 되어 버리죠. 왕도에 도착해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복수보다는 불필요한 살생을 하지 않게 되었고, 아이를 죽이는데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용할 때는 아이고 어른이고 가차 없이 이용하긴 하는데, 약물에 의존하지 않으면 여주는 마음이 견디지 못할 정도 되어 버리죠. 모험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희생 시키면서 여주로 하여금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해버렸습니다. 사신이 보면 기가 찰 노릇. 그리고 이왕 악당은 인간들이라는 설정을 넣었으면 끝까지 악한 모습을 보여 주어 여주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제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게 거의 없다 보니 아쉬움이 굉장히 크게 다가옵니다.

맺으며: 1부 끝입니다. 작가의 말로는 1~2권이 잘 팔리면 2부(3권) 집필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그에 따른 복선도 많이 넣어놓긴 했습니다. 가령 여주의 부하가 되는 마족이라든지, 여주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며 인간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어느 수인 여자애라든지. 왕도 함락과 복수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듯 주변국 정세라든지. 이 정도 복선을 가졌으면 2부 집필해도 될만한데, 일단 팔려야겠죠. 하지만 라노벨계에서 복수물이라는 희귀할 정도로 소수파 진영에서 상냥한 복수귀가 얼마만큼 먹힐지는 솔직히 회의적이군요. 이번 2권만 봐도 캐서린과 접점을 만들고 여주로 하여금 고뇌하게 하고 망설이게 하면서 이야기가 좀 지리멸렬해집니다. 그로 인해 이야기가 길어지고 진짜 중요한 현재의 왕과 그 추종자들에 대한 복수는 420여 페이지 중에서 불과 몇 페이지밖에 없을 정도로 복수라는 아이덴티티는 희석되고 말죠. 물론 작가 딴에는 아마도 복수보다는 억울하게 비명횡사한 여주의 구원이라는 궁극의 스토리를 그리려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먼저 이세계에 와 있던 동생(누나뻘이던데?)과 혈투를 벌여서 간신히 퇴치했습니다. 이제 죽었으니 더 이상 볼일 없을 거라 여겼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은 여느 주인공들처럼 똘똘하지 않습니다. "한번 전생했으면 두 번 전생도 가능하다는걸". 물론 작가가 이렇게 집필했으니, 주인공이 욕먹을 이유는 없겠죠. 1권에서 분명 동생은 신(神)까지 협박해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게 한다는 구절이 있었을 겁니다. 불행한 것은 주인공은 이걸 몰랐다는 것이지만요. 다음엔 들키지 않고 요령을 키워 오빠 곁으로 돌아온다는 동생의 독백을 주인공이 알아챘더라면. 좀 더 일찍 지구에서 동생이 얀데레였다는 걸 깨닫고, 이세계에서 와서도 동생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는걸, 애초에 정신이 나가지 않았으면 몇 년이나 오빠를 가둬두고 기르진 않았을 거라는 걸 알아챘다면, 이걸 간과한 주인공은 천벌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왜냐면, 그 간과한 덕분에 이세계에서 주변 사람들이 몰살 당하거든요. 아마 전생 전 지구에서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동생의 짓이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도 들게 하죠.

8살이 되면서 소꿉친구 '필(메인 히로인)'이랑 마법 학원에 입학하였습니다. 동생은 죽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요. 그리고 3년이 흘렀습니다. 이야기는 동생이 죽었다는 확정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흘러갑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동생에 대한 대처를 전혀 하지 않고 있죠. 3년 동안 학원 라이프와 정령술에 관한 승급인지 승단인지 학원 내부적인 이벤트가 벌어지지만 지리멸렬하니까 패스하고, 얼핏얼핏 동생은 살아 있고, 흑막이 되어 애들을 납치 등 주인공 주변을 맴돈다는 복선이 나오고 있는데도 주인공은 그에 대한 대처를 하지 않습니다. 마치 현실을 외면하는 듯한, 그래서 시종일관 발암적인 모습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이에 대한 복선을 만드는 작가의 능력이 좋은 편입니다. 주인공만 모르게, 동생의 독백과 행동으로 여자라면 이 세상 어느 누구로도 환생이 가능하다는 복선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소꿉친구가 될 수 있고, 스승인 '라켈(엘프)'의 경우엔 기억을 잃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수상했었죠. 그래서 1권 이후 2권부터는 환생했으면서도 실체를 드러내지 않아 미스터리한 점을 더한 호러를 가미하면서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하지만 그런 미스터리를 주인공만 모르게 하는 바람에 주인공은 동생이 환생한 걸 모르고 있었고, 그에 따라 대처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멍청이가 되어 버리죠. 그 대가는 상당히 혹독했습니다. 학원에서 영왕제(궁극의 정령술사)를 뽑는 대회가 열리고 왕국을 노리는 범죄 조직 '악령왕'이 내습해오면서 학원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집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동생이 환생했다는 걸 알게 되죠. 여기서 괴랄한 것은 동생의 힘과 능력입니다. 당대 최강이라는 로리 학원장은 힘 한번 못 써보고 사망, 그에 못지않은 정령술 실력자들도 모두 사망해버리면서 축제 같았던 현장은 지옥이 됩니다. 자, 그렇다면 동생을 한번 이겼던 주인공이 나서서 사건을 해결해야 되지 않나 싶은데요. 본론부터 언급해 보면 이 사건에서 주인공은 주역이 아닙니다. 이게 굉장히 불편하게 합니다. 동생이 살아 있고, 학원이 아비규환이 되어 가는데도 작가는 동생을 퇴청 시키는데 주인공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이번 3권의 문제점입니다. 동생이 살아 있을 거처럼 복선을 깔아 뒀으면 주인공도 눈치채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게 해야 하는데 왕족의 일, 정치적인 일이 껴들어서 해결하는 데 분량 1/3 가량을 씁니다. 하지만 악령왕이 학원에 내습하면서 이 일들은 없던 일로 되어 버리죠. 당최 1/3 가깝게 분량을 쓰고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행위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물론 그 경험으로 악령왕 대처하는데 밑거름이 되었지만 굳이? 그리고 악령왕을 누가 선동했는가, 동생이 했는지 악령왕이 스스로 실행했는지 모호합니다. 동생은 그저 숟가락 얹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독백으로 세상을 리셋하겠다는 장면이 있는 걸 보면 동생이 사주한 거 같은데, 주인공도 어쩌지 못하는 당대 최강 학원장과 노련한 정령술사들을 힘 한번 못 쓰게 하고 리타이어 시키는 조직을 동생이 부리고 있다? 이게 정말이면 밸런스 붕괴도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닙니다. 그런 아비규환 상황은 내다 버리고 갑자기 스승 '라켈'의 과거사와 학원장 사이의 개인적인 생활을 굳이 이런 극박한 상황에서 꼭 표현했어야 했나? 분량 조절을 왜 이딴 식으로 하는지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동생은? 동생이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막거나 없애거나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맺으며: 주인공 기준으로 동생이 사망했다는 전제하에서 청춘 학원 라이프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러다 중반부터 "전조도 없이" 악령왕이 등장하고 동생이 등장하면서 일상 청춘 학원 라이프에서 갑자기 콥스 파티(호러 게임)를 연출해버리니까 괴리감이 상당합니다. 주인공이 눈치채고 있었다면 덜 했을 텐데, 그냥 이야기가 다 뭉개집니다. 이걸 위해 소꿉친구 필에게 프러포즈 하는 등 사망 플래그를 뿌린 건가? 현장이 아비규환으로 빠져도, 동생이 등장해도 주인공은 상황 인식을 따라가지 못해 이게 뭐야 하기만 하고. 작가는 대체 뭘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요. 주인공에 대한 서프라이즈? 왕족들 간 정치 싸움에, 무슨 대회 열면서 드래곤 볼 놀이에, 분위기 잡는답시고 프러포즈 청춘 러브 코미디를 찍고. 오빠 찾는 호러물이 언제부터 청춘 왕도 판타지물이 된 거죠? 그냥 무슨 향 첨가 음료처럼 향은 0.00001%만 오빠 찾는 호러고 나머진 청춘 판타지? 제목하고 본편 이야기하고 이렇게 괴리감 느끼게 해도 되나요.

겨우 괴리감을 벗어나는 후반부는 엉뚱한 '라켈'의 이야기로 분량 다 채워버립니다. 4권 낼 생각도 없으면서 동생과의 싸움 등을 제대로 맺음 내지도 않고 끝내는 건 무슨 심보일까요? 웹판 보라는 걸까요? 2권도 그랬지 싶은데 제목과 다르게 이야기가 자꾸 탈선해버니까 프러포즈 씬이라든지 청춘을 만끽하는 내용들이 좀처럼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반 이후 상황은 심각해지는데, 마치 갑자기 재난을 접한 사람들이 멍해지는 것처럼 현실미를 띠지 않게 되니까 이야기에 따라가지를 못합니다. 직전까지만 해도 히히히히 거리며 팔팔하게 행동하고 대회장에서 포부 있게 연설하던 학원장이 누군가에게 끌려가 꼬치에 꿰여 사망한 채로 등장한다면 이게 뭔 일인가 싶죠. 이미 학원장도 사망 플래그를 세워두긴 했지만 갑자기 이렇게? 분량 조절을 이렇게 실패해도 용서가 되나 그런 장면들이 그려집니다. 또한 그때까지도 주인공은 동생이 살아 있을 거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우둔함까지. 더욱 화가 나는 건 음울하고, 음침하고, 소름 돋는 동생의 연기는 고작 몇 페이지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동생은 왜 나왔나 싶죠.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인던 악마의 성을 공략하면서 드디어 엄마가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찾게 되었습니다. 레벨도 나날이 올라서 이제 S급 각성자에게도 뒤지 않는 실력을 키웠습니다. 돈도 많이 벌어서 억대 자산가가 되었죠. 감개무량하게도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었던 주인공이 엄마와 동생을 위해 일찌감치 산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벌이는 시원찮고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하다 이제야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실력을 알아본 여러 길드에서 물밑으로 그를 영입하려 혈안이 되어 가지만, 애초에 내가 벌은 걸 왜 나눠줘야 하느냐가 주인공 마인드다 보니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닭 쫓던 개가 되어 가는 주변 사람들이 꽤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헌터 협회까지 직원으로 스카우트하려 나서면서 몇 달 만에 주인공 몸값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폭등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런 거엔 관심이 없고, 이젠 레벨 업에 재미를 붙여서 잠깐 아르바이트로 따라간 던전에서조차 새치기하려는 등 욕심이 과해 지기 시작하는군요.

아무튼 엄마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E등급으로는 한계를 느껴 재각성 심사를 받습니다. 이 과정이 참으로 눈물겹죠. 일찌감치 그가 S등급이라는 걸 눈치챈 길드들이 그를 영입하려고 눈치 싸움하지만 주인공은 관심조차 없고, 처음부터 S등급으로 각성하는 것도 극악 확률인데, 한번 각성하면 고정되어 버리는 세상에서 그것도 E등급 쩌리가 S등급으로 재각성 하는 건 전대미문. 그래놓으니 국가 중요 문화재 다루듯,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모습들은 초현실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침 인기 연예인이 헌터로 각성 심사 받는다는 가십거리를 쫓아온 매스컴에 의해 주인공은 전국 방방곡곡 전파를 타고, 집에까지 매스컴이 쫓아오면서 사생활이 노출되는 등 초인기인이 되었지만 주인공은 오로지 레벨 업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히로인은 제법 나오는데 왜 연결 안 될까 했는데 뼛속까지 레벨 업에만 관심을 둬서 그런가 봅니다. 이번에 나오는 히로인도 좋은 향기(본편 보시길, 복선)가 나는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주인공은 목석이 따로 없어요.

남의 던전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너 없게 남의 몹(몬스터)을 탐내는 등 갈수록 욕심꾸러기 같은 모습도 보이고, 이번에도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는 히로인도 만나고, 고백도 하기 전에 차여버린 히로인은 낙담하고, 여전히 주인공을 영입하기 위해 떡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 마셔대는 길드 사장님들, 그렇게 주인공이 어제 저녁에 먹은 반찬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던 어느 길드 사장님은 주인공 본질에 다가서게 됩니다. 성장하는 헌터. 한번 각성하면 그것이 곧 계급이 되고 뭘 어떻게 해도 성장은 거기서 멈춰버리는 세상에서 성장하는 헌터라니. 이게 알려지면 세상은 진정한 의미로 천지개벽이 되겠죠. 근데 작가는 이런 부분을 좀 가슴 벅차오르듯 감동적으로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주인공 닮았는지 무덤덤. 세상이 주인공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정작 주인공은 방어구를 장만해서 다시 인던 악마의 성에 진입해 마물 학살에 매진합니다. 최상층 보스를 쓰러트려 엄마의 병을 고쳐야 되거든요.

맺으며: 던전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고등 마물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사람 말을 하는 마물도 등장합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좀 아쉬웠던 게 사람은 인간형과의 싸움에서 죽이는 걸 주저하게 되고, 거기에 마물이 사람 말을 하게 된다면 거부감이 상당할 텐데 같은 현실적인 고뇌를 보여주는 장면이 없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인간적인 면이 부족하다고 할까요. 그저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로만 보니, 인간을 그만둔 거 같은 약간 무미건조한 느낌? 뭐 4년이나 해왔으니 익숙해졌을 수 있고,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도 언급이 없으니 갈수록 흥미 본위로 전락하는 거 같아 좀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수면병에 걸린 이유가 주인공 때문일 수 있다는 복선이 나왔는데 이에 대한 주인공 반응, 가령 모르고 있었는데 알게 되어 충격받았다 같은 게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아무튼 인간의 궤를 벗어나는 주인공, 제주도(애니메이션 1화 초반부)를 해방하기 위한 일본의 협력을 받기로 한 정부, 주인공에게 복수하기 위해 미국에서 찾아온 S급 헌터 등 4권이 더 기대 되는 3권이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격적인 왕위 쟁탈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자인지 내놓은 자식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밖으로만 떠돌던 제1왕녀(3권이나 되었는데도 메인 히로인지는 애매함)도 왕의 부름을 받고 왕도로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인공도요. 왕녀가 억지로 그를 로열 가드로 삼아 버렸거든요. 그녀에게 있어서 10만 년이나 던전에서 홀로 지내며 인간의 궤를 벗어나버린 주인공을 붙잡은 건 행운 그 자체였지만, 주인공은 심드렁. 10만 살하고 15살이나 먹었더니 주인공은 애늙은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당장 할 일 있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으면 유쾌한 동료들(던전에서 주인공 부하가 된 악신들)이 무료한 주인공(위대한 분)을 달래준답시고 뭔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세계 멸망급을 불러내기도 함) 열심히 헤엄치지 않으면 가라앉는 오리처럼 무슨 일이든 하긴 해야만 했죠. 그래서 유쾌한 동료들에게 적절한 일거리를 제공할 겸 왕녀의 왕위 계승권에 걸린 시련을 도와주려 하는데, 역시나 이런류의 이야기에서 페널티를 빼놓으면 섭섭하지라는 클리셰가 발동되어 실현 불가능한 밋션이 왕녀에게 내려집니다.

그렇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왕도에 도착해 보니 왕녀의 오빠(남동생인가), 여동생은 적대적이고, 가신들은 주인공의 무능 기프트에 꽂혀 비아냥대고, 왕위를 이어 받으려면 영민 하나 없는 시골 깡촌을 키우라는데 제정신인지 묻고 싶을 정도인 상황. 사실 유쾌한 동료들을 이용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나라를 세울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긴 한데, 주인공은 밥을 떠먹여줄 생각이 애초에 없다는 것이고, 흥미로운 점으로 작가는 왕녀가 어떤 의욕을 가졌는지 언급을 안 한다는 것. 왕도로 향하다 길 중앙에 기억을 잃고 엎어져 자고 있던 마왕녀(魔王女, 표지)를 주워 메인으로 내세워 뭔가 하려나 했는데 그냥 가사도우미로 써먹네요. 아무튼 주인공 입장에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상황입니다. 물론 귀족들은 왕녀를 뭣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적대 중이니 도와줄리 없고, 그런 상황에서 결국 주인공이 나서서 사전 정지 작업(거슬리는 놈들 쓱싹)을 할 수밖에 없게 되죠. 마침 귀족들은 하나같이 인간 우월주의를 내세워 악당 짓을 해대는 중이라 주인공에겐 명분이 생겼고요. 길에서 주운 마왕녀와 일전에 노예로 팔려가던 수인 소녀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 합니다.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해봐야,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귀족들이나 인간들은 다 없애버리면 됩니다. 주인공을 깔보고 덤볐던 양아치들은 썰려 나가고, 왕녀를 적대했던 귀족들은 주제도 모르고 설쳤다가 비명횡사하는 건 약속된 길이죠. 다만 주인공이 나서면 재미가 없으니 그림자 무사를 내세워 대타를 뛰게 하는데 이거 뭔 의미가 있나 싶네요. 어차피 마무리는 주인공이 다 하는데. 그래서 작가는 단순히 권선징악적인 재미보다 여러 세력들을 투입해 설정의 질을 높이려 합니다. 신(神)의 세력인 악(惡)군과 천(天)군이 대립하고, 그 하부 조직들은 인간계에 영향을 끼치고 인간들을 조종하면서 분쟁을 가속화하죠. 신계에 속한 자들은 인간계에 현현하기 위해 인간과 마족들을 아무렇지 않게 제물로 삼고, 인간들은 수인족들을 탄압하여 멸종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갈 곳을 잃어 여러 종족이 한데 모여 사는 도시를 위협하는 왕국과 제국의 귀족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게도 악한 무리들을 까부셔야 될 용사 일행이 그 악의 편이라는 것. 선이어야될 인간이 악이 되고, 악이어야 할 악이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약자에겐 지옥 같은 세계에서 작가는 어느새 주인공을 나서게 하는 것보다 약자들로 하여금 최대한 발버둥 치게 해서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게 하는 모습들을 그립니다. 처음엔 왕녀가 받은 시련을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 시작된 사전 정지 작업은 주인공에게 유도된 귀족들과 신계의 무언가들이 서로 맞붙어서 지옥도를 펼쳐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주인공이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게 하려 했던 약자들은 유쾌한 동료들에 의해 정신과 시간의 방에 끌려가 마치 흔직세의 최약 토끼족들처럼 그들도 주인공 광신도가 되어 가는 과정은 한마디로 소름 돋게 만듭니다. 그 결과 약자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게 되었죠. 덩달아 결과만 좋으면 OK라고 약자들이 주인공 광신도가 되면서 왕녀가 받은 시련도 덩달아 해결되는, 원래 이러려고 처음부터 주인공이 낚시질을 해왔긴 한데 과정이 좋은 의미로 너무 터무니가 없죠. 악군중 고위층 하나가 지상으로 현현해서 인간들을 몰살하려 했는데 하필 현현한 동네가 주인공이 있는 곳이었고(그렇게 유도되었지만), 세계가 멸망하는 악신도 주인공 앞에서는 그저 갓난애나 다름없게 되는 장면들이 재미있습니다.

사실 어느 세상이고 간에 약한 자들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힘의 논리에 따라 쓸려 나갈 뿐이라는 걸 역설합니다. 아무리 세력을 키우고 세계에 존재를 인정을 받아도, 악한 자들은 늘 괴롭히는 상대를 찾는 것처럼 약한 자들을 괴롭힐 구실을 찾아냅니다. 왕녀는 이런 약자들을 보호하려 왕이 되고자 하지만 작가가 별로 신경을 안 써주네요. 주인공은 약자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스스로 무언갈하려는 자에게만 거들어줄 뿐이죠. 처음엔 왕녀가 받은 시련을 어떻게 해결할까에서 시작된 약자 구하기는 그들 스스로 쟁취하게 하는 흐름이 됩니다. 그런 약자들을 이용해 왕녀의 앞을 가로막거나 부조리한 것들을 쓸어 버리죠. 요컨대 손 안 대고 코 풀기를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유쾌한 동료들이 기합을 너무 들이는 바람에 약자들이 광신도로 변신한다는 것이고, 그럴수록 주인공의 가치는 알게 모르게 더욱 올라가서 무능이라고 깔봤던 귀족들이 자신들 스스로 주인공 역린을 건드린 것도 모른 채 스카우트하려 눈독을 들이는 모습들에서는 한편의 개그 같은 장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을 한 줄 더 쓴 이유는 그만큼 임팩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맺으며: 인간들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나를 참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린 소녀들을 마물의 먹이로 던진다거나, 노예로 삼는다거나, 인간과 신(神) 우월주의 등. 물론 이런 장면들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선의의 법 집행에 대한 명분에 지나지 않지만, 이번 3권에서 흥미로운 건 주인공이 직접 처단하는 것보다 제3자를 이용해 그들 스스로 강해지게끔 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려는 영웅을 탄생 시키려 하고, 정작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해야 할 용사 일행은 악의 편에 서서 인간들을 탄압하는 설정들은 꽤나 신선하게 다가오죠. 다만 신계까지 거론하며 악군과 천군과 그 산하 조직 등 등장인물들을 많아지다 보니 설정이 난잡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번 3권 기준으로 설정은 좋으나 그걸 다 소화 시킬 만큼 작가의 필력은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었군요. 세세하게 표현하려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뒤로 밀리거나 언급조차 되지 않습니다. 가령 주인공이 왕도로 가다가 길에서 주운 마왕녀는 끝에 가서야 겨우 활약할 뿐이고, 왕녀의 시련 해결에 초석이 된 수인 소녀는 어느새 잊혀져버립니다. 왕녀의 시련이 중심이 되어야 할 내용이 초반에만 잠깐 나오고 이것도 어느새 잊히고 말죠. 아무튼 오타가 너무 심합니다. 번역 문제인지 문장 표현력이 두루뭉술해서 왕창 편집된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가령 마왕녀가 납치되었을 때 범인들에 의해 뭔가 당한 거 같은데 그 부분이 싹둑 잘린 느낌이 들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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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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